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 회장은 아직 정부가 구체적인 민영화 방안을 내놓지는 않았으나 블록세일 방식이 현실성이 있다고 보고 대비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이 회장의 연임으로 민영화 추진 동력을 장전한 만큼 향후 정부의 민영화 일정에 따라 투자자 유치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금융지주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등 정부 주도하에 민영화 작업이 진행된다는 점과 우리금융을 인수·합병(M&A)할 수 있는 인수세력이 아직까지 없는 상황에서 금융산업 발전, 공적자금 극대화, 조기민영화 등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방안이 순조롭게 도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최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 올해 상반기 재매각 추진과 우리투자증권 분리매각 방안 검토 등의 발언을 내놓아 현실화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반면, 이팔성 회장은 지분매각 방식으로 블록세일과 희망수량 경쟁입찰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우리투자증권 분리매각에는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등 정부와 사뭇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금융권 일각에서는 '민영화 방식'을 놓고 정부와 우리금융지주 간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비화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이팔성 연임 성공, 민영화 급물살 탈까?
우리금융그룹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5일 이팔성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확정했다. 오종남 회추위 위원장은 "이 회장이 우리금융 민영화 추진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해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했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2001년 우리금융그룹 출범 이후 첫 연임기록을 남긴 이 회장은 최우선 과제로 단연 '민영화'를 꼽으며 "민영화를 꼭 이뤄내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 회장은 다음 달 초 이사회를 거쳐 25일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 정관상 임기가 '3년 이내'인 만큼 이변이 없는 한 향후 3년 동안 우리금융지주를 이끌게 된다.
그는 차기 회장으로 사실상 확정된 만큼 임기 내에 우리금융 민영화를 이루겠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이 회장은 14일 우리금융 회추위 면접에서 우리금융 민영화를 재추진하고 세계 50위, 아시아 10위의 금융그룹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연임이 확정된 직후에는 언론을 통해 구체적인 지분매각 방식 등 민영화 방안에 대해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있다.
이 회장은 "세계 50위권 은행 중 민영화가 되지 않은 은행은 없다"며 "우리금융은 주체가 아니라 팔려가는 객체지만 정부 민영화 일정이 나오면 열심히 투자자를 찾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분매각 방식에 대해 "블록세일이 현실성이 있을 것 같다"며 "정부와 협의해 블럭딜과 국민주 방식, 수랑과 금액을 높게 쓰는 투자가들부터 잘라 내려오는 희망수량입찰 방식 등을 통해 과점주주식 민영화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우리투자증권 분리매각 방안과 관련, "우리은행은 기업금융이, 우리투자증권은 IB(투자은행) 업무가 강해 두개가 함께 있어야 시너지가 있다"며 "현재 우리금융의 우리투자증권 지분 보유가 35% 수준인데, 적절한 시기에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팔성 '민영화' 소신발언에 금융당국 '당혹'
이 회장의 민영화 소신 발언은 금융당국의 인식과 다소 차이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취임 직후 공공연하게 "올 상반기 중에 우리금융의 재매각을 시도하겠다"며 "시간을 끌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최근에는 "대형IB 육성을 위해 우리투자증권 분리매각을 충분히 논의해 볼 수 있다"고 밝혀 시장의 기대감을 모았다.
이와 달리 이 회장은 구체적인 민영화 방식과 우리투자증권 분리매각 불가 의사를 표명하면서 금융당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있지만 민영화 대상인 우리지주가 '적극적 공세'를 취하는데 대해 적지 않은 당혹감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지주 관계자는 "이팔성 회장 취임 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위기를 겪었으나 내실경영과 원두경영을 통해 비용절감에 성공, 2년 연속 1조원 이상의 흑자를 달성했다"며 "이러한 경영노하우와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한 추진력 등 여러 측면이 고려돼 연임이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회장의 발언이 정부와 대립각으로 비춰지는 데 대해 "회장으로서 개인적 견해를 밝힌 것일 뿐 민영화는 정부가 추진하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향후 민영화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우리지주는 지난해 민영화와 관련, 예비입찰 추진과정에서 정부의 유효경쟁 성립요건에 대한 회의적 시각과 경영권 프리미엄 부담 등을 이유로 예비입찰에 불참했고, 결국 지난해 12월 17일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이 잠정 중단된 바 있다.
민영화 중단 후 2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정부로부터 어떠한 후속방안도 나오지 않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에서도 '조기민영화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회의론과 우리금융의 몸값이 7조원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공적자금 회수 차원에서 일부 지분을 블록세일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사무국 관계자는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해 김석동 위원장 등이 여러 얘기를 하고 있지만 아직 공자위에서 구체적인 안건이 도출되지는 못했다"며 "민영화가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는 점은 공감하고 있지만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지주는 차기 회장 후보가 확정된 만큼 차기 행장 인선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우리지주는 18일 자회사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를 구성해 3월 말 임기가 만료되는 이종휘 우리은행장과 송기진 광주은행장, 박영빈 경남은행장 직무대행 후임 인선 작업에 착수한다.
현재,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는 이종휘 행장 연임가능성과 이순우 수석부행장과 윤상구ㆍ김정한 전무, 김희태 중국현지법인장, 이병재 우리파이낸셜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biz&ceo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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