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실손 의료보험의 자기 부담금 비율이 종전 100%에서 90%로 축소되면서 이전에 보험을 계약한 소비자가 엉뚱한 유탄을 맞았다. 보험가입 후 의료실비 담보를 언제든 추가해 보장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믿고 계약했다가 관련법이 바뀌어 낭패를 본 소비자가 억울함을 호소했다.
반면 보험사 측은 "관련법 개정으로 어쩔 수 없다"고 반박했다.
LIG손해보험에서 5개월 간 설계사로 일했던 경기도 평택시 서정동의 신 모(여.33세) 씨는 2007년 11월 29일 어머니 명의로 무배당 LIG웰빙보험(통합보험)에 가입했다. 가입조건은 보험료 월 13만원 20년 납입 80세 만기로 자동차와 운전자보험, 화재보험, 세대보장(계약 1년 후 배우자 , 자녀 등 직계가족 추가 가입)이 가능했다. 특히 질병의료비는 5년 납입 5년 만기로 3천만원에 통원비 10만원이 보장되는 조건이었다.
당시 담당설계사는 어머니 연세가 많아 질병의료비 보장을 받으려면 건강검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개인사업으로 시간이 여의치 않아 보험사 소속의 간호원(방문 진단)과 만나기 어려웠고 결국 질병의료비는 담보설정이 안 돼 일단 사망보험만 넣었다.
지난 해 보험사를 그만두고 주부로 지낸 신 씨는 올해 7월 경 뉴스를 통해 8월부터 실손 의료보험제도가 바뀌어 보장성이 90%로 축소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설계사에게 연락해 질병의료비 담보설정을 신청했다. 8월 보험사 소속 간호원이 방문해 어머니의 혈압과 혈액 체취 등 검진 후 돌아갔다. 설계사는 검사 결과가 나오면 자신이 알아서 보험사에 질병의료비에 대한 담보 승인 요청을 할 테니 걱정 말라고 안심시켰다.
신 씨는 설계사를 믿고 가입이 된 줄 알았으나 11월 22일 인터넷을 통해 계약내용을 확인한 결과 질병의료비 보장이 여전히 빠져 있었다. 설계사에게 전화해 이유를 따지자 '의료실비 관련법이 바뀌어서 질병의료비 보장이 안 되니 보험을 새로 가입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2007년 이후 25회 보험료를 납입한 신 씨로서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신 씨는 "설계사는 계약자가 원할 경우 보험 가입 후 언제든지 담보추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는데 막상 추가하려니까 법이 바뀌어 안 된다고 발뺌하고 있다"며 "건강검진 후 승인여부에 대한 설명이나 8월~10월까지 기존계약자에게 유예기간이 있었는데도 일언반구도 안내하지 않았다"고 분개했다.
설계사는 '3개월간 유예기간이 있었는지 몰랐다'고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 씨는 "보험사에서 관련법 개정 당시 설계사 교육을 소홀히 해 이런 결과가 빚어졌다"며 원망했다. 기존 계약자들, 특히 질병의료비나 세대보장 등이 안 돼 있는 계약자들에게 변동사항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월 22일 보험업감독규정이 개정되면서 실손 의료보험에 자기부담금 제도를 도입, 보장비율을 현행 100%에서 90%로 축소했다. 개정된 보험업감독규정은 8월 1일 시행일부터 체결되는 신계약에 적용됐다.
단, 8월 이전에 가입한 계약자의 경우 종전대로 100% 보장을 받고 시행일부터 9월 30일 사이에 계약을 체결할 경우 3년까지 100% 보장, 이후 90%가 적용된다. 보험회사 및 보험모집에 종사하는 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이 사실을 알리도록 했다.
신 씨는 "당초 보험 계약 시 약속했던 조건대로 의료실비를 보장해 달라"며 승인 지연과 고지미비에 대한 보험사의 명확한 해명을 촉구했다.
반면 LIG손해보험 관계자는 "보험업감독규정이 바뀌면서 발생한 일로 8월 이전 상품은 판매가 중지됐기 때문에 우리도 어쩔 수 없다"며 "제보자는 일반계약자와 달리 설계사로 일한 적이 있어 잘 알 텐데 고지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제보자 어머니의 건강검진에는 이상이 없지만 검진시기가 개정법이 시행된 8월이었기 때문에 추가 담보설정이 거부된 것"이라며 "설계사가 이 사항을 고지했는지 여부는 명확히 확인이 안 되지만 제보자가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의료비 부분은 5년 만기 후 재갱신 시 추가 담보설정을 하면 보장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신 씨는 "2007년 보험상품은 의료실비 부분만 변경해 지금도 여전히 판매하고 있다"며 "당시 가입한 보험에는 질병의료비 부분이 빠져 있는데 보험사 주장대로라면 보험을 또 다시 새로 가입해서 5년 후 갱신 때 추가담보 설정을 하라는 말인데 보험을 이중으로 판매하려는 얄팍한 술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제보자는 의료실비 담보를 언제든 추가할 수 있다는 설계사의 설명을 믿고 계약했지만 관련법이
바뀌어 보장받지 못하게 됐다. 사진은 제보자 신 씨 어머니의 가입설계서와 질병의료비 보장내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