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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의 전쟁'에 걸리면 가정 이렇게 파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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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의 전쟁'에 걸리면 가정 이렇게 파탄"
  • 이경환기자 nk@csnews.co.kr
  • 승인 2009.02.02 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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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경환 기자]대부업체들의 채권 추심이 도를 넘고 있다.

변제일이 하루나 이틀만 지나도 채무자에게 수십통의 전화를 걸어 폭언을 일삼아 극한 스트레스 상황으로 몰고 간다. 그래도 변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가족, 남편은 물론 가까운 친구들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변제를 독촉한다. 채무자의 채무관계를 주변에 공식화해 변제 압력을 높이려는 의도다.


고의성이 없다 하더라도 채무자의 정보를 남편등 가족에게 알려줘 가정이 파탄나는 상황에 처했다는 호소도 접수되고 있다.


현재 대부업법 제10조 ‘불법채권추심행위의 금지’ 제1항 제4호는 ‘채무자 또는 그의 관계인에게 공포심과 불안감을 유발하거나 업무의 평온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채무자들은 자신이 돈을 갚지 못하고 있다는 심리적 압박 때문에 가정의 단란함이 깨지거나 일상 업무를 수행할 수없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끙끙 앓고만  있는 실정이다.


#사례1=경기도 의왕시에 살고 있는 신 모 씨는 지난 해 8월께 대부업체 미즈사랑과 모아상호저축은행에서 각각 200만원과 300만원을 빌렸다가 낭패를 봤다.

매달 이자 상환일은 17일. 첫 상환일인 9월17일 오전부터 미즈사랑과 모아상호저축은행 추심 직원은 신 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문자와 전화로  입금을 독촉했다.

오전부터 전화에 시달린 신 씨는 은행 마감 시간까지 입금을 하겠다고 했지만 직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문자와 전화 공세를 퍼부었다.

신 씨가 바로 돈을 입금한 뒤에야 시달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독촉은 시작에 불과했다.

한달이 지나 또 다시 찾아온 상환일. 이 날 역시 오전부터 전화와 문자가 이어졌고 실수로 몇 시간 동안 전화를 받지 못하자  남편과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변제를 독촉했다. 이어  형식적이라면서 보증을 서도록 한  친구에게까지 수차례 독촉 전화를 걸었다.

대출 사실을 알지 못했던 남편과 어머니, 친구는 깜짝 놀라 신 씨를  추궁했다. 황당한 신 씨가 이들 업체에 항의하자  규정을 앞세우며  "잘 갚으면 되지 않냐"고 일축했다. 

그 다음엔 부득이한 사정으로 3일 정도 상환일을 어기자 추심 직원은 문자로 '집에 사람을 보내겠다, 회사로 찾아 가겠다'는 등의 협박도 서슴치 않았다.

신 씨는 "그동안 돈을 연체한 적도 없고, 3일 정도 늦은 것 역시 사정을 얘기한 뒤 바로 입금 했지만 상환일만 되면 오전 부터 이어지는 전화와 문자 공세, 협박을  견딜 수 없다"면서 "무자비한 채권 추심으로 친구는 물론 남편과 가족에게도 돈을 빌린 사실이 알려져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하소연 했다.

이에 대해 미즈사랑 관계자는 "당시 고객이 이자 상환을 연체했다. 남편분이 가족이기도 하지만 보증인이었던 만큼 안내차 상황을 설명한 것 뿐"이라면서 "이는 금감원 규제사항도 아닌 만큼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고객과 원만한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은 상태"라고 해명했다.


#사례2=서울 은평구에 살고 있는 서모씨는 지난해 1월께 급한 사업자금을 구하기 위해 미래상호저축은행에서 2000만원을 대출 받았다.

금리 18%에 각종 수수료를 합치면 20%대가 넘어가는 고금리의 대출 조건이었지만 사업 자금이 급했던 만큼 서씨는 부모님의 자택(시가 4억9000만원)을 담보로 2000만원, 400일 일수로 대출 받았다.

별다른 문제 없이 대출금을 갚아나가던 서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서씨의 휴대전화로 대출금 납입 금액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본 남편이 미래상호저축은행 측에 전화를 걸자 대출일자, 납입금액, 남은금액 등 대출 정보를 아무  확인절차 없이 그대로 알려준 것.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서씨의 남편은 서씨와 큰 다툼을 벌였고 결국 이혼까지 고려하는 등 극한 위기상황으로 치닫았다.

대출정보를 본인 확인 조차 하지 않은 채 유출한 것이 화가 난 서씨는 담당 직원에게 따졌다.

이에 대해 직원은 '원금과 남은 금액 등을 물어 남편이 대출금을 갚으려는 줄 알았다, 실수가 인정되니 중도상환 수수료 등을 감면해 주겠다'며  수습하기에 급급했다.

결국 서씨는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금융감독원, 한국소비자원 등에 사건을 접수했고, 현재 금감원에서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는 "아무리 남편이라 하더라도 연대 보증인도 아니고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대출 정보를 유출한 것은 명백한 신용정보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미래상호저축은행 홈페이지에 믿음과 신뢰라는 슬로건 자체가 무색하다"고 화를 냈다.

이어 그는 "이번 사건으로 남편과는 이혼 위기에까지 처해진 상황인데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끝내려는 태도에 더욱 화가 난다"면서 "명백한 위법인 만큼 끝까지 싸워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미래상호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금감원에서 조사 중이고 조만간 금감원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만약 고객이 피해를 입은 사실이 명백히 증빙이 된다면 은행 측에서 그에 따른 보상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과도한 추권 채심에 따른 피해에 대해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관계자는 "몇백 통씩 채권 추심 독촉 전화로 업무를 방해 받았거나 협박·폭언을 당했다면 추심원과의 통화 내용을 녹음하거나 증인 등 증거 자료를 확보해 금융감독원에 인터넷 민원을 넣거나 형사 고발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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