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한국을 빛내는 해외 무용스타 초청공연-김용걸과 친구들’이 지난 7월 11일과 12일, 양일간에 걸쳐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됐다. 이번 공연은 프랑스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서의 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김용걸의 고국무대이기에 공연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역시나 그는 또 한 번 한국 팬들을 놀라게 했다. 그의 섬세한 움직임과 집중력은 다른 누구에게나 볼 수 없었던 완벽한 조화였다. 짧지만 강렬한 에너지는 공연이 끝난 시간에도 관객들의 머릿속을 계속해서 파고들어 잊지 못할 여운을 남겨주었다.
이번 무대에서 김용걸은 3개의 갈라 무대를 펼쳐보였다. 먼저 공연된 작품은 지젤 2막의 파드되 장면이었다. 현 프랑스 파리 오페라 발레단 주역무용수인 오렐리아 벨레와 함께 호흡한 이 장면은 그의 섬세한 연기력이 강점이었다. 그의 몸은 새털처럼 가벼워 높은 점프력을 선보인 반면 오렐리아 벨레의 몸은 다소 무거웠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김용걸의 리드미컬한 손놀림으로 인해 커버가 되었다. 파트너를 가장 편안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이끌어낸 그의 움직임은 다른 이들에게서 볼 수 없는 또 하나의 특별함이었다. 그는 파트너를 잡아줄 때 어떤 포즈를 취해야 관객들에게 더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지 확실히 아는 발레리노였다. 김용걸은 무대에서 파트너의 허리를 잡고 자신의 다리를 이용해 중심을 잡은 후 살짝 몸을 기울였다. 그 순간까지 호흡을 잃지 않으며 온 몸과 정신을 집중했다. 이런 노력은 공연을 지켜본 관객들의 마음속까지 깊게 전달됐다.
김용걸의 다음 작품은 ‘인 더 미들 섬왓 엘리베이티드(In the middle somewhat elivated)’다. 이 작품은 세계적인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드(전 프랑크푸르트 발레단 예술감독, 현 포사이드 발레단)에 의해 만들어진 수작이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이 작품을 김용걸을 통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럽게 생각된다. 무대 안을 확연히 드러낸 공간 안에 김용걸과 오렐리아 벨레는 초록색 타이즈를 입고 탄력 있는 움직임을 펼쳤다. 여자 무용수인 오렐리아 벨레는 1부 공연 ‘지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등장해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그녀의 움직임은 거침이 없었고, 몸도 가벼워 훨씬 아름다웠다. 또한 강약의 느낌이 뚜렷한 음악은 탁탁 끊어진 포인트와 함께 어우러져 김용걸의 모습을 더욱 강렬하게 만들었다. 특히 어두운 분위기에 엷은 조명만 이용해 움직임을 더 부각시킨 점에서 연출가의 탁월한 안목이 전해진다. 빠르고 역동적인 안무가 유연하게 흐르는 이 작품은 김용걸의 섬세한 움직임으로 더욱 살아난다.
이번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작품은 김용걸의 ‘아레포(AREPO)’였다. 이 역시 세계적인 안무가인 모리스 베자르가 파리 오페라 발레단을 위해 만든 전막 작품이다. ‘선’과 ‘악’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은 ‘악’을 표현하는 역할의 솔로 중 하나다. 하얀색 분칠을 한 김용걸은 붉은색 타이즈를 입고 부드러움과 강렬한 움직임을 동시에 펼쳤다. 때론 동작을 크게 움직여 강하게 뿜어내다가 골반을 돌리는 터치미로 섹시한 매력을 발산했다. 다소 중성적인 느낌의 이 안무는 김용걸의 탁월한 움직임으로 관객을 압도했다. 특히나 그의 눈빛은 매섭다가도 은근하게 바뀌어 묘하게 다가왔다. 김용걸의 색다른 변신은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줌과 동시에 설렘을 안겨주었다. 이 마음 역시도 김용걸의 묘한 마력에 금세 이끌려버린 것이다. 남자무용수로서 이중적 자아의 이미지를 단번에 각인시켜준 김용걸, 그는 역시 최고였다. 작품 ‘아레포(AREPO)’의 가치를 최상으로 끌어올린 그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뉴스테이지=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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