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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남에서 샬롯을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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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남에서 샬롯을 찾아주세요!
오페라 ‘베르테르’의 양송미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9.08.25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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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30, 31일 양일간에 걸쳐 오페라 ‘베르테르’가 하남문화예술회관 대극장 검단홀에서 공연된다. 오페라 ‘베르테르’ 속 여주인공 샬롯은 메조소프라노로 설정해 기존 소프라노의 여주인공들과 차별화시켰다. 이번 작품에서 샬롯을 새로운 음색으로 그려낼 배우 양송미는 개인연습 시간에도 악보를 눈에서 뗄 수가 없을 정도로 행복하다고 한다. 자신의 현실과 사랑 사이에서 고뇌하는 샬롯을 노래할 배우 양송미는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극장과 그라츠 오페라하우스에서 주역을 100회 이상 공연한 베테랑이다.

- 여주인공인 샬롯을 맡게 되신 배경이 궁금합니다.

한창 국립오페라단의 ‘노르마’ 연습이 진행되고 있을 당시에 오디션을 거쳐 여주인공의 영광을 안게 됐는데요. 사실은 거의 포기할 뻔 했었답니다. 국립오페라단의 ‘노르마’가 굉장히 중요한 프로덕션이어서 오디션에 쏟을 기운이 없는 상태였거든요. 오디션을 포기하기 직전까지 갔었는데 용기를 냈죠. 시대별로 오페라 발성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소리의 빛깔을 벨리니에서 금방 마스네로 바꾸어 오디션을 한다는 것이 무리였지만, 심사위원분들께서 잘 봐주신 것 같아요. 이제껏 공부해온 여러 가지 발성과 ‘노르마’ 공연으로 배운 다양한 표현 방법을 종합해서 정말 아름다운 샬롯을 보여드리려 노력하겠습니다.

- 양송미씨는 오페라 ‘베르테르’를 어떻게 해석하고 계시나요?

아무래도 샬롯의 관점에서 오페라를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샬롯은 한마디로 ‘약속(Les serments)’과 ‘의무(Le devoir)’라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인이에요. 우리사회에서 약속과 의무는 매우 중요한 덕목이지만 이것들과 늘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 우리의 감정과 욕구죠. 돌아보면 저 또한 이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었고, 아직도 여러 가지 면에서 갈등과 타협하면서 살아가고 있는데요. 이 작품에서만큼은 마음껏 감정에 빠질 수 있어서 행복해요. 샬롯은 죽어가는 베르테르를 보면서 마음 속 깊이 묻어놓았던 말 ‘당신을 사랑해요(Je t’aime!)’를 외쳐요. 약속과 의무를 다 버리고 사랑을 선택한 거죠. 감정이 극으로 갈 수 있는 이 시원함을 현실에서는 누리기 힘든데, 이 작품 속에서 저와 함께 맘껏 누려보시지 않으렵니까?

- 오페라 ‘베르테르’는 기존의 한국 오페라와 달라진 점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부분이 달라졌나요?

첫째로 한국에서의 단골 레퍼토리가 아니라는 점과 한국말 공연과 원어 공연을 번갈아 공연 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오페라에서 메조소프라노가 사랑의 여주인공을 맡았다는 점도 꼽을 수 있겠네요. 기존의 오페라라고 하면 한국에서는 주로 베르디, 푸치니 오페라와 그 이전시대의 오페라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요. 마스네의 오페라는 좀처럼 무대에 올리지 않는 작품이었어요. 불어로 쓰인 오페라인데, 이번에 불어 공연과 더불어 한국어 공연을 하는 거죠. 오페라 베르테르는 그런 점 때문에 번역해서 불렀을 때에 더 감동적일 것 같아요.

- 오페라 ‘베르테르’ 연습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도 해주세요.

개인연습 시간에도 악보를 눈에서 뗄 수가 없어요. 너무 행복해서죠. 이제껏은 사실 대본 분석에 이렇게까지 매달리진 않았는데요. 이 작품은 인물의 심리묘사가 아주 치밀해요. 이 말을 할 때 샬롯이 어떤 마음이었을까, 베르테르는 샬롯의 어떤 말과 모습에 그토록 사랑했을까, 어떤 목소리를 내고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를 생각하다보면 시간가는 줄을 몰라요. 인물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제 마음에 와서 박히는 거죠. ‘사람의 마음을 송두리째 움직이는 말 한마디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는 것도 정말 재밌고요. 아직은 연습 초반이기 때문에 주로 저 혼자 밑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앞으로 연습하면서 지휘자님, 상대배역 분들과 호흡을 맞춰가다 보면 그 소용돌이치는 감동의 파고에 오르게 되겠지요? 그 순간을 기대할 수 있는 것 또한 큰 기쁨이죠.

- 오페라를 재밌게 관람할 수 있는 법에 대해서 노하우를 무엇인가요?

언젠가 조수미씨가 똑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재치 있는 대답에 한참동안 웃었습니다. ‘충분히 주무시고 오세요’라고 말하셨죠. 요즘 같이 바쁜 시대에 즐기는 것도 준비하고, 시간과 물질과 정열을 쏟는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으실 텐데요, 오페라 줄거리를 한번 검색해보세요. 또 음악이나 동영상을 한번 보고 오신다면 좋을 것 같아요. 여력이 되시는 분은 대본도 읽어보시고, 여러 CD, DVD를 보신 후에 비교감상하시면 즐길 수 있는 부분은 더 많아 질 수 있답니다. 그리고도 더 정열이 있으신 분들은 악보를 구하셔서 노래도 해보시고요. 웹사이트, 인터넷 오페라 동호회, 예술의 전당 자료실, 집 근처 도서관 같은 곳에 가시면 자료들을 쉽게 구하실 수 있어요.

- 오페라 ‘베르테르’의 제작발표회 당시 “열심히 살빼서 예쁜 샬롯으로 돌아올게요”라는 말을 남기셨는데, 예쁜 샬롯이 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계신지 알려주세요.

기억하고 계시네요. 평소에 싫어하는 양배추와 토마토 많이 먹고, 저녁도 굶고 있어요. 연출 연습 들어가게 되면 힘들어서 또 초콜릿 듬뿍 발린 크림도넛을 찾게 될 텐데,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웃음)

[뉴스테이지=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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