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고 봐도 재미있지만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한 번안극이나 리메이크 작품들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최근 공연계에도 영화나 소설 등을 원작으로 하거나 외국 작품을 우리 실정에 맞게 번안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리 스토리를 알고 있다고 해서 재미가 반감될 걱정은 없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기존의 작품에서 대략의 라인을 가져오되 자신들만의 특색을 살려 새롭게 각색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원작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알아두고 공연을 관람하는 것은 쉽게 알지 못하는 작품의 속사정까지 꿰뚫어보는 재미를 더한다. 게다가 함께 공연장을 찾은 동행인에게 이러쿵저러쿵 아는 척까지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 vs 독일희곡 ‘오버외스터라이히’
독일희곡 ‘오버외스터라이히’는 독일의 대표적인 현대 극작가인 프란츠 크사버 크뢰츠의 작품 중 가장 인정받고 있는 작품이다. 평범한 대도시 시민의 일상을 통해 사회와 그 사회 안에 속한 인간들의 모습을 솔직하게 묘사하고 있다. 크뢰츠의 다른 작품들이 하층 노동자 계급의 인물들을 그렸다면 ‘오버외스터라이히’는 중산층의 모습을 그림으로써 더 폭넓은 인간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작품의 제목인 ‘오버외스터라이히’는 뮌헨의 근교에 있는 작고 조용한 마을로써, 어디서나 볼 수 있고 만날 수 있는 사람들과 사거들을 표현하기 위해 극에는 잠시 등장한다. 여성연출가 류주연에 의해 번안된 연극 ‘경남 칠곡군 길곡면’ 역시 서울과 멀리 떨어진 작은 마을이 등장하여 인간이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함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 원작 깊이보기 : 독일희곡 ‘오버외스터라이히’

◎ 원작자와 안면 트기 : 프란츠 크사버 크뢰츠(Franz Xaver Kroetz)

사실주의 민중극의 대표작가인 크뢰츠의 대표작으로는 ‘Heimakbeit(Home-work)’, ‘Hartnacking(Persistent)’, ‘Das Nest(The Nest)’ 등이 있으며, 국내 소개된 작품으로는 ‘가내노동’, ‘아이를 가지다’ 등이 있다.
◎ 번안극 두 배 재미로 즐기기 :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

원작 ‘오버외스터라이히’는 부부 사이에 아이가 생겨난 이후, 아이를 위해 들여야 하는 돈 때문에 부부가 경제적으로 누리던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모습들이 사실적으로 표현된다. 실제적인 돈 계산을 통해 보인 모습들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출산 기피증 현상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에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은 번안극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서에 어긋나지 않음을 물론, 오히려 그 어떤 작품보다도 사실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평범한 부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며 어떤 삶이 가지 있는 삶인지 생각해 보게끔 한다. 두 명의 배우가 그려내는 부부보다 더 부부 같은 이야기는 현재를 살고 있는 관객들에게 현실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은 1996년 연출가 이성열을 중심으로 2,30대 젊은 배우들이 뭉쳐 만든 실험연극공동체 ‘백수광부’와 젊은 여성연출가 류주연에 의해 새롭게 태어났다. 지난 2008년 서울문화재단 시민문예지원 선정작으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공연을 마쳤고, 오는 2월 25일부터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앵콜 공연에 돌입한다. (2009년 2월 25일 ~ 3월 8일, 아르코예술극장)
[뉴스테이지=조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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