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들 기관들의 방만한 비위 경영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일부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앞에 공금은 '눈먼 돈'으로 둔갑했고, 이들의 부당행위로 국민의 혈세는 줄줄 새고 있다.
◆ 인사규정 없이 간부직에 특채 입사…여전히 '빽' 없으면 봉?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해 말 실시한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결과를 최근 각 기관들에 통보했다.
한국남동발전은 직원 특별채용 부문에서 2건의 '주의' 처분을 받았다. 계약직 간부직원을 비공개 특별채용하고, 이 계약직 직원을 다시 인사규정에 대한 근거 없이 일반직으로 특채한 사실이 적발된 것. 또 사장 차량을 운전하는 운전기사를 인사규정에 없는 특별채용으로 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관리의 불투명한 운영은 비단 남동발전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연임불가' 판정을 받은 A교육원장을 재직 중 1급으로 특별채용했다. 이 과정에서 공단 서열상 별정직 교육원장보다 아래 직급인 전문직 1급으로 채용해 밀실인사·맞춤형 채용 의혹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국환경공단 역시 내부추천과 면접만을 통한 비공개 특채에 대한 감사원 지적을 받았다. 비공개 특채로 인해 다수의 응시기회를 제한, 공개경쟁 채용방식을 저해했다는 게 감사원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또한 한국환경공단은 경력직 직원의 특채 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용하라는 권고도 받았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의 경우 금품을 수수한 직원에 대한 징계조치가 미비한 점이 지적됐으며, 시간 외 근무수당 부당수령에 대한 문제점도 드러나 이에 따른 시정조치가 내려졌다.
한국전력은 일부 임직원들이 본사 몰래 부당한 영리업무를 통해 이익을 취한 사실이 적발됐다. 감사원은 대전 충남본부 전력연구원 소속 일부 직원들이 허가 없이 용역을 수행한 사실을 적발하고, 이에 따른 주의를 촉구했다.
또 한국전기연구원은 근거 규정이나 이사회의 의결 없이 노사합의 후 급여성 복리후생비를 임의로 지급해 사용했으며, 또 매월 초 현금으로 일괄 지급되는 직책판공비의 사용용도 등 관련 증비서류 없이 업무추진비를 부적정하게 지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 특혜 주고, 뒷돈 받고…고질적 병폐 여전
공사·계약을 발주하면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준 공직자들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최근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수익 사업 추진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보증금 납부를 연기해주는 등 특혜를 제공한 직원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고 25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도시철도공사 계약팀장 B씨는 역무실 등을 문화·상업 공간으로 개발하는 '해피존' 사업의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C업체의 입찰보증금 납부를 수차례에 걸쳐 유예해줬다.
원칙대로라면 납부일까지 입찰보증금을 내지 않으면 입찰 자체가 무효화지만 B씨는 C업체가 보증금 740억원 중 150억원을 납부했다는 이유로 납부 유예 요청을 수차례 받아주는 등 사실상 나머지 보증금 590억원을 감면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B씨는 C업체와 매출수수료율 협상 과정에서도 업체가 입찰 당시 제안했던 내용을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공사 측에 불리한 협상기준가격을 정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마사회 역시 최근 감사원 조사결과 이사회에 사전보고도 없이 강남 장외발매소 임대 건물의 보증금 60%, 월세를 무려 10배 가량 올려준 사실이 드러나 특혜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한국석유공사의 한 간부도 물품구매 계약과 관련 업자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금품을 수수해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다 감사원에 적발됐으며, 한국광기술원의 한 중견관리자는 연구과제 수행 후 남은 수익금을 연구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일단 나눠준 뒤 다시 이를 반납 받아 백화점 상품권 등을 구입하는 등 개인적으로 편취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 관계자는 "최근 벌어진 저축은행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직원들의 고질적인 비위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공직자들의 고질적인 비위행위들은 현직에 몸담고 있을 때 뿐만 아니라 퇴임 후에도 만연하고 있다"며 "부정행위들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일벌백계 차원으로 로비창구 역할을 한 사람에게 형사조치를 내리는 등 강도 높은 조치가 따라야한다"고 말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류세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