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행장은 16일 서울 명동 우리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작년 한 해) 단기순이익 230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다른 은행과 비교해도 나쁜 실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기자 간담회는 지난 해 6월말 우리은행장 내정자로 서울 을지로 은행연합회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가진 이후 처음이다.
당초 이날 오전 10시에 진행 예정인 간담회는 10시를 훌쩍 넘긴 10시 30분께 시작됐으며, 이 행장은 (작년 실적에 대해) 부끄럽고 죄송스럽다는 말로 첫 운을 뗐다.
그는 작년 실적 부진에 대해 “이자이익과 비이자 이익 등 조정영업이익은 4조9000여억원으로 타 은행과 대등한 실적을 보였지만 부채담보부증권(CDO),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투자실패에 따른 손실 등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행장은 이와 관련 “CDO, CDS투자는 2006년~2007년도 수익다변화 차원에서 시행됐으나 투자금의 90% 이상은 손실을 봤다”며 “이는 미국의 주택담보대출부실(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기업금융 비중이 (다른 시중은행보다) 크기 때문에 실적악화 폭이 컸다”면서 “숫자적으로 보면 투자금의 약 90% 이상이 손실을 봤다”고 덧붙였다.
이 행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균형성장과 정도영업, 긴축경영 등을 선포했다.
그는 먼저 균형성장에 대해 “조달과 운용의 균형은 상업은행이 기본”이라며 “예대비율 개선에 초점을 맞춰 속도를 조절하는 사업포트폴리오로 균형을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도영업에 대해 “그동안 투자은행(IB), 카드 업계가 과당경쟁이라는 지적이 많았는데 KPI 평가지표 변경 등으로 단기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고객이익을 앞세우는 영업으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긴축경영에 대해서는 “저수익 점포 및 자동화(ATMㆍCD)기기를 대폭 축소해 올해 상반기 중 인천국제공항 1개 지점과 환전소 5개 지점을 모두 철수하기로 했다”며 “아울러 전국 자동화기기는 300여대를 철수 할 예정으로 연말까지 30여개가 통폐합되거나 철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올해 영업환경 녹록치 않다= 이 행장은 올해 금융시장에 대해서도 어둡다고 전망했다.
그는 “올해 영업환경도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큰 폭의 금리하락과 장기간 금리하락은 양도성예금증서(CD)연동대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에 따른 순이자 마진(NIM)과 이자이익, 비이자이익(IB,카드,방카 등) 등이 예년에 비해 크게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영업이익 증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앞으로 판매관리비를 줄이고 인건비를 조정해 대손비용 관리를 잘 해 간다면 지난해 보다 나은 수준의 실적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행장은 또 중소기업 지원에 대해 “작년 중소기업에 6조5000억원을 지원했지만 올해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러나 숫자 달성을 위해 다양한 상품 출시 및 여신프로세스 개선에 노력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서민금융지원에 대해 이 행장은 “정부가 마련한 자본확충펀드를 적극 활용해 2조원 이상의 서민대출을 지원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