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민희 기자] 보험 설계사들의 불완전 판매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선천성 질환까지 보장한다는 설계사의 말을 믿고 태아보험에 가입했던 소비자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한 사연을 털어 놓으며 분노했다.
그러나 보험사 측은 "설계사가 허황한 설명을 한 적이 없다"고 강력하게 맞서 진실게임으로 번지고 있다.
올해 5월 29일 쌍둥이를 출산한 울산 중구 반구동의 김 모(여․33세) 씨는 임신 중에 혹여 있을지 모르는 저체중, 선천성 질환 등에 대비해 태아보험을 알아보던 중 잘 알고 지내던 비전속대리점(여러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상품 판매)의 A설계사로부터 흥국생명 가입을 권유받았다.
김 씨에 따르면 A설계사는 '쌍둥이는 동양생명과 흥국생명 두 군데만 받아주는데 그것도 첫 애만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동양생명에 가입하길 원했지만 설계사는 '흥국생명이 선천성 질환에 대한 보장성이 크다'고 권유해 2008년 12월 28일 흥국생명 '무배당 소중한 자녀사랑보험'에 가입했다.
그는 보험 한 개로는 부족할 것 같아 2009년 3월 9일 우체국 예금보험 소속 B설계사의 권유에 따라 '꿈나무 헬스케어 보험'(만기환급형) 주보험과 선천이상특약에 가입했다. '만약 아이가 선천성 질환으로 수술을 받을 경우 5종을 적용해 입원․수술비로 500만원을 지급한다'는 설계사의 설명 때문이었다.
김 씨는 출산 후 첫째 아이의 심장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검사 결과 선천성 심장질환인 '활로씨 사징' 진단을 받았다. 아이의 폐동맥이 좁고 판막이 기형이라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말에 500만원이 넘는 수술비가 걱정됐지만 흥국생명과 우체국 보험이 있었기에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수술을 앞둔 한 달 전 흥국생명 측은 "태아보험은 2006년부터 선천성 질환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해왔다. 우체국 보험 역시 입원비 16만원과 수술비 100만원만 지급했다.
흥국생명 약관은 선천 기형, 변형 및 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질병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체금 예금보험 약관에도 주보험은 선천성 질환은 보장하지 않고 선천이상특약의 경우 입원비(입원일수 1인당, 120일 한도) 2만원, 수술비(수술 1회당) 100만원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는 "설계사들에게 연유를 물어봤더니 두 설계사 모두 '당연히 되는 줄로 알았다'며 책임을 회피했다"며 "설계사들에게 기본적인 교육도 시키지 않고 무조건 상품만 많이 팔도록 한 보험사들이 원망스러웠다"고 분개했다.
그는 "이름만 태아보험일 뿐 선천성 질환은 보장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피해를 입은 부모들이 많다. 소비자가 알아야할 상품내용을 축소, 허위로 판매하는 보험 사기극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흥국생명 관계자는 "담당설계사는 보험을 권유한 적도, 흥국생명의 선천성 보장이 더 크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전면 부인하고 있다"며 "양 측의 주장이 너무 달라 지금으로서는 누구의 말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설계사 A씨에 따르면 제보자는 태아보험과 관련해 여러 보험 상품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본 후 자신에게 보험가입 의사를 밝혔고 이에 상품설명서와 약관 등을 놓고 상세하게 설명했다는 주장이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제보자의 민원이 접수되면 설계사에게 경위서를 받고 자체조사를 벌여 진위를 파악할 것"이라며 "만약 설계사의 잘못이 드러날 경우 1차적으로 보험사에서 책임을 지고 추후 설계사와 비전속대리점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형태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태아보험과 관련해 "쌍둥이의 경우 흥국생명과 같은 일부 중소보험사에서는 가입이 되지만 큰 보험사들은 아예 받지도 않는다. 가입해 주고도 욕먹는다면 누가 해주고 싶겠느냐"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우체국 예금보험 보험심사팀 관계자는 "제보자의 민원이 접수되면 설계사의 모집과정 등 경위를 조사해 사실여부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김 씨는 "A설계사는 집까지 찾아와 '그런 줄 몰랐다', '선천성도 보장되는 줄 알았다'고 했는데 문제가 생기니까 말을 바꾸고 있다"며 "금융감독원에 설계사 관리문제와 보험사들의 횡포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