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민재 기자] 봄 기운이 돌면서 식품업계가 또 다시 화랑곡 나방과 힘겨운 전쟁을 하고 있다.
강력한 이빨로 식품 포장지를 뚫고 들어가 성장하는 화랑곡 나방은 식품회사들에게 '강적'이다. 비생위적인 식품 회사라는 오명을 둘러 쓰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한다.
벌레 이물질이 검출됐다고 언론에 얻어 맞기 일쑤다.농심.오뚜기.CJ.동원F&B.롯데제과 해태제과.오리온.크라운제과.동서식품.대상등 거의 모든 식품업체들이 이 나방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제조 공정에서 유입된 것이 아니고 유통과정중 들어 갈수있다는 점을 해명하지만 소비자들은 비닐이나 알루미늄 포장지등을 벌레가 뚫고 들어간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해 오히려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 놓는다는 비난만 받는다.
화랑곡 나방의 '활동 시기'가 돌아오면 식품업체들은 그야 말로 좌불안석이다.
고려대 개체군 생태학 실험실에 따르면 화랑곡나방은 곡류, 과일, 채소, 사료, 각종 과자류 등 애벌레 먹잇감 인근에 알을 낳으며 알은 적합한 환경이 조성되면 순식간에 부화해 애벌레가 된다.
특히 강력한 이빨을 가진 애벌레는 주변의 열매껍질, 포장지 등을 손쉽게 뚫고 들어가 내용물을 먹으며 성장한다.소비자들이 잘 관리된 포장을 개봉했는데 내부에 나방이나 애벌레가 있으면 기겁하게 마련. 포장지 안에 있기 때문에 제조공정상의 문제로 치부한다.
식품업체들은 이같은 화랑곡 나방의 '침공'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로 포장개선에 힘쓰고 있지만 원가상승 등의 이유로 쉽게 개선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또 먹는 식품이라서 방충제등의 처리도 어려워 그야말로 냉가슴만 앓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도 화랑곡나방으로 피해가 속속 보고 되고 있다.
# 사례 1 = 경기도 구리시 교문동의 이 모 씨는 지난해 10월 롯데칠성의 델몬트주스 뚜껑에서 살아있는 애벌레를 보고 깜짝 놀랐다.
며칠 전 선물로 받은 3개들이 선물용 주스중 하나를 개봉해 한잔을 마신 후 뚜껑을 싸고 있는 포장 비닐을 뜯어내려 하던 중 뚜껑 안쪽에 이상한 이물질이 붙어있는 걸 발견했다.
이씨가 확인한 것은 벌레집이었고 잠시 후 그 속에서 1cm가량의 초록색 애벌레가 꿈틀대며 기어 나왔다.
제품을 확인한 롯데칠성 관계자는 "살균 열처리된 주스를 뜨거운 상태에서 병에 담고 뚜껑 또한 살균해서 진공포장하기 때문에 살아있는 벌레가 제품 속에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뚜껑과 병 사이에 먼지 등이 끼는 걸 막기 위해 씌우는 포장지 사이의 공간에 간혹 화랑곡나방이 알을 까서 유통 중에 부화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뚜껑을 돌려서 여는 과정에서 혼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다.
제품을 수거해간 크라운제과 관계자는 "이물질은 쌀벌레의 일종인 화랑곡나방의 유충이다. 주로 곡물이나 야채에서 생겨나는데 포장지를 뚫고 유입된 것으로 유추된다.이 벌레의 경우 건강에는 무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혹시라도 소비자에게 위해가 있다면 병원치료등 사후처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사례 3 = 부산 대연동의 박 모 씨는 지난 21일 켈로그의 '아몬드후르츠너트'에 우유를 부어 먹던 중 득시글거리는 수많은 벌레를 발견하고 기겁했다. 너무 놀라 켈로그 포장지 안을 들여다보니 그 안에도 작은 애벌레와 알들이 가득했다.
이제 막 돌이 지난 아들에게 먹일 때 우유 위로 미세한 조각들이 떠올라 아몬드 부스러기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벌레 알이었던 것.
전날 먹은 남편은 평소 시력이 좋지 않은데다 어두운 곳에서 TV를 보며 벌레를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2/3가량을 먹었던 터였다. 아이는 이후 배가 아프다고 칭얼댔고 박 씨 부부도 비위가 상해 음식을 먹지 못했다.
이에 대해 켈로그 관계자는 “제조공정상 120℃의 고온에서 쪄낸 후 100℃에서 건조, 다시 200℃의 고온에서 굽는다. 따라서 완제품에서 벌레의 형체가 유지되어 혼입되는 것은 불가능하다.사진 상으로 확인한 결과 쌀벌레의 일종인 화랑곡 나방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