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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 가동 중 화재 발생...7천만원 피해 입었는데 보상은 폐가전 가격+소액 보험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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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 가동 중 화재 발생...7천만원 피해 입었는데 보상은 폐가전 가격+소액 보험금 뿐?
  • 박인철 기자 club1007@csnews.co.kr
  • 승인 2023.03.30 0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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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서울에 사는 임 모(남)씨는 지난 달 2004년식 드럼세탁기를 쓰던 중 제품에서 갑작스럽게 불이 나는 사고를 당했다. 분진으로 벽지는 물론 집안 생활가전 모두 폐기해야 할 상황이었고 정리될 때까지 약 보름 이상 다른 곳에서 임시 거주하는 등 임 씨가 산정한 피해액만 7000만 원이 넘었다. 진화하러 온 소방서 분석에 따르면 화재 원인은 세탁기 내부 발화다. A가전업체는 감가상각과 경감률을 따져 30% 정도 복구비와 숙박비를 산정해 3개월 내 보상해주겠다고 답했다. 그 외의 정신적·일상적 보상은 보험으로만 처리한다고 했다. 임 씨는 “당장 자비로 모든 것을 복구해야 하며 출근이나 일상생활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화재 원인이 내부 발화로 규명됐는데 감가상각을 적용하고 보험으로만 소액 보상해준다는 방침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례 2. 서울시 영등포구에 사는 김 모(여)씨는 지난해 집에 아무도 없는 날 TV에서 화재가 발생해 피해를 입었으나 보상을 받지 못해 분통을 터트렸다. 스프링쿨러가 작동한 덕분에 큰 불로 번지진 않았지만 불길과 연기로 약 2000만 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소방서에서는 TV가 너무 많이 녹아 내려 원인불명으로 판정했다. 가전업체도 화재보고서상 원인 불명이어서 보상해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씨는 "화재사고로 금전적인 피해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까지 겪고 있다. 정황상 TV가 원인인데 명확하게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가려낼 수 없어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없다니 소송해야만 하는 것이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세탁기, 냉장고, 청소기 등 가전제품에서 화재가 발생해 신체나 재산상 피해를 입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으나 소비자들이 손해배상을 받기 어려워 갈등이 잦다.

화재가 발생하면 제품뿐 아니라 주택 소실 같은 경제적 손실은 물론 외상 등 인명 피해를 입히는 중대 사고지만 원인이 밝혀지지 않을 경우 보상 받기가 어렵다.

소방당국 등에서 제품 내부 문제로 화재가 발생했다고 판명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제품 사용연한에 따라 감가상각 등을 적용해 보상을 따진다. 대형가전의 경우 10년 이상을 보고 쓰지만 품질보증기간은 1, 2년에 불과하고 내용연수도 7~9년 정도여서 실제 피해규모에 비해 받는 보상액은 쥐꼬리 수준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훼손이 심해 발화 원인을 찾지 못하면 그나마 전혀 보상 받기 어려워 소송 등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해결해야 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형 가전업체들은 화재의 원인이 제품 결함으로 밝혀지면 보상한다고 밝혔다. 흔한 일이 아닌 데다 사안마다 사정이 다를 수 있어 자체적으로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며 국가법령인 제조물책임법에 기인해 사안별로 보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2002년부터 시행된 제조물책임법에서는 '제조·설계상, 표시상, 기타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된 결함으로 인해 경제적 또는 신체적 손해가 발생하면 제조업체나 공급 사업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돼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브랜드 규정과 상관없이 제조물책임법이 국가법령으로 있는 만큼 소방당국에 의해 제품 결함이 밝혀진다면 후속 피해는 제조사가 지원하도록 돼 있다. 손해사정사도 있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LG전자는 “화재 관련 피해 보상은 원인 파악 후 결함이 확인되면 각 업체가 가입한 보험사의 손해사정사를 통해 보상 수준을 책정하고 지급하게 된다. 대다수 브랜드가 비슷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도 가전제품 화제 발생 시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보상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애초 제조물책임법이 제품 결함 발생 시 제조사의 책임을 묻고자 생긴 법이다. 제조사들도 이 기준에 따라 보상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전기 제품이다 보니 결함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화재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흔치는 않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가전제품은 연식이 오래될수록 부품이나 전기배선 절연 성능이 떨어지고 먼지 등으로 화재 위험이 커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원에서도 오래 사용한 가전제품의 화재 피해 예방을 위해 안전 점검을 정기적으로 받고 인화성 물질 근처에서 사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안전점검을 받지 않고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오래 사용하는 경우 제조사의 배상책임이 일부 제한한 판례도 있어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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