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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5천원하던 실손보험료 갱신하자 10만6천원 '기겁'....바가지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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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5천원하던 실손보험료 갱신하자 10만6천원 '기겁'....바가지 인상?
보험사들 "3~5년 주기 통합 인상에 의한 착시효과"
  •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 승인 2021.03.15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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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가입자들 사이에 빈번하게 제기되는 불만이 갱신 보험료 인상이다. 매년 ±25%를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소비자들은 터무니 없이 높은 인상률로 갱신 보험료를 안내받았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이는 보험료 갱신이 1년 주기가 아닌 3~5년에 걸쳐 진행되면서 불거지는 착시효과다.  

대구시 동구에 살고 있는 김 모(여)씨는 지난 2월 현대해상으로부터 1세대(구실손) 실손보험에 대한 보험료 갱신 안내 문자를 받고 깜짝 놀랐다. 언론 등을 통해 올해 실손 보험 인상률이 20%대 수준이 될 것이란 전망과 달리 보험료가 무려 200%, 무려 3배가 넘게 올랐기 때문이다.

김 씨는 “갱신 전에는 3만5300원 이었던 보험료가 올해 9월부터는 10만6540원으로 오른다는 안내를 받았다”면서 “상식을 벗어난 보험료 인상에 대해 보험사 측에 항의했지만 4세대 실손보험으로 바꿔 가입하라는 말만 돌아왔다”고 억울해 했다.

김 씨는 “실손보험료는 인상률 상한선이 없는 것이냐”며 “보험사 마음대로 이렇게 보험료를 마구잡이로 올려도 되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보험사가 김 씨에게 보내온 ‘실손 갱신보험료 사전 안내’를 살펴보면 5년 만에 갱신된 보험료 인상폭은 기존 보험료의 3배가 넘는다. 통보를 받은 김 씨 입장에서는 기겁할 수준이지만 연 평균 최소 24%씩 인상된 것으로 규정 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갱신보험료는 가입자가 나이를 먹을수록 예정 위험률을 반영해 자동으로 올라가는 구조다. 결국 김 씨의 갱신보험료는 기존 3만5300원에서 오는 9월부터 10만6540원으로 올라 전체 갱신보험료의 인상률은 200%를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울산시에 사는 박 모(여)씨 역시 지난해 12월 삼성생명으로부터 실손보험료 갱신 안내를 받았다. 지난 2012년 가입 후 3년마다 갱신 중이던 실손종합입원 보험료와 실손종합통원 보험료가 올해 2월부터 각각 104%와 94%씩 인상된다는 내용이었다. 

박 씨는 “실손종합입원은 2만5380원에서 5만1770원으로, 실손종합통원은 2만790원에서 4만310원으로 올랐다“면서 “최근 언론 등에 따르면 인상률이 높아도 50% 미만 수준이라고 하던데 통지받은 인상율은 너무 지나치며 통상적인 보험료 인상율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 인상률 상한선 연 최고 25%...3~5년 갱신 주기· 높은 손해율 반영

보험업법 제7-63조에 따르면 실손보험료 변동 폭은 매년 ±25%를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경영개선협약 등을 체결한 보험사는 상한선 25%를 초과할 수 있다.

실손보험은 가입 시기에 따라 △구실손보험(2009년 9월까지 판매) △표준화실손보험(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 △신실손보험(2017년 4월 이후 판매)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이 중 구실손보험과 표준화실손은 급여치료와 비급여치료를 모두 주계약에 포함하고 있다. 구실손보험의 경우 보험사가 통상 치료비의 100%를 보장해준다.

구실손보험의 경우 보장률이 높은만큼 보험료 인상률도 가장 높다. 고용진 국회의원실이 최근 밝힌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주요 손보사의 실손보험 인상률은 상품유형에 따라 한화손보가 6.8%로 가장 낮았고 롯데손보가 21.2%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화재,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도 19%대로 비교적 높았지만 25%를 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처럼 갱신보험료가 '폭등'한 것으로 논란이 발생하는 데는 다양한 요인이 있다.  

가장 먼저 ▶3~5년으로 이뤄지는 갱신 주기다. 법령에서 실손보험료 인상률 상한선을 최고 25%로 정하고 있지만 실제 갱신은 3∼5년 기준이라 고령자의 경우 100% 이상 오른 고지서를 받는 되는 셈이다.

두번째 요인은 ▶보험사들의 손해율 반영이다. 올해 실손보험료 인상률은 최근 5년간 최고 수준인데 이는 지난해 상반기 구실손과 표준화실손의 위험손해율이 각각 143%와 132%를 기록해 큰 적자가 났기 때문이다.

위험손해율이란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에서 사업운영비를 제외한 '위험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급액의 비율을 뜻한다. 실손보험 손실액은 2019년 2조7869억 원으로 2017년 1조3268억 원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병원 이용량이 크게 줄었음에도 3분기 누적 2조134억 원의 손실액이 발생했는데 전년 대비 8.9% 늘어난 수치다.

보험사 관계자는 “이미 많은 보험사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도 국민과 당국의 요구에 따라 실손보험 판매를 유지하는 고충도 있다”면서 “보험료 인상폭을 낮추기 위해 비급여진료의 가격, 진료량 등에 대한 적정 기준을 마련해 과잉 진료와 의료 쇼핑을 억제하는 것이 근본적 대책”이라고 덧붙였다.

실손보험이 만성 적자에 시달리면서 판매 중단을 선언하는 보험사도 속출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이 이달부터 판매를 중단하면서 17개 생보사 중 8개 곳만 상품을 판매 중이다. 앞서 KB생명과 오렌지생명, 라이나생명, AIA생명,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DGB생명, DB생명 등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손보사의 경우 13개사 중 악사손해보험, 에이스손해보험, AIG 손해보험 등 3곳이 판매하지 않고 있다.

판매중인 보험사들 역시 구실손·표준화실손 가입자를 신실손으로의 전환 유도에 집중하고 있다. 신실손은 자기부담금이 많고 비급여진료는 추가 특약으로 분리돼 있다.

7월에는 비급여진료를 받을수록 보험료를 할증하는 4세대 실손보험도 출시된다. 의료 이용이 적은 가입자의 경우 최대 70%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지만 그만큼 보장 내용도 적다.

일부 소수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로 벌어진 손실률에 대한 책임을 대다수 평범한 가입자에게 보험료 부담을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 중 95%(입원 치료 기준)가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거나 연평균 50만 원 이하의 소액 보험금 수령자로 나타났다. 반면 연평균 100만 원 이상 보험금을 받아 가는 가입자들은 2~3%에 불과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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