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회 회장은 명목상 조합장들에 의한 '선출직'을 표방하고 있지만 상당수가 농협중앙회와 전혀 관련이 없는 '낙하산 인사'들로 채워져 왔다.
1988년 직선제 도입 이후 선출된 중앙회 회장이 비리에 연류돼 대부분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농협 내부 직원들의 비리와 횡령 등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끊이질 않아 '비리 백화점'이란 오명을 안게 된 것 역시 이러한 잘못된 인사관행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출범을 앞둔 농협금융지주사는 총자산 233조원으로 농협은행과 NH증권 등의 자회사를 거느린 종합금융그룹으로 새롭게 탄생, 다른 민간금융지주사들과 자율경쟁을 벌이게 됐지만 여전히 중앙회의 관리를 받는 산하조직이라는 점에서 금융관련 전문성이 떨어지는 지도체제속에 포함되는 걱정거리를 떠안게 됐다. 농협중앙회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는 것도 개선과제로 꼽히고 있다.
중앙회 회장이 금융지주사까지 총괄? 자격 논란 가열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농협법 개정안' 통과에 따라 신․경 분리 및 지주사 전환을 위해 정부와 자금조달 등 후속 논의를 진행 중이며 조만간 자산실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1년간의 준비 작업을 거쳐 내년 3월 2일 '1중앙회-2지주사 체제'로 전환된다.
농협금융지주회사가 출범하면 '금융지주회사법'의 적용을 받아 자율경영체제 아래서 건전성과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 등에 힘써야 한다. 금융지주사 제도 도입의 근본취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CEO)의 역할과 책무가 그만큼 중요하다.
금융지주회사법은 금융회사의 대형화·겸업화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의 전이, 과도한 지배력 확장 등의 부작용을 방지해 금융지주회사와 그 자회사 등의 건전한 경영을 도모하고 금융소비자와 이해관계인의 권익 보호,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제정됐다.
이 법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의 임원은 '금융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자로서 금융지주회사의 공익성 및 경영의 건전성과 거래질서를 해칠 우려가 없는 자이어야 한다'고 자격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비상임직인 중앙회 회장이 금융지주사를 관리, 총괄하기에는 역량과 전문성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게 금융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한 지금 농협중앙회가 가진 인적자원 만으로 금융지주사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도 의문으로 제기되고 있다.
중앙회 회장 '선출직' 우려, 경제․신용 총괄 전문경영인 필요
현재 농협중앙회는 최원병 회장를 필두로 이재관 전무이사, 김태영 신용부문 대표이사, 이덕수 농업경제 대표이사, 남성우 축산경제 대표이사 등이 경영을 맡고 있다.
중앙회 최고 수장인 최 회장은 경북 경주에서 태어난 대표적인 TK계(대구․경북) 인사로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포항동지 상고를 나왔다.
그는 1985년 안강청년회의소 회장과 86년 안강농업협동조합장을 거쳐 1991년 한나라당 경북도의회 의원에 당선, 4번에 걸쳐 연임에 성공하며 정치인의 길을 걸어왔다. 이후 2007년 12월 현 정부 출범과 더불어 농협중앙회 회장에 올랐다.
최 회장은 과거 농협조합장을 지낸 이력 말고는 농협중앙회의 핵심 축인 신용(금융)․경제사업(농수산물 유통, 판매 등)부문의 경력이 많지 않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반해 중앙회 '넘버2'로 꼽히는 이재관 전무이사는 울산 울주 출신으로 1973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경남도지회 저축금융과장, 출자기획과장ㆍ개혁추진기획단 부단장, 양산시지부장, 경남지역본부장, 농업경제부문 집행간부(상무) 등을 지내며 38년 동안 농협에서 종사했다. 특별한 이변이 없다면 그가 농협경제지주사 대표이사를 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이번 농협법 개정에 일등공신인 김태영 대표이사는 향후 출범할 금융지주사 대표이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는 부산에서 태어나 영남상고를 졸업 후 197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금융부 금융계획과장, 해외사무소(일본) 차장, 의정부ㆍ양주시군지부장, 금융기획부장, 기획실장 등을 지냈다. 금융계에선 농협지주사 출범시 새로 선출될 지주 회장이 정부의 입김에 의해 임명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원병 회장의 재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으나 경제지주사와 금융지주사를 총괄케 하려면 다른 선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때문에 중앙회 회장은 농업 경제사정을 잘 알고 금융실무를 함께 총괄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이 선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농협내부와 금융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한편,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국내 지주회사 제도 자체가 허술하고 (경영진 역시) 지주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마인드나 경험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지주사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규제강화나 제도개선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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