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는 자동차를 판매하면서 현대캐피탈 이용고객에게만 낮은 할부금융 금리를 적용하고, 현대카드 고객에만 포인트 할인혜택을 주고 있다.
이같은 지원으로 현대카드는 설립 8년 만에 업계 2위로 올라섰고, 현대캐피탈은 자동차 할부금융시장의 70%를 장악했다.
2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현대카드 이용실적은 13조1천120억 원으로, 12조9천188억 원에 그친 삼성카드를 1천931억 원 차이로 앞섰다.
자동차 판매 호조에 힘입어 두 분기 연속 삼성카드를 제치고 전업카드사 기준으로 2위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현재 카드사 1위는 옛 LG카드와 통합한 신한카드다.
현대카드는 2003년 현대차와 제휴계약을 맺고 포인트 할인제도를 도입하면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현대.기아차는 현대카드 고객에게 최고 50만 원의 세이브포인트(선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판매가격의 50만 원을 할인해주는 대신 이후 3년 동안 신용카드 결제금액의 2%를 적립해 되갚도록 하는 제도다.
현대M카드로 결제할 때 쌓인 포인트로도 차 값을 지불할 수 있는데 이를 감안하면 최고 200만 원까지 할인이 가능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이성헌(한나라당) 의원실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세이브포인트 할인금액의 70%를 부담하고 현대카드는 30%만 부담하고 있다. 그런데 고객이 카드사용을 통해 되갚는 포인트는 현대카드가 독차지하고 있어 부당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지원에 힘입어 2002년 12조1천627억 원에 불과하던 현대카드의 취급액은 작년 42조6천900억 원으로 3.5배로 급성장했다.
경쟁 카드사는 신용판매 실적 중 자동차 판매액이 1~2% 수준에 불과하지만, 현대카드는 14~15%에 달한다. 게다가 자동차를 구매하면서 이용한 세이브포인트를 갚으려면 현대카드로 결제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대.기아차는 현대카드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또한 현대캐피탈 할부금융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에게만 3~5%대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현대캐피탈을 할부금융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로 키웠다.
현대캐피탈에서 돈을 빌려 현대.기아차를 살 때 기본금리는 8.75%이나 이번 달 기준으로 로체와 스포티지를 살 때는 3%, 포르테와 쏘울, 모하비를 살 때는 5%, 아반떼와 i30, 스타렉스, 산타페를 구매할 때는 5.5% 금리를 적용한다.
업계에서는 현대캐피탈이 조달금리(5~6%대)보다 낮은 금리로 할부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은 현대.기아차가 손실을 보전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공정위도 지난 2002년 금리정산 약정을 통해 현대캐피탈 고객에만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할부금융 시장점유율을 확대해온 현대차와 기아차에 시정명령과 함께 각각 49억원, 2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는 공정위의 결정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고 2004년 법원은 현대캐피탈을 이용하지 않는 현대차 구입자가 현대캐피탈 이용자보다 불리하나 소비자의 선택에 따른 것이라며 현대.기아차의 손을 들어줬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시장의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금융 계열사를 지원하고, 현대캐피탈은 이를 통해 할부금융시장의 지배적 사업자가 됐는데 차별적 취급 내지는 부당지원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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