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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나는 중도상환수수료, 빚 갚는데도 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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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나는 중도상환수수료, 빚 갚는데도 벌금?
금융당국까지 나섰지만 금융사-소비자 합의점 찾지 못해
  • 서성훈 기자 saram@csnews.co.kr
  • 승인 2011.11.16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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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은 후 약정된 기간보다 먼저 돈을 갚게 되면 청구되는 '조기상환수수료'를 두고 금융사와 소비자들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대출이자를 꼬박꼬박 챙겨 받으면서 조기상환 시 과도한 수수료까지 청구하는 건 흔들리는 서민경제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는 지적에 대해  금융사들은 "인건비 등 대출에 발생된 비용 등을 회수하기 위한 장치"라고 맞서면서 좀처럼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금융당국이 나서 대출 중도상환수수료 폐지를 주문했지만 은행권에서는 아직도 움직임이 없는 상태.


이처럼 조기상환수수료를 둘러싼 금융당국과 은행들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고통만 가중되고 있다.


◆ 7천만원 빌리고 1천만원 갚았는데 남은 빚은 '그대로'?


16일 충청도에 사는 강 모(남)씨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에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강 씨는 지난 4월 중고 화물차를 구입하기 위해 H금융사에서 4년 약정에 약 21%의 이율로 7천300만원의 대출을 받았다. 매월 납입금은 230만원 가량.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구입했지만 생각만큼 사업이 진행되지 않아 구입했던 화물차를 팔아 대출금을 갚기로 했다.


차량을 판 금액은 7천만원. 강 씨가 5달 동안 월 납입한 금액이 총1천150만원이었으니 차를 판 금액이면 충분히 대출금을 갚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H금융사 측으로부터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갚아야할 돈이 원금보다 많은 7천380만원이라는 것. 조기상환수수료 300만원 가량에다 21% 이자에 대한 일부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


강 씨는 “이미 1천만원이 넘는 돈을 갚았는데 어떻게 원금보다 많은 금액이 남게 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업체는 무조건 합법이라고만 하는데...한 가정이 무너지게 생겼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강 씨가 빌린 돈은 7천300만원이지만 갚은 돈은 이미 낸 이자 천150만원을 합쳐 총 8천530만원이 됐다.강 씨는 터무니없는 이율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법정이율을 넘어서지 않기 때문에 어떤 조치를 받기는 힘든 상황이다.


 
▲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조기상환수수료 관련 보도들.


 

◆ “대출금은 빨리 갚는 것이 죄?”


집을 담보로 N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인천시 계양구 거주 윤 모(여.48세)씨 역시 비슷한 일을 겪었다.


윤 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한 금융사에서 3년 약정으로 3천만원을 대출받았다. 


며칠 후 윤 씨는 생각지 못했던 목돈이 생겨 대출을 갚기고 했다. 하지만 금융사 측은 중도상환금으로 69만원을 더 내야한다고 안내, 윤 씨를 놀라게 만들었다.


윤 씨는 “돈을 빨리 갚는데 오히려 돈을 더 받는다니 어이가 없었다”며 “돈 다 갚아버리고 다시는 이 금융사와 거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금융사 역시 "규정 안에서 조기상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 금융당국 대출 조기상환수수료 제동에 은행권 반발


이처럼 조기상환수수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최근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금융위원회가 은행권에 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폐지하라고 주문한 것.

한국은행이 공식 집계한 가계부채는 올해 2분기 기준 약 876조원. 공식 통계에서 빠진 부분을 포함하면 가계부채는 최대 1천400조원에 이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각에선 이 가계부채가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위는 지난 6월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하면서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갈아타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이 이를 시행하지 못하자 모든 대출에 대해 중도상환수수료를 받지 말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정작 은행들은 이같은 금융당국의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고객이 대출금을 조기상환함에 따라 예금이자를 받지 못하면서 생기는 역마진을 막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 은행 측의 주장.


또 대출을 발생시키려면 은행 쪽에 인건비 등 초기비용이 발생하고 중도상환수수료는 일종의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 배상인데 이를 일률적으로 없앨 수는 없는 일이라고.


한 은행 관계자는 “중도상환수수료를 정부 당국의 지시에 따라 없앤다면 자본주의의 원칙을 어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서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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