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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휴대폰 담보 대출..'덫' 걸리면 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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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휴대폰 담보 대출..'덫' 걸리면 끝장"
여러대 개통해 거액 휴대폰비 떠 안기고 '증발'..경찰도 손 못써
  • 임민희 기자 bravo21@csnews.co.kr
  • 승인 2009.12.22 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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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휴대폰을 담보로 수억원의 대출사기 행각을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은 무등록 기업형 대부업자들이 대출사기에 사용한 대포폰.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최근 휴대전화를 개통해 담보로 맡기면 돈을 빌려 주겠다고 유인, 수천 명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일당이 붙잡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가운데 유사한 피해사례가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도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30만원의 돈을 빌리려다 대출업자들이 담보물로 가져간 휴대폰으로  500만원의 요금을 발생시켜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소비자의 억울한 사연이 공개됐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김 모(여.42세) 씨는 지난 8월 초 급전을 빌리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다 대출정보를 제공하는 중개사이트 '돈XX'를 발견하고 대출신청을 했다. 월 20만원이 넘는 높은 이자가 부담됐지만 일단 1~2개월만 빌린 후 빨리 갚으면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다음날 실장이라는 사람이 대출자격을 확인해 줄 테니 주민등록증과 인감 사본을 팩스로 보내 달라고 해 형식적 절차라고 생각해 별다른 의심 없이 서류를 보냈다.

대출업자는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안되지만  휴대폰을 몇 개 주문해서 담보로 맡기면 30만~40만원 정도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휴대폰은 자신들이 주문하겠다며 인터넷 쇼핑몰 A사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요구했다.

원했던 금액은 아니지만 얼마간의 돈이라도 빌릴 수 있다는 말에 개인정보를 알려줬고 며칠 후 6대의 휴대폰이 집으로 배송됐다. 대출업자의 요구대로 다시 퀵으로 보냈고 김 씨는 30만원의 대출금을 손에 쥐었다.


얼마 후 휴대폰이 전부 김 씨의 명의로 개통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 씨가 보내준 주민등록증을 이용해 손쉽게 개통됐던 것.

휴대폰을 개통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기에 황급히 업체 측에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간 연락을 주고받았던 번호 역시 결번이었다.

통신사를 찾아가 6개 휴대폰을 모두 중지시키고 요금을 확인한 결과 500만원에 육박했다. 업체 측의 휴대전화 번호도 조회해 봤지만 대포폰이었다.

통신사 측은 대출업자에게 아무 의심 없이 개인정보를 넘긴 것은 김 씨의 잘못이라며 대금 납입을 독촉했다. 김 씨는 경찰에 대출업자들을 사기혐의로 고소했으나 한달 반이 흐른 후 '행방을 찾을 수 없어 수사가 종료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절망했다.

현재 휴대폰 요금에 대한 채권은 신용정보회사로 넘어간 상태로 김 씨는 500만원을 기일 내에 납입하지 않을 경우 신용불량자가 된다.


홀로 아이를 키우며 직장에 다니고 있는 김 씨는 "대출업자에 대한 명확한 확인없이 개인정보를 넘긴 것은 잘못이지만 힘없는 서민들을 등쳐먹는 악랄한 사기수법에 할 말을 잃었다"며 "100여 만원의 월급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내가 사용하지도 않은 휴대폰 비를 갚지 못해 월급까지 차압당하면 길바닥에 나 앉게 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대출 중개 사이트 돈XX 측은 "돈을 빌리는 사람과 돈을 빌려주는 사람들이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시장만 형성할 뿐 대출로 인한 피해는 모두 개인의 몫"이라며 "회원관리를 하고 있지만 여러 대출사이트들이 그렇듯이 가입시 휴대폰을 통해 인증절차만 거칠 뿐 대포폰 등을 이용해 악의적으로 가입할 경우 막을 방법은 없다"고 일축했다.

사건을 담당했던 관악경찰서 경제2팀 관계자는 "대포폰을 사용해 사기 친 후 잠적하면 단서가 없기 때문에 찾을 수 없다"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로 김 씨처럼 휴대폰을 담보로 대출사기 피해를 입는 사례는 적지 않다. 최근 같은 수법으로 돈을 빌려주겠다며 사기행각을 벌인 일당 9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1년 간 급전이 필요한 2천200명이 걸려들었고 피해액만 60억 원에 달하고 있다.  

이들의 범행수법은 무작위로 대출 광고 문자메시지를 보내 피해자들이 걸려들면 휴대전화 소액 결제로 인터넷 게임 아이템 등을 구입해 판매하거나 '대포폰'으로 되팔았다.

지난 해 여름 사업을 시작한 이 모 씨는 '휴대전화를 몇 개 개통해 담보로 맡기면 1천500만원을 빌려주겠다‘다는 제안을 받고 6대를 개통해 맡겼지만  대출은 커녕 600만원에 이르는 통신비만 떠안았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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