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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까막눈~먹통'소비자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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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까막눈~먹통'소비자 잘못"
'사용 부주의 때문'우기면 전문 지식 없어 속수무책
  • 백진주 기자 k87622@csnews.co.kr
  • 승인 2009.04.02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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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백진주 기자] "기술적인 지식이 없다고 고장나면 무조건 소비자 잘못으로 덤터기 씌우는 가전업체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대기업 가전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전문성 결여를 빌미로 고장 원인을 사용자 부주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소비자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가전제품의 구조나 부품 등에 대해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은 고장이 나더라도 업체 전문 직원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이 같은 약점을 이용해 고장 원인을 ‘소비자 사용부주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

구매당시 제품특성이나 주의사항에 대한 상담조차 구두 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아무런 근거자료가 남지 않는다는 것도 함정이 된다. 결국 책임을 회피하는 업체 측 태도에 소비자는 억울함에 가슴 치는 일 밖에 할 게 없다. 


<사진출처-MBC불만제로>

 ◆ 세탁기 실외설치 여부는 소비자가 결정?

서울 구의동의 임 모 (여. 37세)는 지난해 4월 부모님 댁에서 사용하는 10년 된 세탁기를 교체해 드리고자 대우일렉트로닉스의 드럼세탁기를 50만원가량에 구입했다.

친정집 베란다가 실외 구조라 구입 시 판매직원에게 설치환경을 설명하고 눈, 비등의 악천후 영향이 없는지 문의했다. “덮개를 잘 씌워주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판매자의 답변을 믿고 구입을 결정했다.

며칠 후 제품을 설치하는 날에도 걱정스런 마음에 설치기사에게 실외설치에 대해 거듭 문의했고 판매자와 동일한 답변에 안심하고 설치했다. 지난 2월 6일 사용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세탁기 작동 이상으로 AS를 의뢰했다.

담당 AS기사는 “동파로 인한 배수관 파손으로 물이 기기 안쪽으로 스며들어 저수조가 깨져 교체해야 한다”며 ‘최소 20만원의 수리비용’을 안내했다.결국 외부 설치가 문제가 됐다는 생각에 고객센터로 상황을 설명하자 “제품 구입 시 제대로 설명서를 읽지 않고 설치한 소비자의 책임”이라며 발뺌했다. 

임 씨는 “구입 시 몇 차례나 설치환경에 대해 문의했고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전문가들의 답변을 신뢰하고 설치했는데 이제와 소비자의 과실로 몰며 책임을 외면하다니..”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대우일렉트로닉스 관계자는 “구입 당시 설치장소에 대한 문의를 했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할 길이 없다. 또한 판매점의 실수 부분까지 제조사가 책임질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일축했다.

이어 “이전에 같은 장소에서 다른 업체의 상품을 5년 이상 이용하면서 아무 문제가 없었던 터라 설치기사 입장에서 설치를 거부할 명분이 없었다. 올해 한파가 심한 등의 특수상황이 있었는데 제조사에서 이런 부분까지 책임질 수 없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임 씨는 "이전 훨씬 추웠던 겨울에도 문제가 없었다. 대우 세탁기에 문제가 있던지 드럼 세탁기의 특성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제품 결함이  소비자 사용부주의 탓?

경기도 화성시의 차 모(여.50세)씨는 지난 1월 초 사용 중인 삼성 하우젠 드럼세탁기 (모델 3HW124)에서  생각지도 못한 결함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차 씨는 지난 2003년 10월에 구입한 세탁기를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물 온도 40℃에 설정해두고 이용해 왔다.

2009년 새 집으로 이사 이후 빨래가 점점 더 깨끗해 지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세탁중 확인해본 결과 온수가 전혀 공급되지 않고 있었다. AS센터로 수리를 문의하자 ‘소비자 사용 과실’이라며 10만원의 수리비용을 청구했다. 고장원인을 묻는 차 씨의 질문에도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이유 없이 비용 지불에다 잘못까지 덤터기 써야 하는 상황이 억울했던 차 씨는 1달 후 본사서비스 센터로 원인을 문의했다. 그러자 담당자는 해당 제품은 ‘냉수전용’이라는 뜻밖의 답변을  했다.

‘냉수전용’제품에 온수공급기가 있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는데다 사용설명서에도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20여분 후 다시 삼성에서 연락 와 “이 모델은 60℃에서만 온수가 유입된다”고 말을 바꿨다. “제품상에 버젓이 40℃ 설정이 가능한 데 이게 무슨 소리냐? 결국 자체 결함이 아니냐”고 따져 묻자 그제야 사실을 인정했다.

차 씨는 업체 측으로  제품결함에 따른 무상 수리를 요청했지만 “구매당시에 접수했다면 무상 처리가 가능했을 텐데 이미 사용 년 수가 5년이 넘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60℃로 설정해 세탁기를 이용하고 있다.

차 씨는 “‘40℃에서 냉수전용’이란 사실을 소비자가 어떻게 알 수있냐? 게다가 직원의 말만 믿고 10만원에 온수장치를 바꿨다면 이런 기막힌 사실도 몰랐을 것”이라며 “전문성을 무기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게 아니고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누런 빨래의 ‘진범’은 세제 탓?

서울 등촌동의 홍 모(여.40세)씨는 지나 2007년 8월 LG드럼세탁기를 구매했다.

구매당시부터 빨래가 깨끗하게 되지 않는 것 같아 AS신청을 했고 “표백제를 넣고 통 세척을 해보라”는 담당자의 지시를 따랐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흰색 빨래는 온통 누렇게 변했고 양말과 와이셔츠 깃의 때는 세탁 전 후를 구별할 수 없었다. 게다가 빨래에서는 야릇한 쇳내마저 나 불쾌감이 날로 더해갔다.

홍 씨의 시어머니마저 “세탁기가 아무래도 이상한 것 같다. 구정물에 빨래를 해도 이보다 나을 것”이라고 걱정을 해 다시 AS를 신청했다.

아침 10시 방문을 약속했던 담당자는 11시에나 도착해 사과 한마디 없이 세탁기를 건성으로 들여다 봤다. 버튼 하나 눌러보지 않고 육안으로만 제품을 확인하더니 “문제없다. 단순한 개인차”라고 홍 씨를 유난스런 사람인양 취급했다. 기막힌 홍 씨가 세탁된 빨래들을 가져와 보여주자 “세제에 문제가 있거나 빨래를 색상별로 분리해서 하지 않은 탓”이라고 답했다.

세탁기 구매 시 함께 보내준 LG제품 세제를 쓰고 있는 15년차 주부 홍 씨는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이후 세탁기를 교환해주겠다던 담당자는 내일 또 내일을 반복하며 시간만 끌었다. 콜센터로 본사로 항의 끝에 힘겹게 교환을 받았지만 업체와 제품에 대한 신뢰를 잃은 지 이미 오래.

홍 씨는 “제품의 이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소비자의 유난스런  성향 탓으로 돌리고 약속도 전혀 지키지 않는 대기업의 고객 대응이 한심스럽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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