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기록하기 위해 장착하는 차량용 블랙박스가 녹음 등 중요 기능의 성능이 떨어져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하지만 업체 측은 사후 조치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구미시 공단동에 사는 남 모(남. 30세)씨에 따르면 그는 승용차 룸미러 옆에 설치한 차량용 블랙박스를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남씨는 4개월 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15만원 상당의 아이나비 블랙(4G)을 구입했지만 곧바로 뼈저린 후회를 하게 됐다.
구입 다음날 성능 확인을 위해 블랙박스에 담긴 영상을 내비게이션을 통해 재생하는 과정에서 남 씨는 문제점을 발견했다. 화질과 플레임 등 동영상은 큰 문제가 없었지만 주변의 소리가 전혀 담겨있지 않았다.
볼륨을 끝까지 올리자 그때서야 들릴 듯 말 듯 한 미세한 소리가 흘러 나왔다.
남 씨는 그날따라 유독 차 안팎이 조용했겠거니 싶어 다음날 일부로 블랙박스 쪽을 향해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전화 통화를 하는 등 부산을 떨었지만 기록된 화면을 돌려 보자 자신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녹음 기능이 부실한 블랙박스는 말이 안 된다는 생각에 남 씨는 다음날 업체 측에 연락해 프로그램 업그레이드를 통해 관련 증상을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계획에 없다"는 불성실한 답을 들었다.
화가 난 남 씨는 증상 개선의 의지가 없다면 환불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업체 측은 이리저리 담당자를 바꿔 가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남 씨는 “같은 불만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여럿 있음에도 안사면 그만이지라는 태도로 제대로 응대하지 않는 업체의 태도에 무척 화가 난다”며 “개인적인 조치를 떠나 판매된 전 제품의 리콜과 소비자들에게 공개적인 사과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차량용 블랙박스에서 녹음 기능이 중요한 이유는 대부분의 블랙박스는 차량 번호판 식별이 어렵고 야간에는 특히 정도가 매우 심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고 현장을 목격하거나 위기에 처한 순간 운전자가 문제 차량의 번호판, 차종, 색상 등을 큰소리로 외쳐 녹음시킬 경우 이를 유력한 증거를 활용할 수 있다.
아이나비 블랙의 팸플릿에도 '영상으로 기록이 불가능한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소리 등 기타 정황 파악에 유용한 현장의 소리까지 놓침 없이 기록합니다'라며 버젓이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나비 블랙의 사용자 중 상당수가 남 씨와 마찬가지로 녹음 기능이 부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업체 측은 동영상을 PC 등 타기기로 재생할 경우 음성 재생에 큰 문제가 없다면서도 일부 문제를 인정하고 개선책을 마련 중이라는 입장이다.
아이나비 블랙 생산업체 팅크웨어 관계자는 “블랙박스 음성을 내비게이션에서 재생 시 음량이 미미하게 들리지만 PC에서 재생하면 음량 구분에는 큰 무리가 없다”며 “내비게이션에서도 무리 없이 들을 수 있도록 추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펌웨어 업그레이드와 관련해선 “기술적으로 전체 음량을 키우는 펌웨어는 어려운 것이 아니지만 기타 소음까지 함께 커져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펌웨어 업그레이드 보다는 제품 자체에 녹음 기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겠다”고 전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양우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