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답지 않게 고속에서도 주저없이 뻗어 나가면서 만족스러운 주행성능을 과시한다. 1억 원을 웃도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구매를 고민하게 만드는 차다.
아우디 고성능 전기차 e-트론 GT를 1년 만에 다시 탔다. 지난번 시승에선 맛보기 정도만 경험했는데 지난 주 제주 미디어 드라이빙에서 다시 만났다. 1시간 30분 정도 시승하며 제주-서귀포 곳곳을 누볐다. 모델은 콰트로 프리미엄이다.
전기차지만 고성능 모델이다 보니 외관은 스포츠카 느낌이 더 강하다. 실제 전고도 1413mm로 낮다. 포르쉐 전기차 ‘타이칸’과 같은 플랫폼에 측면만 보면 생김새도 상당히 비슷하다. 원래도 아우디는 조명을 멋스럽게 디자인하기로 유명한데 e-트론 GT에 담긴 무빙 턴 시그널은 역동적이면서도 날쌘 인상을 준다.
실내는 눈으로 보는 것보다 착좌했을 때 공간감이 더 넓다. 루프라인과 시트 포지션에 맞춰 배터리를 탑재해 헤드룸이나 실내 공간이 여유롭다. 개인적으로 파묻힐 듯 푹신한 가죽 스포츠 시트의 착좌감이 마음에 든다.
의외로(?) 4도어인데 2열도 앉을 만은 하다. 다만 고성능 전기차를 굳이 2열까지 앉을 용도로 구매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e-트론 GT는 두 개의 전기 모터가 전후방, 93.4kWh 리튬 이온 배터리가 탑재돼 부스트 모드 사용 시 530마력의 최고 출력과 65.3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최고 속도는 245km/h, 제로백은 4.5초다. 1회 충전 시 복합 기준으로 최대 362km 주행이 가능하다.
차를 직접 몰아 보니 전기차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시작부터 가속이 가능한 전기차 특성은 알지만 특유의 꿀렁거림이 덜하다. 전기차임에도 2단 변속기가 들어가 고속에서 주저없이 쭉쭉 뻗어 나간다. 어느 순간 조용한 내연기관 차를 타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지난해 잠깐 주행했을 때 배터리가 차량의 가장 낮은 차축 사이에 탑재돼 승차감이 나쁘지 않았는데 실제 길게 주행해보니 역시나 승차감도 우수하다. 에어 서스펜션이 속도와 주행 스타일에 맞춰 자동으로 차체 높이를 조절해준다.
e-트론 GT는 아우디의 호불호 갈리지 않는 디자인, 주행 성능까지 만족감이 높은 차량이다. 1억 원이 넘는 금액이 부담스럽지만 가격 외에는 흠 잡기가 힘들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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