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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오너경영' 가속…체질 개선? 부의 대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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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오너경영' 가속…체질 개선? 부의 대물림?
  • 류세나 기자 cream53@csnews.co.kr
  • 승인 2010.12.29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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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 '오너경영' 바람이 불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필두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오너들이 잇따라 경영일선에 복귀한데 이어 대기업들의 후계·형제경영 등 '오너십 강화'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것.

재계 관계자들은 오너경영인의 강력한 리더십이 내년도 신성장동력을 창출할 최고의 무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일각에서는 구시대로의 회귀라며 우려의 시각을 나타내기도 한다.

특히 친재벌적 성격을 띠고 있는 현 정부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인사작업을 서둘러서 마무리하려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기업들의 2011년 인사에 더욱 시선이 쏠리고 있다.


◆ 재계, '3세경영' 서막 올랐다


오너·형제경영의 신호탄은 삼성이 가장 먼저 쐈다.


삼성은 지난 3일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이건희 회장의 세 자녀인 이재용 삼성전자 신임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삼성에버랜드 신임 사장 겸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신임 부사장을 나란히 승진시켰다.


이중 이재용 신임 사장의 승진은 최근 이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계속해서 '젊은 인재론'을 강조하면서 당연시돼 왔다. 그런데 이번 인사에서 장녀 이부진 신임 사장을 전무에서 사장으로 두 계단 승진시키고, 이와 함께 삼성물산 고문직까지 겸임토록 결정했다는 점은 세인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삼성그룹이 3세경영 체제 완결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그룹 내부적으로는 이부진 신임 사장이 지난해부터 삼성물산 경영진단에 일부 참여하면서 이 신임 사장의 경영 확대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상황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건희 회장이 지난 3월 경영일선에 복귀한 뒤 가장 먼저 '향후 10년간 친환경 및 바이오 등 신사업에 2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번 인사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사업을 진두지휘해 줄 젊은 사령탑, 든든한 아군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3세경영'의 대표적인 케이스인 삼성과 함께 대한전선 역시 최근 오너경영 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 23일 발표한 정기인사를 통해 故설경동 대한전선 창업주의 손자이자 故설원량 회장과 양귀애 명예회장의 장남인 설윤석 부사장을 부회장으로 두 계단 승진시킨 것.


2004년 대한전선에 입사한 지 불과 6년여 만에 부회장직까지 특급승진하게 된 설 신임 부회장은 이번 인사로 '29세 최연소 부회장'이라는 점이 부각되며 단숨에 재계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정작 재계 안팎에서는 "재무구조개선 중인 대한전선이 오너들의 과감한 결단과 신속한 의사결정 등 '오너 리더십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내린 최후의 조치다", "실전 경험이 많지 않은 인재를 부회장 자리에 앉히는 것은 시기상조다" 등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재계 순위 10위에 빛나는 한진그룹도 3세경영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한진그룹의 주요계열사인 대한항공은 29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 딸 조현민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 팀장을 상무보로 승진시키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조 신임 상무보는 미국 남가주대(USC)를 졸업하고 2007년 3월부터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과장으로 근무하다 올해 초 부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다만 조 회장의 장녀 조현아 기내식사업본부장과 조원태 여객사업본부장은 이번 인사에서 유임됐지만, 이번 인사를 통해 조 회장의 세 자녀는 모두 주요 간부직에 몸을 담게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설윤석 대한전선 부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시계방향)>

◆ 역시 물보다 진한 '혈육'의 끈…'형제'란 이름으로 헤쳐모여


이처럼 오너 일가를 경영 최전방에 배치시키는 것은 오너들의 리더십을 통해 불투명한 경제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도에서다.


그의 일환으로 삼성 등이 '3세경영' 체제를 구축했다면 LG와 SK 등은 '형제경영' 체제로 정비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LG는 스마트폰 경쟁에서 수세에 몰린 LG전자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 10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 구본준 부회장을 새 사령탑으로 투입했다. 열세에 빠진 LG전자를 구해내기 위해선 전문경영진 체제가 아닌 오너경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인사였다.


구 부회장은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에 삼성전자와 6∼7세대 LCD 사업 설비투자 경쟁을 벌이는 등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을 갖고 있는 CEO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그의 경영스타일은 LG상사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유감없이 발휘됐다는 평이다. 실제로 구 부회장은 LG상사 취임 첫해였던 2007년 584억원에 그쳤던 영업이익을 지난해 1615억원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SK그룹의 경우 지난 24일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 최재원 SK부회장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최 신임 수석부회장은 그룹 의사결정협의체인 부회장단을 이끌게 되면서 차세대 에너지 발굴 사업 등 기업의 핵심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앞으로 최태원 회장은 동생의 든든한 지원으로 그룹 경영에 더욱 매진하고, 최 신임 수석부회장은 그룹의 글로벌 경영강화 등 형님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지분을 거의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룹 경영보다는 보좌 역할을 주로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동국제강그룹의 승진인사 역시 눈에 띈다. 동국제강그룹은 지난 17일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의 막내동생인 장세욱 전략경영실장(부사장)을 계열사인 유니온스틸 사장직에 기용했다.


특히 그의 사장 승진은 지난 1988년 동국제강이 유니온스틸을 인수한 이후 처음으로 동국제강 출신 임원을 사장으로 선임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그간 동국제강은 '유니온스틸 사장은 유니온스틸 출신 임원 중에서 선출한다'는 원칙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관련업계에서는 유니온스틸의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너 일가가 전면적으로 나서면서 대대적인 조직혁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S그룹 역시 구자홍 LS그룹의 사촌동생인 구자용 LS네트웍스 회장을 E1 회장직까지 겸임하게 하면서 오너경영의 기반을 공고히 하고 있는 분위기다.


◆ 과감한 의사결정 vs 폐쇄 경영


재계의 이 같은 '혈육 경영' 움직임에 대한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고 있다. 오너경영의 경우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력과 책임경영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반면에는 부의 대물림 현상 더욱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이 오너경영체제를 구축하는 이유는 경영환경이 급속도로 빨라지면서 의사결정을 신속·확고하게 내려줄 리더십 있는 경영인이 절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미래 먹을거리 확보를 위해선 오너중심의 책임경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시민경제단체들은 이 같은 재계의 의견에 동조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세습경영이 아닌 전문경영인의 필요성이 강조돼야 한다"며 "게다가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총수의 자녀가 손쉽게 고위임원직에 오른다면 이는 방만경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 정부가 '친재벌'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현 정권이 끝나기 전 경영권승계 작업을 마무리하려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류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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