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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고' 중고차에 용접·도색 흔적 있어도 적법?...기준 광범위해 소비자만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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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고' 중고차에 용접·도색 흔적 있어도 적법?...기준 광범위해 소비자만 혼란
골격교체 없거나 보험 처리 이력 없으면 OK
  • 정현철 기자 jhc@csnews.co.kr
  • 승인 2023.08.11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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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자동차거래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무사고' 차량의 범위가 제한적인데다, 플랫폼에 따라서는 기준조차 달라서 소비자들이 혼선을 겪고 있다.

용접이나 도색 등 수리 이력이 있더라도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주요 골격의 교체가 없으면 무사고 차량으로 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보험사고 이력만 없으면 무사고 차량으로 표기하는 플랫폼도 있다.

따라서 사고 이력이 없는 차량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성능상태·점검기록부'의 사고 이력뿐 아니라 '단순 수리' 이력과 보험 처리 이력은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김 모(남)씨도 지난해 12월 엔카에서 무사고라고 소개된 중고차를 약 2400만 원에 구매해 올해 되팔려다가 수리 이력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구매 당시 엔카 사이트는 물론 '중고자동차 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 무사고라 표시돼 있었고 딜러도 사고가 없는 차량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올해 7월 다른 중고차 매매상사에 차를 판매하려고 맡기자 차량 후면에 용접, 교환, 도색 등 흔적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엔카에서 무사고 차량이라고 해 샀는데 속은 기분이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엔카 측 관계자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른 사고 이력 인정 기준에 따라 무사고 차량 여부를 판단한다”며 “단순 용접, 도색 등은 사고로 판단하지 않아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무사고'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내 자동차 성능·상태 점검기록부 서식, 주요 골격의 손상이 있어야 사고 이력으로 인정된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내 자동차 성능·상태 점검기록부 서식, 주요 골격의 손상이 있어야 사고 이력으로 인정된다

자동차관리법에서는 자동차의 주요 골격에 손상이 있는 경우에 한해 '사고' 이력으로 인정한다고 돼 있다.

같은 법 시행규칙 내 ‘자동차 성능·상태 점검기록부’에 따르면 ‘사고 이력 인정’은 '사고로 자동차 주요 골격 부위의 판금, 용접 수리 및 교환이 있는 경우로 한정한다'고 돼 있다. 쿼터 패널, 루프패널, 사이드실 패널 부위는 절단, 용접 시에만 사고로 표기한다. 후드, 프론트펜더, 도어, 트렁크리드 등 외판 부위 및 범퍼는 판금이나 용접 및 교환은 단순 수리로 중고차 거래에선 무사고 차량으로 소개된다는 뜻이다.

엔카, KB차차차, 케이카 등 대부분 중고차 거래 플랫폼은 자동차관리법에 의한 사고 이력을 기준으로 무사고 차량인지 판단하고 있다. 즉 사고가 나 도색이나 범퍼 교체 등이 있었다 하더라도 '무사고'로 표시할 수 있는 셈이다.

각 사이트를 살펴보면 엔카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사고 이력이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무사고 차량으로 소개하고 있다. 
 

▲엔카 홈페이지 내 무사고 차량 상세 내역 예
▲엔카 홈페이지 내 무사고 차량 상세 내역 예

K car(케이카)의 경우 사고 유형을 무사고, 단순 수리, 사고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무사고 차량은 외부 패널과 주요 골격의 교환이 없는 경우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단순 수리는 ‘자동차 성능·상태 점검기록부’에는 무사고로 기록되지만 일부 수리나 교환이 있는 경우에 해당했다. 

KB차차차는 보험사고 이력이 없는 차량을 무사고 차량으로 소개했다.
 

▲KB차차차 홈페이지 내 차량 검색 옵션(판매구분)
▲KB차차차 홈페이지 내 차량 검색 옵션(판매구분)

한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특성상 판매자가 제공하는 정보가 바탕이기 때문에 모든 물건을 보장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판매자(딜러)가 제공하는 진단서 등 설명과 실제 차량 상태를 세심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각 플랫폼 업체는 자체 보증 시스템을 두고 있어 활용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말했다.

KB차차차와 엔카는 각각 ‘KB진단, 케어’와 ‘엔카진단, 보증’이라는 시스템을 두고 있어 플랫폼 업체에서 직접 차량을 검증·보증한다. K car의 경우 직영시스템으로 자체 진단서를 제공하며 수입차의 경우 해당 브랜드의 공식 판매 회사가 직접 품질을 점검하는 ‘브랜드 인증’ 시스템을 별도로 두고 있다.

무사고 개념에 대한 소비자의 혼란에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정부가 사고에 대한 개념 정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수출중고차협회장을 역임한 김 교수는 "20년 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사고 개념을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며 "국토부가 손 놓고 있는 사이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 분쟁이 끊이질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보험 처리를 통해 비용이 발생하면 소비자는 사고라고 생각하고 판매자는 사고 차량이 아니라고 해 분쟁이 생긴다"며 "국토부가 단순 보험 처리와 사고를 명확히 구분하는 등 용어를 정리하고 중고차 시장에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자동차진단보증협회는 현장에서 '무사고 차량'의 기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보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협회 측 관계자는 “판매자와의 정보 격차를 줄이는 등 구매자로서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야 선택(구매) 후 발생하는 불만 사항을 줄일 수 있다”며 '중고차 가격 조사 산정 제도'를 활용할 것을 제언했다.

'중고차 가격 조사 산정 제도'는 구매 예정자가 판매자에게 선택한 매물의 가격을 조사·산정해 달라고 요청하면, 판매자가 제3의 전문가에게 의뢰하고 받은 결과물을 서면으로 구매 예정자에게 알려야 하는 제도다.

관계자는 "중고차 가격 조사 산정 제도를 활용해 제3의 전문가가 해당 매물을 파악하고 가격을 제시하면 소비자는 두 전문가가 제공하는 상세한 정보를 통해 불만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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