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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롯데·해태 등 아이스크림 제조일자 숨바꼭질...품명과 겹쳐 식별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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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롯데·해태 등 아이스크림 제조일자 숨바꼭질...품명과 겹쳐 식별 불가
  • 김경애 기자 seok@csnews.co.kr
  • 승인 2023.01.16 0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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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제조됐는지 모를 콘 아이스크림 버젓이 유통" 서울 광진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 8일 집 인근 편의점에서 산 에버스톤 '허쉬 쿠키 앤 크림콘'을 먹던 중 눅눅한 느낌이 들었다. 오래된 아이스크림을 구매했다는 생각이 들어 섭취를 중단하고 콘 포장지를 살폈는데 제조일자가 제품명과 겹쳐 찍혀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김 씨는 "언제 제조됐는지 식별이 어려운 아이스크림들이 버젓이 유통·판매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포장지 캡 부분에 찍힌 에버스톤 '허쉬 쿠키 앤 크림콘' 제조일자. HERSHEY'S 위에 검은색의 작은 글씨로 표시돼 확인이 불가하다
▲포장지 캡 부분에 찍힌 에버스톤 '허쉬 쿠키 앤 크림콘' 제조일자. HERSHEY'S 위에 검은색의 작은 글씨로 표시돼 확인이 불가하다

시중 판매되는 아이스크림 제품 상당수가 제조일자 식별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일자가 제품명이나 의무표시사항 위에 검은색 글씨로 겹쳐 표시되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어두운 배경에 제조일자가 묻히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관련 법에서 제조일자의 표시 크기와 위치,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래된 아이스크림인지 알 길이 없는 깜깜이 정보로 소비자들의 알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16일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아이스크림 소매점에서 판매되는 빙과류 제품들의 제조일자 표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컵(Cup)과 콘(Cone) 유형 아이스크림들의 제조일자 식별이 유독 어려웠다.

이들 제품의 제조일자는 대체로 검은색의 작은 글씨로 포장지 상단 캡(뚜껑)에 찍혀 있었다. 하지만 상단 캡에는 제품명과 의무표시사항이 함께 기재돼 있어 제조일자가 상대적으로 묻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위치와 크기, 색상뿐만이 아니다. 흐릿하게 인쇄되면서 식별이 어려운 제품들도 다수 있었다.

빙그레와 롯데제과, 해태아이스크림 등 인지도 높은 대형업체뿐 아니라 라벨리, 서주, 에버스톤 등 거의 모든 업체에서 아이스크림 제조일자 확인이 어려운 사례가 나왔다.

빙그레 '부라보콘 바닐라'의 경우 제조일자가 찍히는 포장지 상단 캡 중간 부분이 흰색 바탕인 데다 타 제품에 비해 제조일자가 선명하게 인쇄돼 있어 식별이 쉬울 것으로 생각됐지만 제품명과 제조일자가 겹치며 식별 난도가 올라갔다. 빙그레 '요맘때 슈팅스타'도 파란색 바탕 위에 제조일자가 찍혀 있어 쉽게 식별하기 어려웠다.
 

▲빙그레 '부라보콘 바닐라'와 '요맘때 슈팅스타'
▲빙그레 '부라보콘 바닐라'와 '요맘때 슈팅스타'

롯데제과 '첫눈애 일품 팥빙수'는 제조일자가 팥빙수 이미지 사진과 갈색과 주황색으로 표기된 제품명에 걸쳐 있었다. 날짜가 팥 이미지에 묻혀 가늠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

롯데제과 '돼지콘 블랙'은 제조일자가 제품명이 아닌 의무표시사항에 겹쳐 표시돼 있었다. 의무표시사항이 검은색의 작은 글씨로 빼곡히 적혀 있어 식별이 쉽지 않았다. 
 

▲롯데제과 '첫눈애 일품 팥빙수'와 '돼지콘 블랙'
▲롯데제과 '첫눈애 일품 팥빙수'와 '돼지콘 블랙'

펜슬형 아이스바 유형의 해태아이스크림 '폴라포'도 상단 캡 부분에 제조일자를 표기하고 있었는데 제품명과 이미지 사진, 진한 바탕에 묻혀 한참을 들여다봐야 했다.

라벨리 '펭귄 팥빙수'와 서주 '타로밀크티콘', 롯데제과 '찰떡아이스 초코' 등도 제품명이나 이미지 사진, 배경과 겹치거나 흐릿하게 인쇄되면서 제조일자 식별이 사실상 불가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해태아이스크림 '폴라포', 라벨리 '펭귄 팥빙수', 롯데제과 '찰떡아이스 초코', 서주 '타로밀크티콘'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해태아이스크림 '폴라포', 라벨리 '펭귄 팥빙수', 롯데제과 '찰떡아이스 초코', 서주 '타로밀크티콘'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아이스크림 제조일자 확인이 어렵다는 소비자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알 권리 차원에서 표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상당하지만 법적으로는 문제삼을 수 없다.

빙과류 제품은 장기간 보관해도 부패·변질 우려가 낮다. 제조 과정에서 살균 공정을 거친 후 영하 18℃ 이하 냉동 상태로 유통되는데, 이 온도에선 미생물이 증식할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아이스크림에 소비기한 표시 의무를 배제하고 제조일자 표시만 의무화했다.

'식품등의 표시기준'에 따르면 날짜 표시는 제품의 주표시면 또는 정보표시면에 표시해야 하지만 제품명이나 이미지 사진, 의무표시사항 등과 겹치지 않게 표시하거나 글씨를 선명하게 표시하는 등 세부사항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빙그레, 롯데제과 등 빙과업계에선 이 같은 소비자 불편을 인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제조일자 표시 개선을 적극 검토하고 있지만 설비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빙과업체 한 관계자는 "콘이나 컵 제품 포장지에는 브랜드와 제품을 알리기 위해 이미지 사진과 제품명 등을 삽입하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 의무로 표시해야 하는 사항들을 전부 담아야 하다 보니 겹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조일자 위치 변경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 설비가 정해진 위치에서 획일적으로 찍고 있는 구조여서 아이스크림 제품들의 유형별 리뉴얼과 더불어 설비 변경이 필요해 당장 변경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아이스크림에는 소비기한이 없기 때문에 제조일자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 위치를 상관하지 않고 표기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빙과업계는 "아이스크림 제조일자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콘 아이스크림의 경우 제조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콘이 눅눅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공통된 입장을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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