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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택' 제거하면 교환·환불 불가?...명확한 규정 없어 소비자 불만·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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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택' 제거하면 교환·환불 불가?...명확한 규정 없어 소비자 불만·혼란
업체들, 재판매 불가하다는 이유로 반품 막아
  • 이은서 기자 eun_seo1996@csnews.co.kr
  • 승인 2022.10.25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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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 사상구에 사는 이 모(남)씨는 무신사에서 30만 원짜리 재킷을 구매했다. 배송된 재킷은 광고 이미지와 달라 환불을 요청했으나 택을 제거했다는 이유로 거절됐다. 판매자도 "제품 택을 잘랐기 때문에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 씨는 “이미지와 실물이 크게 다르다. 착용하지도 않았는데 택이 없다는 이유로 환불을 거절하는 업체가 납득되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 대구시 북구에 사는 이 모(여)씨는 지난 9월 카카오쇼핑을 통해 약 12만 원짜리 목걸이를 지인에게 선물했다. 지인에 따르면 목걸이가 매듭진 상태로 배송돼 이를 풀려고 시도하면서 제품 택도 제거했으나 풀어지지 않았다. 결국 카카오쇼핑에 환불을 요청했지만 "택을 제거해 환불이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씨는 “불량품을 보내놓고 택을 떼서 환불이 안 된다는 업체에 화가 난다.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지 않는 카카오쇼핑에도 실망했다”고 토로했다.

# 경기 안양시에 사는 조 모(남)씨는 지난 10월 롯데홈쇼핑에서 구매한 항공 점퍼 사이즈를 교환하려고 했으나 '제품 택을 뗐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롯데홈쇼핑 규정상 '배송일로부터 15일 이내 환불이 가능'하기 때문에 납득할 수 없었다고. 조 씨는 “지속적으로 문의해 환불은 받았다. 사이즈가 작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먼저 택을 떼버렸는데 이것만으로 교환을 거절하는 게 타당한 건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온라인몰에서 산 의류나 액세서리 등 제품의 택을 제거하면 청약 철회 기간 내라도 교환·환불이 불가능할까?

제품 품명과 품질보증기간, 제조사 등이 적힌 '택'은 제거 시 교환, 환불 관련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업체와 소비자 간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단 소비자들은 청약철회가 가능한 기간이라면 단순히 택 제거만으로는 반품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업체들은 재판매가 불가하다는 이유로 반품을 막고 있어 명확한 지침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도 제품 택을 제거한 후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이미지와 달라 청약철회가 가능한 기간 교환·환불을 요청했지만 '택을 제거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는 불만이 다발하고 있다. 제품에서 하자가 발견됐는데도 택을 뗐다는 이유로 환불이 거절된 사례도 적지 않다.

무신사, 카카오쇼핑 등 온라인몰들은 제품의 택을 제거하면 재판매를 할 수 없어 되도록 반품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하자가 없는 제품이라도 택이 없으면 재판매가 어려워 영업 손실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이 경우 청약철회가 가능한 기간 내 반품을 요구해도 입점업체에서 택 제거로 인해 상품의 가치가 훼손됐다고 거절하면 환불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다만 하자 등 불량품의 경우 택 제거 여부와 상관없이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카카오쇼핑와 롯데홈쇼핑은 “제품 택이 제거되면 재판매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입점업체에서 택 제거로 가치 훼손을 주장하며 환불을 거절하면 중개업체로서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같이 했다.

무신사 관계자도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상품의 택 또는 라벨이 제거된 경우 소비자의 사용으로 상품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에 초기 불량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교환이나 환불이 불가한 것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롯데홈쇼핑과 카카오쇼핑은 훼손 없는 정상 제품이 택만 제거된 경우라면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일부 환불을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무신사는 제품 훼손 여부와 상관없이 택이 제거된 경우라면 재화의 가치가 감소한 것으로 여겨 환불을 거절한다는 입장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택을 분리할 경우 입점업체가 환불을 거절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지만 상품의 현저한 훼손이 없다면 중개업체로서 추가로 협의해 교환이나 환불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카카오쇼핑도 “중개업체로서 CS에 등록된 소비자의 불만이나 요구사항을 파악해 판매자와 협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신사 측은 “상품에 달린 택이나 부가 구성품을 훼손이나 멸실하는 것은 재화의 가치가 감소한 경우라 청약의 철회가 제한돼 환불이 불가하다”고 말했다.

택 제거 시 반품에 대한 업체 입장이 현저히 갈리는 이유는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소비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재화 등이 멸실되거나 훼손된 경우는 청약철회를 할 수 없다'고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재화 등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는 제외한다'는 단서를 달아 놓았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는 의복류가 포함된 공산품의 경우 '치수(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디자인·색상 불만일 때 제품구입 후 7일 이내 제품에 손상이 없는 경우 구입가 환급이나 교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나와 있다.

소비자들은 이를 근거로 택을 제거했어도 반품을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업체들은 재화의 가치가 훼손됐기 때문에 제한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와관련, 한국소비자원은 택에 관한 명확한 조항은 없지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택 제거는 소비자의 사유로 재화 등이 멸실되거나 훼손되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청약철회가 불가하다고 봤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는 택을 제거하면 제품을 사용했다고 판단한다. 기본적으로 실제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했는지 여부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택을 제거한 경우 재화로서의 재판매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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