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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부실 감독 금융위 책임없나?..금감원 홀로 몰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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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부실 감독 금융위 책임없나?..금감원 홀로 몰매
  • 임민희 기자 bravo21@csnews.co.kr
  • 승인 2011.05.05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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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저축은행의 불법대출 및 특혜인출 비리사건의 여파가 금융당국의 총체적인 관리․감독 부실과 금융감독원(원장 권혁세) 출신들의 민간 금융회사 감사직 재취업 관행 논란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 검찰수사에서 드러났듯이 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와 부산저축은행발 '특혜인출' 비리사건은 금감원은 물론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석동)와 예금보험공사(사장 이승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장영철) 등 금융당국의 심각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실태를 보여준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돌아가는 양상을 보면 유독 금감원만 여론의 몰매를 맞고 있는 형국이다.

금감원은 대통령의 호된 질책까지 받은 후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금융감독원 쇄신 방안'을 마련, 전·현직 임직원을 금융회사의 감사로 추천하던 관행을 철폐하고 공직자 재산등록 대상을 2급에서 4급으로 확대해 투명성을 기하겠다는 후속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정작 저축은행 관련 중요한 정책결정을 내렸던 금융위나 저축은행 PF부실 처리와 부실건설사들에 대한 구조조정 등에 관여했던 예보나 캠코, 더나아가 기획재정부 등 금융정책당국은 비난에서 슬그머니 빠져있다.

이를 두고 금융전문가들은 "금감원이 잘못된 관행과 감독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부분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마치 모든 책임이 금감원에만 있는 것처럼 몰아가서는 안된다"며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을 제공한 금융위는 책임회피를 위해 금감원 '희생양 만들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감원 '부실감독' 집중 지탄, 금융위․캠코.예보는 책임외면?

지난 2일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임직원들의 불법대출과 영업정지전 '부당예금 인출' 사태와 관련, 지난해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당국과 감사원까지 개입해 4개월동안 공동검사를 벌였음에도 경영진과 대주주 비위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부산저축은행이 검사기간 동안에도 분식회계를 통해 9천2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1천999억원으로 축소했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부실검사’ 비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금융당국이 138일이라는 장기간의 검사에도 불구, 사상 최대 규모의 금융범죄를 방조했다는 사실에 주목, 그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금융검찰'을 자임했던 금감원은 저축은행 PF부실 사태에 이어 부산저축은행 '특혜인출' 비리사건까지 잇따라 터지면서 가장 큰 치명상을 입었다. 실제로 저축은행 부실검사와 비리혐의로 금감원 전․현직 간부들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금융감독기관'이란 명성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더구나 지난 3일에는 부산2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기전 5천700만원을 인출했던 금감원 부산지원 소속 한 직원이 투신자살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여기에 금감원 출신들의 민간금융회사 취업 관행까지 새삼 지적되며 총체적인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금감원, 금융회사 감사 추천제 폐지로 위기 극복

금감원은 '국민적 신뢰회복'을 위해 최근 조직개편을 통한 인적쇄신을 단행한 데 이어 지난 4일에는 금융회사 재취업 관행까지 척결하면서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일 금감원을 방문해 "오랫동안 금융감독이라는 입장에서 나쁜 관행과 조직적 비리가 있었다"고 크게 질타하고 근본개혁을 시급히 세울 것을 지적했다.

이에 금감원은 임직원을 금융회사의 감사로 추천하던 관행을 완전 철폐하고, 금융회사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도 일체 거절하겠다는 내용의 쇄신안을 긴급 발표했다.

앞서 금감원은 저축은행에 대해서만 "퇴직 후 2년간 저축은행 감사 취업을 원천적으로 제한한다"고 밝혔지만 은행, 보험사 등 다른 권역 역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대상권역을 전 금융회사로 확대하고 퇴직 후 기간제한도 없앴다.

금감원이 제시한 쇄신방안의 주요 골자는 ▲재량권 배제를 통한 비리발생소지 원천 제거 ▲임직원의 감사 재취업 관행 혁파 ▲비리직원에 대해 엄중한 문책이 가능하도록 직원윤리강령 전면 개정 등이다. 유착방지를 위한 제도 및 관행을 개선해 근본적 시스템을 개혁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직원의 공직자 재산등록 대상을 2급에서 4급으로 확대키로 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관계기관과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금융감독 쇄신안을 추가로 마련할 방침이다.

금융전문가 "금융위 책임 커, 전방위적 감독체계 개선안 내놔야"

금감원의 쇄신안에 대해 금융계는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간 문제가 됐던 금융사 '낙하산 인사' 관행을 근절하고 4급이상으로 재산을 공개 확대한 부분도 투명성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재량권 배제를 통한 비리발생 소지 원천제거'한 부분은 시장감독 기구의 재량권을 축소시켜 또 다른 '감독부실'과 '책임회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만약 재량권을 축소할 경우 금융위와 금감원 등 시장감독 기구들은 자기에게 책임을 돌아오지 않을 정도로만 일을 하고 결국에는 규정위반 여부만 따지는 식의 감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련법령에 적법과 불법을 가리는 추상적 원칙을 세워놓고 해석과 집행은 시장감독기구의 재량적 판단에 맡길 필요가 있다는 게 금융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금융회사 감사추천제 폐지안 역시 저축은행을 비롯해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에 상당수 금감원 출신들이 포진해 있긴 하지만 금융위, 감사원 출신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미봉책에 불가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저축은행 감사로 가는 금감원 출신들은 주로 50대 전후의 투자기관 팀장급인데 반해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감사들의 상당수는 금감원 고위 임원급이다.

금융위 관료들의 경우 유명 법무법인 등 더 높은 보직을 보장받고 있다. 일례로 강만수 전 기재부 장관은 산은지주 회장을 맡고 있다.

때문에 금감원 출신 인사들만 막는다고 해서 금융회사 낙하산 인사 관행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이번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 근본원인이 금융위 등 금융정책당국에 있음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은 "최근 금감원에 대한 질책과 쇄신대책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저축은행 사태의 근본원인은 금융위와 기재부의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들의 관치와 책임회피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축은행 PF부실과 관련, 금융위와 캠코 등이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채권을 사들였음에도 저축은행 부실 원인 규명과 대책마련에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실제로 캠코는 지난 2008년 12월 이후 2010년 6월까지 2차례에 걸쳐 총 66개 저축은행으로부터 6조2천억원 규모의 PF대출채권을 인수한 바 있다.

김 소장은 "금융위나 예보, 캠코는 공동의 책임이 있음에도 금감원에 마치 모든 책임이 있는 것처럼 ‘금감원 왕따만들기’를 하고 있는데 이는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개선대책을 만들어 내려면 금감원은 물론 금융위, 예보, 캠코, 기재부, 한국은행까지 모두 포함해 우리나라 금융감독 체계을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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