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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점'사면초가'③] 문어발 점포 확장 수익성 악화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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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점'사면초가'③] 문어발 점포 확장 수익성 악화 자초
제조업체엔 가격인하 압력 횡포... "싫으면 떠나라" 으름장
  • 백상진 기자 psjin@consumernews.co.kr
  • 승인 2006.10.23 0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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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 마트의 문어발식 점포망 확장은 유통점의 수익성 악화와 함께 제조업체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익명을 요구한 P유가공업체의 대표이사는 “예전에는 눈꼽만큼이라도 이익이 날 정도로 사정을 봐주며 가격을 후려쳤는 데 지금은 달라졌다"며 "가격을 ‘똔똔(본전)’이하로 깎는 바람에 팔면 팔수록 적자”라고 밝혔다.

    역시 이름을 밝히기 거부한 대형 식품업체 C사 관계자는 “가격을 내리기 싫으면 매장에서 철수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 일쑤"라며 "점포수가 많은 업체일수록 횡포가 더 심하다”고 말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7월3일∼11일 백화점ㆍ할인점ㆍ홈쇼핑 등 39개 대규모소매점업자와 거래하는 납품업자 또는 점포임차인 1395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백화점 70.5%, 할인점 69.7%, 홈쇼핑 63.4%가 납품업자나 점포임차인에 부당한 거래를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납품업자와 점포임차인이 가장 많이 지적한 대규모소매점의 부당행위는 상품대금을 부당하게 깎는 행위(56.4%)였다.

    또 47.7%는 사은품 제공, 염가납품, 특별판매행사 참여, 상품권 구입 등을 강요받았다고 털어놨고 40.1%는 대규모소매점이 사전에 서면 약정 없이 광고비나 경품비 등을 부당하게 전가했다고 토로했다.

    경제에는 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근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은 무려 40%대까지 치솟았다. 미국(5%대)의 8배수준이다. 일자리가 없으니까 너도 나도 장사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할인점 핵폭탄'을 맞은 중소 상인들은 가게 문을 닫으면서 먹고 살길이 막막해지고 있다. 할인점들의 큰 손아귀에 몰려 발버둥을 치고 있는 제조업체들은 경기침체까지 겹쳐 신규 고용창출과 임금 인상은 커녕 구조조정을 해야할 판이다.

    할인점 매장에 가 보면 직원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매장에 있는 상당수 직원들도 할인점들의 강압을 이기지 못해 제조업체들이 파견한 사람들이다. 할인점들의 고용창출효과가 미미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국 할인점이 경제력 집중,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를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점포가 난립해 가격경쟁을 벌인 결과 소비자들이 제품을 싼값에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자칫하면 과잉구매, 충동구매를 하게 돼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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