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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행 하루 만에 엔진 경고등 뜨고 오일 새는 중고차...엔카닷컴·케이카 진단 차량도 못 믿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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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행 하루 만에 엔진 경고등 뜨고 오일 새는 중고차...엔카닷컴·케이카 진단 차량도 못 믿겠네
제조사 인증 중고차 확대 요구
  • 이철호 기자 bsky052@csnews.co.kr
  • 승인 2023.02.13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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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여수시에 사는 남 모(남)씨는 지난해 엔카닷컴에서 본 아우디 A7 중고매물을 2700만 원가량에 구매했다. 당시 매물에는 엔카닷컴에서 진단했다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으며 상세설명 페이지에도 정비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홍보됐다. 하지만 차량을 운행한 지 하루 만에 엔진 경고등이 계기판에 떴다. 엔진 촉매가 고장 난 것이다. 남 씨는 딜러와 전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두절됐다. 엔카닷컴에도 항의했으나 플랫폼일 뿐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는 게 남 씨의 주장이다. 엔카닷컴은 "차량의 성능·상태점검기록부, 보험이력은 고객에게 공개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보장 범위 내 오류가 아니어서 보상이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 경기도 파주시에 사는 권 모(여)씨는 지난 1월 케이카에서 기아 모닝 중고매물을 500만 원가량에 구매했다. 구매 당시 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 이상이 없었고 케이카 자체 진단결과에서도 문제없는 차량으로 나와 있었다. 하지만 받고 보니 하부 엔진오일 누유, 쇼크 업소버(댐퍼) 소음 등 문제가 발견됐다. 권 씨는 "엔진오일 누유는 중대한 결함에 해당해 명시해줬어야 한다. 차량 값은 환불받았지만 탁송비 7만5000원은 왜 피해자가 부담해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케이카 측은 "누유는 정도가 미세해 정상 범주나 소비자의 불안을 감안해 환불 처리했다. 하지만 외주업체에서 매물 운송을 하는 터라 일회성 비용인 탁송비는 환불이 어렵다"고 답했다.

중고차 시장에 대한 불신이 깊은 가운데 중고차 플랫폼들이 신뢰를 위해 직접 진단해 보증하는 차량마저 부품 결함, 누유 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현재 플랫폼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중고차 진단은 관능검사에 그치다 보니 직접 시운전을 해 문제를 찾아내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케이카, 엔카닷컴, KB차차차 등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을 통해 차량을 구매했으나 매물 정보와 실제 차량이 차이가 있다는 불만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는 '이상없음'으로 돼 있는데 실제로는 사고로 범퍼를 교체한 적이 있다거나 오일 누유가 발생해 항의하면 '미세한 수준'이라 문제될 게 없다고 응대해 소비자 원성을 샀다.

개인 딜러가 판매하는 차량 문제가 대다수지만 이들 플랫폼이 직접 진단해 판매한 차량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나오고 있다. 플랫폼서 직접 진단했다 해도 육안으로 차량을 확인하는 관능검사가 상당 부분을 차지해 소비자는 물론 진단평가사도 미처 체크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해외 국가에서 시운전을 통해 중고차를 평가하는 항목이 있는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케이카와 엔카닷컴, KB차차차 등 플랫폼에서는 자체적으로 진단한 차량은 '진단'했다고 표시해 소비자가 신뢰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엔카닷컴은 전문 매니저가 사고유무와 등급, 옵션 등을 진단하고 ‘엔카진단 차량’으로 구분해 판매하고 있다. 프레임 손상이 없는 매물만 진단차량으로 등록하며 진단 결과에 오류가 확인되면 구매 후 90일 또는 5000km 이내에 한해 규정에 따라 보상해준다.

케이카는 외부 패널과 프레임 이외에 실내, 타이어 등 차량 곳곳을 내부 기준에 맞춰 진단하고 고지한다. 특히 구매 후 3일 동안 차량 운행 뒤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환불할 수 있는 ‘3일 책임 환불제’도가 있다. 그렇다 보니 차량 문제 등이 발생해도 소비자가 3일 내에만 이야기하면 환불은 비교적 간단하나 탁송비 등은 부담해야 한다는 데서 갈등을 빚기도 한다.

KB차차차는 진단매니저가 보험개발원 사고이력과 자동차등록원부, 성능·상태점검기록부를 바탕으로 실제 차량의 상태와 다른 부분이 있는지 점검하는 ‘KB진단’을 내세우고 있다. KB진단에서 제공한 것과 차량 성능이 다른 경우 성능 재점검 후 최대 100만 원을 보상해준다.

중고차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성능·상태점검기록부를 작성하는 정비소에서 사고 내역이나 고장 등을 어떻게 기재하는지에 따라 실제 내용과 다를 수 있다"며 "하지만 자체 점검 프로세스를 통해 차량의 내외부를 최대한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제조사가 직접 점검한 '인증중고차'의 확대도 요구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그동안 중고차 시장이 허위매물로 망가진 지가 20년이 넘었다"며 "올해 현대차그룹이 인증중고차를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만큼 중고차 시장을 개선할 촉매제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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