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민희 기자] 경기불황으로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소규모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많지만 달콤한 프랜차이즈 유혹에 빠졌다가 빈손들고 나오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적은 돈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광고에 섣불리 뛰어 들었다가 돈만 날리거나 정확한 부동산 정보 부족으로 보증금을 떼이는 피해도 다반사다.
시중 서점에는 창업 노하우와 비법 등을 소개하는 서적이 넘쳐날 만큼 '창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지만 장기적인 비전과 충분한 준비 없이 단순히 유행과 돈만 쫓다가는 패가망신의 길로 갈 수 있다.
"월수입 300만원 보장 달콤한 창업 유혹..그러나 꽝"
고령인데다 취업난으로 일자리를 찾지 못해 고민하던 경기도 이천 사음동에 사는 조 모(여․64세) 씨는 한 케이블채널에서 쥬얼리 회사인 A사의 창업 광고를 보고 찾아갔다.
업체 관계자는 '회사에서 영업점포의 섭외 및 설치를 무상으로 지원해 창업을 도와주고 장소 이전 시 재섭 외 및 재설치 등 모든 것을 책임진다. 창업주가 관리만 잘하면 한 곳에서 150만~300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장담했다.
조 씨는 서울지역에 위탁점 2곳을 내는 조건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700만원을 지불했다. 또한 이후 1곳을 더 추가해 창업자금으로 1천50만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6월 경 점포를 오픈, 5개월간 운영했으나 업체 측의 말과 달리 모든 점포에서 200만원도 벌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10월 14일 업체 측에 계약해지 의사를 밝히고 타인에게 점포를 양도할 수 있도록 두 달여의 시간을 주었으나 감감무소식 이었다"며 "적은 돈으로 창업할 수 있다고 유혹하고는 계약금을 받자 돌변해 창업으로 오히려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분개했다.
반면 A사 관계자는 "상당부분 억측주장을 펴고 있다"며 "계약 당시 예상수익이라는 점을 충분히 설명했고 회사는 물품구매에 대한 계약을 맺었을 뿐 판매에 대한 관리책임은 모두 제보자에게 있다"고 상반된 주장을 폈다. 이 관계자는 "인수자가 없어 양도양수가 지연돼 이를 조 씨에게 설명했으나 소송을 걸겠다고 위협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조 씨는 "생계유지가 힘든 상황인데 인수자가 나타날 때까지 계속 기다리라고 하는 건 너무 무책임한 태도"라고 주장했다.
"계약 후 180도 돌변..인수자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
친구와 동업을 준비하던 서울 은평구의 최 모(남.36) 씨는 TV에서 방영중인 창업프로그램을 통해 B업체를 알게 됐고 지난 4월 업체 본점을 찾아갔다. 대리점은 음료수 위탁판매 업체로 본사에서 40곳을 직접 섭외해준다고 했다. 이중 30곳에는 기기 및 음료가 들어가고 10곳은 음료만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업체 담당자의 설명에 따르면 대리점은 노래방, 주점, 식당, 편의점 등에 제품을 공급하는데 한 병 당 단가는 1천600원, 이중 500원의 이윤이 남는다고 했다. 창업비용은 팜플렛과 음주측정기기 및 설치대, 초도물량과 대리점 교육비를 포함해 1천983만원을 예상했다.
담당자는 '추후 다른 인수자에게 넘기면 이 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고 한 달에 300만원 정도 수익이 난다. 만약 반응이 좋지 않을 시 추가비용 없이 재섭외를 해주겠다'고 설명했다.
최 씨는 친구와 상의 끝에 창업을 결심하고 대리점 섭외가 끝난 후 대리점계약서를 전해 받았다. 대리점을 찾아가 물량을 다 받고 헤어진 후 일주일간 주문전화가 없었다. 대리점 현황을 파악할 겸 찾아갔으나 7곳의 대리점에서 물건을 다시 회수해 가라고 했다. 업체 측에 재섭외를 요청했으나 추가비용이 든다면 태도가 돌변했다.
최 씨는 결국 업체를 찾아가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인수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라는 황당한 답변만 돌아왔다.
"사업자등록 없어?~보증금1원도 못 줘"
경기도 안산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 모(여․34세)씨는 지난 2월 중순께 가게를 열기 위해 보증금 2천만원, 월세 70만원을 내고 상가를 임대 받아 인테리어 작업을 해왔다. 그러나 임대 받은 지 채 2달도 안 돼 이 씨의 상가가 경매로 넘어가 바로 상가를 비워줘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식당 인테리어 작업에 바빠 사업자등록도 미뤄두고 있던 터라 이 씨는 상가임대차보호법도 적용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보증금도 받지 못하고 당장 쫓겨나야 하는 이 씨로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문가들을 찾았지만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말만 듣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이 씨는 "상가가 경매로 넘어가 장사를 못하는 것은 물론 보증금도 못 찾게 됐다. 어려운 시기 한 푼 벌려고 창업했다 모든 재산 날리게 됐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