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사람들은 변의 상태로 건강 상태를 확인하려고 했다. 그래서 조선시대 내의원 어의들에겐 왕의 대변 상태를 매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였다. 변의 상태는 변의 색깔과 변의 형태로 살펴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래떡 같은 변이 시원스럽게 나올 때 쾌변을 본다고 한다. 실제로 쾌변을 보면 변이 대장 내에 오래 머물지 않음으로써 대장의 건강을 지켜줄 뿐 아니라 항문을 통과하면서도 무리를 주지 않기 때문에 항문의 건강도 지켜준다. 그러나 이렇게 쾌변을 보는 분들이 그렇게 많은 것 같지 않다.
많은 분은 쾌변 대신 묽고 가늘게 변을 본다. 이런 변은 대개 장이 예민한 과민성장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에게서 흔하다. 변이 자주 마렵고, 변을 본 후에도 시원치 않은 잔변감을 느끼게 된다. 증상이 심한 분들은 설사를 자주 하기도 한다. 이런 분들은 맵거나 찬 음식, 기름에 튀긴 음식, 밀가루 음식, 카페인 성분이 든 음료나 술 그중에서도 맥주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변이 묽지 않으면서도 가늘고 한쪽이 눌려 나오는 듯한 변이 나올 때, 특히 이런 변에 검붉은 피가 묻어나올 때는 직장의 종양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토끼똥 형태의 변을 보는 분들은 대개 식이섬유의 섭취가 부족해서 그런 경우가 많으므로 더 많은 식이섬유를 섭취하고 물도 충분히 마시는 것이 좋다.
반면에 변기가 막힐 정도로 변이 너무 굵게 나와서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은 대개 변을 일부 남기고 보거나 며칠씩 거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일 쾌변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되 잘 안되면 관장이나 변비약을 드셔서라도 매일 시원하게 변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또 단단한 변이 힘들게 나온 후엔 설사 같이 묽은 변이 나온다고 말하는 분들도, 직장에 일부 남은 변이 굳어지고 이 위에 갓 나온 묽은 변이 쌓여서 그러기 때문에 직장에 변이 남지 않도록 필요한 경우 관장을 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간혹 변이 물에 뜨는 경우는 변의 비중이 작아서 그러므로 식이섬유의 섭취를 늘리면 이런 증상은 해결된다.
변의 색깔로도 질병의 유무를 확인해 볼 수 있는데 비정상적인 변의 색깔은 흰색으로부터 회색, 노란색, 오렌지색, 빨간색, 녹색 검은색 등으로 다양하다.
흰색 변은 담도암과 췌장암 등 담도가 막히는 병으로 인해 담즙이 배설되지 않을 때 나타난다. 회색 변도 간염, 담낭질환 등에서 나타날 수 있고 때로 지방흡수의 장애로 인하기도 한다. 담즙의 생산이나 배출이 방해받기 때문이다.
옅은 색 혹은 노란색 변은 '지아르디아'라고 불리는 기생충 감염 때 심한 설사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 기생충의 감염은 위험하며 전염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지방의 흡수장애로 지방이 변에 많이 섞이는 경우에도 변이 노랗게 변할 수 있다.
빨간색 변은 변에 신선한 혈액이 섞여 있을 때나 빨간색 젤라틴이나 아이스캔디 토마토주스나 수프 혹은 사탕무를 먹었을 때 나타날 수 있다.
오렌지색 변처럼 녹색 변도 섭취한 음식물에 의한 경우가 일반적이다. 녹색 잎의 채소나 짙은 보라색이나 녹색 인공색소로 착색된 음식이 주원인이다. 소화된 음식의 장통과 시간이 빨라도 담즙이 변을 분쇄할 시간이 적고, 따라서 녹색 변이 갈색으로 변할 기회가 적어져서 녹색의 변을 보게 된다. 이런 현상이 장기간 지속하거나 설사와 동반될 때는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검고 타르 같은 악취가 나는 변은 대개 상부 위장관 출혈로 인해 변속에 많은 피가 섞여 나올 때 나타난다. 따라서 이런 경우엔 급히 병원에 가서 정확한 검사와 진단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변의 형태를 보고 건강을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가지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이런 건강법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하는 것이다. 변과 관련된 증상을 확인하는 가장 효과적인 검사법은 대장내시경검사이다. 요즘은 발전된 의술로 대장내시경검사도 전혀 고통 없이 편하게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아직 한 번도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지 않으신 분들이나 검사를 받은 지 오래된 분들은 이번 기회에 꼭 한번 검사를 받아보시기를 권해 드린다.
기쁨병원 강윤식 원장(www.joyfullhospita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