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비로 가뭄의 시름을 한 줌 덜 수 있었던 2월 13일. 곧이어 아르코 소극장에서 공연될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이하 경창길)’의 배우 김선영과 이주원의 연습실을 찾았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털고 들어간 연습실에는 작년 연우 극장에서 봤던 ‘경창길’의 소소한 무대가 그대로 재현돼 있었고 구석에서는 난로 위의 보리차가 달그락 거리며 떨고 있었다. 연극 ‘경창길’은 독일 희곡 ‘오버외스터라이히’를 원작으로, 진짜보다 더 진짜 같고 사실보다 더 사실 같은 결혼 3년 차 젊은 부부의 일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김선영과 이주원은 오랜 시간 연극 무대에 서왔던 내공 깊은 배우다. 지난 해 연우 무대에서 같은 작품을 공연했던 두 배우는 “둘이 실제 부부 사이가 아니냐”는 질문을 계속 받았을 만큼 깊고 사실적인 연기로 작품을 정점에 올렸다. 김선영과 이주원은 오랜 시간 서로 알고 지내온 사이라고 한다. “(김선영)그렇게 친하지는 않지만(웃음), 우리는 원래 알고 있던 사이예요. 한 육칠년 정도 됐나?” 그러자 옆에 있던 이주원이 “그렇지. 한 그 정도 됐지”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김선영)원래 알고는 있었지만 연기로 호흡하는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에요. 제가 그동안 작품 같이 해보자고 주원이를 계속 쫓아 다녔죠(웃음).”

연극 ‘경창길’은 독일 희곡 ‘오버외스터라이히’에 뿌리를 두고 있다. 두 배우는 원작 속 인물의 캐릭터를 찾기 위해 최대한 고심했다고 전한다. “(김선영)우선 크뢰츠 작품에 있는 원본 속 인물을 찾으려고 노력했죠. 결국 그 캐릭터에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이나 철학을 조합시켰고요. 처음부터 어떤 것을 딱 정했다기보다. 많이 고민하면서 만들어 갔죠.” “(이주원)저 같은 경우는 현재성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어요. 이 작품이 70년대 작품이거든요. 지금 보는 사람들이 ‘저게 우리 이야기다’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어요.”
작품의 제목인 ‘경남 창녕군 길곡면’은 이 연극에서 단 한번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작품 중 신문기사에 등장한 지명 ‘경남 창녕군 길곡면’은 어떤 남자가 부인을 살해한 동네였던 것. 왜 이런 제목을 선택했는지 궁금했다. “(김선영)원작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오버외스터라이히’라는 제목 역시 독일의 지명이에요. 독일 변두리의 아주 조그마한 동네죠. 역으로 독일 사람이 들었을 때 ‘경남 창녕군 길곡면’ 역시 그들에게는 정말 생소한 지명이에요. 우리도 그런 느낌의 지역의 이름을 고심하다가. ‘길곡면’에 꽂히게 됐어요.”
관객이 보고 싶은 작품을 고르듯, 배우 역시 이 작품을 특히 권해주고 싶은 관객층이 있을 것 같다. 어떤 관객이 이 작품을 봤으면 하는지 묻자 김선영은 “누가 됐건 최대한 많이”라고 대답한다. “(이주원)아무래도 결혼한 부부들이죠. 연우에서 공연 했을 때 부부 관객이 많았던 날이 있었어요. 중년 부부도 있었고 신혼부부도 있었고요. 그때 공연장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어요. 관객들이 많이 공감하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었죠.” 그러다 갑자기 이야기는 어느새 서로 좋아하는 관객 취향으로 넘어간다. “(김선영)저는 개인적으로 사오십 대 이상 관객들이 좋아요. 개인적인 취향이에요. 공연할 때 그 나이의 관객들이 많으면 마음이 편해요. 아주 좋죠.” 가만히 듣고 있던 이주원이 “제 취향은 예쁜 여성이에요”라고 끼어들자 김선영은 “하하하. 그래 그렇지”하며 맞장구를 쳐준다.

배우들은 작품에 대한 고민이 많다. 매일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연습이 끝나면 항상 모여 토론을 한다. “(이주원)공연마다 작품이 조금 씩 달라져요. 연습을 하면 할수록 작품이 더 깊어지길 바랄 뿐이죠.”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은 오는 2월 25일부터 3월 8일까지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심보람 기자,사진 김고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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