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백진주 기자] 니콘, 캐논, 소니, 후지필름 등 국내 카메라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산 카메라들의 부실한 AS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일본제품들은 국내 카메라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60%를 넘어설 만큼 강세다.지난해 시장 점유율이 63.5%로 집계됐다. 하지만 한국지사들의 AS수준이 본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병행수입’은 독점 판매권을 가진 공식수입업체가 아닌 수입업체가 국내로 들여오는 것으로 수출국의 내수용 제품도 이에 속한다.
니콘의 경우, 정품이 아니면 수리비용을 부담한다해도 직영 AS센터 서비스를 거절해 일반 수리업체를 이용해야 한다. 캐논, 소니 등은 그나마 AS는 받을 수 있지만 정품에 비해 턱없이 비싼 고가의 수리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서울 대치동의 김 모 씨는 “일본 여행 당시 카메라 고장으로 AS센터를 찾았는 데 구입 이력과는 관계없이 무상AS를 받았다. 한국에서 구입한 제품이라 AS가 될지조차 걱정했는데 ‘구매방법과 상관없이 같은 소니제품 아니냐’는 직원의 말에 감동받았다”며 "반면 왜 한국에서는 구매 이력을 문제삼아 역차별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고무줄'수리비...본사-지점 270%차이
대전 오류동의 최 모(남.35세)씨는 지난 2월 25일 작년 3월에 30만원 주고 구입한 니콘 카메라의 렌즈에 이상이 생겨 대전AS센터를 방문했다.
5분가량 카메라를 점검하던 AS기사는 “렌즈에 이상이 생겨 16만원가량의 AS비용이 발생한다”고 안내했다. 수리비용에 놀라 즉시 AS요청을 거두고 카메라를 회수했다.
터무니없는 AS비용을 납득할 수 없었던 최 씨는 본사AS팀으로 택배를 보내 점검을 의뢰했다. 이틀 후 AS담당자는 ‘셔터렌즈 이상’으로 4만9500원의 수리비용을 안내했다.
엄청난 비용차이에 화가 치밀었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대전 AS센터로 AS견적서를 요청해 받아본 최 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견적서에는 환율 인상분까지 적용해 처음보다 2만 4800원이 더 많은 18만 4800원이 기재되어 있었다. 본사의 견적 보다 270% 비싼, 무려 3.7배의 수리비 청구에 기가 막혔다.
최 씨는 “일반 소비자들은 카메라 구조나 부품 등을 잘 몰라 전문가들을 믿고 맡길 수밖에 없다”며 “만약 내가 수리를 포기하고 다른 제품을 구매했다면 어쩔 뻔 했나? 그 때도 책임이 없다며 발뺌할 게 눈에 훤히 보인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니콘이미징코리아 관계자는 “대전AS센터에서 실수를 했다. 대부분 렌즈를 통째로 교체해야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카메라증상만 보고 섣부른 판단을 한 것 같다”며 “엔지니어들도 사람이다 보니 실수를 한 것 같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가 AS기사의 진단을 믿고 ‘16만원에 수리 또는 새 제품 구매’를 가정하면 단순한 실수로 소비자가 감당해야할 재산적 손실이 너무 크지 않은지 반문하자 “그렇다”고 인정했다.
▶50만원 짜리 캐논 디카, 1년만에 수리비 26만원

하지만 박 씨는 외부 충격을 준 일이 없어 단순한 고장이려니 가볍게 생각하고 거주 지역에 지점이 없어 부산센터로 AS를 택배 의뢰했다.며칠 후 담당기사에게서 “렌즈에 부품이 하나 고장 났다. 해당 부품은 따로 판매되지 않기 때문에 렌즈를 통째로 바꿔야 한다”며 26만원의 수리비를 안내받았다.
박 씨는 겨우 1년 사용한 카메라 수리비용이 구매가격의 절반이 넘는다는 사실을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무상AS기간’마저 지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새 제품 구매가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수리를 포기하고 제품 반환을 요청했다. 하지만 1달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어 3월 초 다시 독촉하자 그제야 처리해줬다.
박 씨는 “렌즈에러는 주로 외부의 충격에 의해 생기는 걸로 아는데 맹세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내 실수로 인한 고장이라면 이렇게 억울하진 않을 것”이라며 “부품문제라면서 렌즈를 모두 교체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게다가 반송 요청을 한 달간이나 지연하는 이유는 또 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캐논코리아 관계자는 “제품 특성상 복잡하게 만들어진 카메라 렌즈는 일부 부품만 따로 교체할 수 없다. 책정된 금액은 정확히 20만 3000원으로 타사, 다른 지점도 동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품 자재 하나의 문제라고 안내하지 않았으며 반송지연 건도 소비자가 AS거부의사를 명확히 하지 않아 보류의 뜻으로 인식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전문지식이 부족한 소비자가 담당기사가 언급하지 않은 내용을 알기가 쉽지 않고 이 경우 잘못된 안내로 혼란을 준 게 아닌지 묻자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담당센터에서는 소비자가 주장하는 안내는 하지 않았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먹통’카메라, 2주간 AS지연하다 20분 만에 '뚝딱'

그러나 1월초 친구 생일을 기념해 처음으로 카메라를 사용하려 하자 전원이 켜지지 않았다. 설명서 확인에도 고장 원인을 알 수 없어 일주일 후 잠실 AS센터에 카메라를 맡겼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무 연락이 없어 전화상으로 진행 상태를 문의했다. 담당자는 “물량이 많아 AS가 지연되고 있다. 곧 연락이 갈 것”이라고 답변했다.
5일후에도 아무 연락이 없자 나 씨는 ‘AS지연에 대한 이유’를 따져 물었고 직원은 이전과 같은 답으로 얼버무렸다. 이후에도 전화는커녕 문자 메시지 한 통 없었다.
기다리다 지친 나 씨는 업무도 보류한 채 부리나케 AS센터를 찾았다. 현장 직원은 잠시 후 “지금 고객의 카메라를 보고 있다”고 답변하더니 불과 20여분 만에 AS완료된 제품을 들고 나왔다.
잠시 후 담당 AS기사는 “일전에 연락한대로 메인보드가 불량이어서 교체했다”며 3만 800원의 수리비 영수증을 내밀어 나 씨를 기막히게 만들었다. 나 씨가 “무상 AS기간 아니냐”고 되묻자 그제야 다른 소비자건과 착각했다며 수리비 청구를 취소했다.
돌아와 카메라를 테스트하던 나 씨는 또 다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고가의 즉석카메라 필름 10장중 단 한 장도 남아 있지 않았던 것.
나 씨는 “2주일이 넘는 시간동안 단 한 번의 연락조차 없었다. 저가 제품이라 방치해 뒀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무상기간 확인도 없이 수리비용을 청구하고 비싼 필름 전부를 테스트용으로 사용해 버렸다니 이런 기막힌 AS는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한국후지필름 관계자는 “여러 차례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한다. 담당기사가 딱 한번 연락을 했는데 연결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했다. 반복 안내를 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답했다.
이어 “소비자가 정품 인증 스티커를 내부에 부착해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필름 또한 사용 후 급한 마음에 채워두지 못했다. 소비자에게 필름을 배송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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