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연말을 앞두고 부실채권 정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권고한 연말 '부실채권비율 1%' 달성을 위해 수조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상각과 매각,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등을 통해 정리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은행들은 부실채권 회수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다 연내 추가로 부실이 발생할 수있어 연말까지 목표 부실채권비율을 맞추기 어려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부실채권이 추가로 늘어나면 국내 은행들은 4분기에만 2조 원 이상의 순이익을 허공에 날릴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3천500억~4천억 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ABS 발행으로 정리하고 1천억 원 어치는 상각키로 했다.
기업은행은 부실채권비율을 1.5%에서 연말에 1.24%까지 낮춰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한달동안 부실채권을 ABS와 상각하거나 매각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3천억~4천억 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상각과 매각을 통해 정리해 부실채권비율을 연말까지 1% 정도로 맞추기로 했다.
국민은행도 9월 말 기준으로 8천억 원 규모 정리대상 부실채권을 연말까지 회수와 매각, 상각 등을 통해 처리하고 우리은행은 1조 원 미만의 부실채권을 계열 부실채권정리 회사인 F&I와 캠코에 매각하거나 상각해 정리키로 했다.
농협은 8천억 원 안팎의 부실채권을 정상화하거나 회수하는 데 주력하고 있어 연말 목표 부실채권비율을 맞출 수 있을지 우려되고 있다. 농협은 9월 말 1.76%인 부실채권비율을 연말까지 1.12%로 대폭 낮춰야 한다.
은행들은 또 최근 금융감독당국이 건전성 강화를 주문함에 따라 연말까지 추가로 부실채권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당국은 은행들에 기존 요주의 여신도 고정이하 여신으로 낮추라고 주문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실채권 처리가 쉽지 않다.금융감독당국이 기업과 개인의 신용등급 조정을 통해 건전성을 강화하라고 주문했기 때문에 연말에 부실채권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또 부실채권 매각에 최소 3개월 가량 소요되는데 연말까지 1개월정도 밖에 남아 있지 않아 더욱 고심하고 있다.
이같은 연말 부실채권 정리로 은행들은 4분기 순이익 2조 원 가량을 날릴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연말에 부실채권비율을 1% 수준으로 낮추면 하반기에 추가로 발생할 국내 은행권의 손실 규모는 2조7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3분기 중 충당금 적립액을 제외하면 4분기에 추가로 발생할 은행권 손실규모는 1조9천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은행들은 그러나 연말에 예상하지 못한 추가 부실채권이 발생하면 은행권 손실규모는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