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밤, 숨소리마저 삼켜버릴 듯한 어둠을 등지고 첨탑들이 서 있다. 유럽의 어느 성당일까. 어쩌면 시계탑일지도 모른다. 내리는 눈 사이로 보이는 도시의 모습이 오래된 역사속의 흑백사진처럼 어렴풋하다. “아”하고 소리치면 메아리 홀로 맴돌다 영영 사라질지도 모르는 이곳.
그 곳에 두 사람이 서 있다. 미소를 머금은 소년과 한 노인. 고수머리 위에 빛바랜 자줏빛 모자를 눌러쓴 소년은 두 손을 모은 채 즐거운 듯 노래를 부르고 있다. 검댕이 묻은 남루한 자켓은 누구에게서 물려 입은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의 얼굴은 초라한 행색을 잊게 할 만큼 말갛다. 소년 곁에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노인이 서 있다. 아무렇게나 뻗친 백발 위에 공단모자를 꾹 눌러쓴 모습이 꽤나 고집스럽다. 실크 타이를 매고 한껏 차려입었지만 어딘가 그늘진 그의 표정. 대조적인 두 사람의 머리 위로 은빛 글씨의 ‘크리스마스 캐롤’ 이 떠오른다. 산타의 수염처럼 한껏 서체를 말아 올린 타이틀에서 눈송이가 떨어진다. 어린아이에게도, 구두쇠 노인에게도. 마치 선물처럼.
찰스디킨스의 불후의 명작 ‘크리스마스 캐롤’이 서울예술단의 명작뮤지컬로 다시 태어난다.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구두쇠 스크루지의 시간여행을 다룬 이 작품은 2003년 초연을 시작으로 2008년까지 해마다 관객을 찾아오며 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공연에는 수년간 스크루지 역을 맡아온 배우 박석용과 영화 ‘과속스캔들’로 화제가 된 아역배우 왕석현이 출연해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사한다.
2009년 겨울, 아름답고 가슴 따뜻한 감동을 선사할 뮤지컬 ‘크리스마스 캐롤’은 12월 19일부터 12월 31까지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올림픽역도경기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박경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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