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롯데 소주'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깔린다.소주시장의 '터줏대감' 진로와 국내 최대 '물 장사'이자 유통 재벌인 롯데간 '소주 전쟁' 가열될 전망이다.
가열이 아니라 과열될 가능성이 높다. 전선이 수도권 뿐 아니라 전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만약 진로가 수도권 시장 일부를 롯데에게 빼앗겨 매출이 줄어 들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지방으로 밀고 내려 갈 것으로 보인다. 롯데도 수도권 뿐 아니라 지방 유통망을 통해 자사 소주를 살포할 것으로 보여 지방 소주 회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소주 '처음처럼' 등을 생산하는 두산주류BG(Business Group)를 인수한 롯데주류BG는 이달말에 처음처럼의 제조원을 두산에서 롯데로 바꾸고 롯데 소주를 시장에 내놓는다.
롯데계열사인 롯데마트와 구멍가게 점포인 롯데 슈퍼는 '처음처럼'을 매장에서 전진배치하고 진열 공간도 크게 늘렸다.
지금까지는 소주 시장에서는 진로가 거의 왕 노릇을 해 왔다. 소주시장의 51%가량을 손에 쥐고 흔들고 있다. 주류 도매장들은 진로 영업 사원들이 눈을 부라리며 아래 위로 한번 쳐다 보기만 해도 주눅이 드 수 밖에 없을 정도다. 주당들의 입맛을 정복한 '참이슬' 소주와 모 기업 하이트가 생산하는 맥주 때문이다. 맥주 시장도 58%를 쥐고 있다. 소주와 맥주 출고를 줄이면 장사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롯데 때문에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그동안 쥐락 펴락했던 도매장들에게 아부라도 해야할 판이다.
지방 소주 회사들은 거의 초비상이다. 진로의 시장 점유율을 뺀 나머지 가운데 롯데가 인수한 '처음처럼'이 13%를 차지하고 있고, 그 밖의 36%는 금복주.대선.무학.보해.선양.하이트소주.한라산.충북소주등이 콩 쪼개듯이, 이삭줍기를 하듯이 분할하고 있다.앞으로는 진로와 롯데가 동시에 지방 시장으로 밀고 내려와 땅 따먹기하듯이 시장을 잠식할 공산이 커졌다.
진로는 일단 큰소리를 치고 있다. 김정수 마케팅 담당 상무는 "롯데가 아무리 강력한 상대지만 일단 술 시장에서는 '민물 고기'에 불과하다. 민물고기가 바다로 들어 오면 힘을 쓰지 못한다"며 "당당하게 일전을 벌일 채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롯데는 만만치 않은 적수다. 롯데는 국내 최대의 유통공룡이다. 전국에 거미줄 같은 백화점.롯데마트.편의점.슈퍼마켓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과자.청량음료등 먹고 마시는 업종을 거의 모두 거느리고 있다.
최고의 물류유통력을 과시하고 있다.위스키 장사를 오랫 동안 해 오면서 술장사에도 어느 정도 도가 텄다.한마디로 '물장사'에 관한한 9단이다.
뿐만아니다.자금력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국내 재벌 가운데 자본금 대비 부채비율이 가장 낮은 곳이다. 신격호 회장이 은행 빚에 대한 기피증을 갖고 있어 아예 돈을 빌리지도 않을 뿐 아니라 아예 현찰 더미에 앉아서 쓸만한 M&A시장에 물건이 나오면 달려 들어 꿰차고 있다. 다른 돈 쓰는 데는 지독한 '노랭이'이지만 영업을 확대할 때는 손이 엄청나게 크다. 아들인 신동빈 부회장도 마찬가지다.
롯데가 인수한 두산주류 BG는 진로의 소주 '참이슬'과 경쟁하는 '처음처럼'과 '산', '그린' 등 소주 브랜드, 약주 '국향','군주', 와인 '마주앙', 위스키 '패스포드' 등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소주시장에서 약진을 해 왔다. `처음처럼'이 13%대 시장점유율을 확보, 진로에 이어 업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롯데가 진로의 아성에 파상적인 공세를 펴고 진로가 이에 맞불을 놓을 경우 국내 '술판'이 한차례 뒤집히는 큰 싸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젓 먹던 힘까지 짜내 사투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
진로 측은 롯데 소주의 등장에 대비해 수도권을 비롯해 지방의 시장점유율을 면밀히 점검하며 시장방어를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 중이다. 지난달부터 오후 7시 이전에 술집을 찾는 손님에게는 무조건 테이블당 자사의 소주 'J' 1병을 무료로 제공하는 대규모 판촉전을 벌이고 있다.
잘할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