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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4년 소비자 명암上] 도심에서도 툭하면 끊기고 신호 못잡아...20배 빠른 속도는 공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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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4년 소비자 명암上] 도심에서도 툭하면 끊기고 신호 못잡아...20배 빠른 속도는 공염불?
  • 최형주 기자 hjchoi@csnews.co.kr
  • 승인 2023.03.30 0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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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가 상용화 4주년을 맞았다. 2019년 4월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영광을 차지했지만 개선되지 않는 품질과 비싼 요금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소비자들이 보는 5G 서비스의 명암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오는 4월이면 5G 상용화 5년 차에 접어들게 되지만 잦은 네트워크 끊김 등 품질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LTE 보다 20배 빠르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웠으나 속도는 커녕 통화가 끊기거나 신호가 잡히지 않는 등 기본  서비스마저 여의치 않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가 5G 망 구축 등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서비스를 시작해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부족한 무선국 수 등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소비자들은 반쪽짜리 5G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30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5G 무선국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4만6409곳이 구축돼 있다. 이중 이동통신3사가 의무적으로 구축해야 하는 3.5GHz 망 수는 각각 2만2500국, 28GHz 망은 1만5000국이다.

20배 빠른 데이터 속도를 위해 필요한 28GHz망 구축은 SK텔레콤이 1605곳으로 10.7%, KT가 1586곳으로 10.6%, LG유플러스가 1868곳으로 12.5%에 그쳤다. 3.5GHz망은 SK텔레콤이 7만7876국을 구축해 346%, KT는 6만5918국으로 293%, LG유플러스는 6만6367국으로 295% 각각 초과 달성한 상황이다.

▲작년 5월 과기부가 공개한 이동통신3사의 5G 대역별 망 구축 현황. 
▲작년 5월 과기부가 공개한 이동통신3사의 5G 대역별 망 구축 현황

결국 지난해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KT와 LG유플러스의 28GHz 망 할당을 전면 취소했고, SK텔레콤은 간신히 위기는 넘겼으나 재할당 신청 전인 오는 5월 31일까지 1만5000국을 구축해야 취소를 면할 수 있다. 하지만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지난 28일 주주총회에서 기한 내 28GHz 기지국 구축 완료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소비자들은 앞으로 3.5GHz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5G망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는 LTE 보다 이론상 고작 1.5배 빠르다.

LTE와 비교하면 무선국 수도 턱없이 부족하다. LTE는 지난 2011년 7월 상용화기 시작한 후 4년 만에 무선국 32만8772곳, 보조망 19만7562곳을 구축됐다. 반면 5G는 상용화 4년째임에도 24만6409곳이 고작이다. 거의 두배 차이다.

▲2015년과 2022년 무선국 현황. 4년차를 맞이한 5G는 LTE 4년차에 비해 무선국이 턱없이 적다
▲2015년과 2022년 무선국 현황. 4년차를 맞이한 5G는 LTE 4년차에 비해 무선국이 턱없이 적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실제로 소비자들이 느끼는 5G 품질도 크게 떨어진다. 

소비자고발센터(goso.co.kr)에 따르면 경기도 안양에 사는 이 모(남)씨는 "20배 빠르다는 광고에 속아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5G에 가입했지만 통신사들은 품질 개선은 커녕 가입자 유치에만 혈안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경북 구미에 사는 배 모(여)씨는 "2022년 1월 개통한 5G 스마트폰이 사무실에서 먹통이라 증폭기까지 설치했으나 여전히 신호가 제대로 잡히질 않는다"며 "여러 번 고객센터에 통신불량을 접수했으나 해결되지 않아 해지를 요청했지만 위약금을 요구하더라"며 억울해했다.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소비자들은 “서울 사는데도 5G 안터진다” “노원에서 서울시청 가는 지하철에서 느리다” “영등포, 신도림역에서도 5G 안터진다” “돈은 돈대로 받아놓고 서비스 품질개선은 나몰라라 한다” 등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5G 품질에 대한 불만은 현재진행형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5G 품질에 대한 불만은 현재진행형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 중 서울에서 5G가 끊기는 이유는 한정된 네트워크 자원을 여러 사람이 나눠쓰기 때문”이라며 “이는 통신사의 잘못이 맞고 꾸준히 품질 개선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5G가 4G보다 투자 속도가 느리다보니 이같은 불만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며 “4G는 3G 장비를 재활용도 가능했지만 5G는 이같은 방식의 기지국 구축이 어려워 전국적인 망 구축에 비교적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5G 품질에 불만을 품은 소비자들은 통신3사를 상대로 소송도 진행 중이다. 지난 2021년 통신 소비자 500명 이상이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을 통해 ‘5G 피해자 집단소송’을 시작했다.

당초 작년 5월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예측됐으나 원고인 소비자들이 통신사에 요청한 증거 자료 제출을 놓고 통신사들이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줄다리기를 하며 해결이 나지 않는 상황이다.

법무법인 주원 김진욱 변호사는 “이동통신3사가 쟁점에 대한 변론 및 이를 위한 증거 제출을 안하며 핑계만 대고 있어 재판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28GHz 주파수 대역 할당 취소로 20배 빠르다는 5G가 불가능해졌고 유력한 증거가 튀어나온 만큼 조만간 결론이 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28GHz 대역 서비스가 불가능해져 5G를 통한 자율주행, UAM 등의 실질적 상용화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품질 불만도 거세지고 있다. 차세대 혁신 산업을 이끌 것이라 전망됐던 5G의 미래가 어두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최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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