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맞춤형 차량 전략이 적중하고 있지만 향후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시 타격이 불가피해 이에 대한 발빠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올해 유럽에서 8월까지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의 총 판매량은 72만914대로 전년 동기(66만2894대) 대비 8.7% 올랐다. 2020년 8월(51만8852대)과 비교하면 39.9%나 증가했다. 유럽 자동차 시장이 최근 2년간 0.6% 감소세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의 선전이 인상적이다.
정의선 회장 체제가 시작된 2020년 10월부터 매년 판매량을 높이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정의선 회장의 현지 맞춤형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회장 부임 후 신속하게 현지 영업 전문가들을 영입했고, 맞춤형 모델 생산으로 소비자 입맛을 적중했다.
영국법인 영업·마케팅 임원으로 BMW 출신 롭 턴불, 프랑스 법인 임원에는 혼다 출신 로랑 하마드를 임명하면서 해치백, SUV, 친환경차 등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차량 위주로 판매를 개시했고 판매량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최근 대세인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점유율이 유럽 각국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판매량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선 ‘저렴한 브랜드’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품질 경영을 뚝심 있게 밀어붙였고 제네시스를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까지 입혔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J.D.파워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올해 신차 기술 만족도에서 2년 연속 1위다. 현대차, 기아도 일반 브랜드 부문 1, 2위에 올랐다. 현재 제네시스는 정의선 회장이 부임하고 두 달이 지난 2020년 12월부터 21개월 연속 증가세다.
다만 미국 시장 판매량은 앞으로 큰 파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지난달 17일부터 신형 전기차 구매 시 최대 7500달러(약 1045만 원)의 보조금을 주던 혜택을 자국 생산 전기차에만 지급하기로 했다. 일명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다.
현대차는 조지아주 등에 전기차 공장 건립 예정이지만 아직 완공된 공장이 없다. 그룹 전체적으로 판매량 축소 등의 악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중국 전기차 시장이 커지는 등 경쟁이 심화하고 있어 현대차그룹도 발 빠르게 나서야 위기를 면할 수 있다”면서 “정부에서도 IRA 특례 조항을 만들어서 국내 산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