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실비보험을 병원 치료에 대한 모든 부분을 보장받을 수 있는 '만능' 상품으로 인식했다 낭패를 겪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질병이나 상해로 인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국민건강보험의 공단부담액을 제외한 본인부담금을 보장해주는 상품이 바로 의료실비보험.
기존의 암보험 등이 일부 보험대상 질병일 때만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과는 다르게 의료실비보험은 대부분의 입원과 통원에 대해 폭넓게 보장하기 때문에 ‘국민보험’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보험사들 역시 너나 할 것 없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가입을 유도하고 있지만 관련 상품들이 모든 병원비를 보장하는 ‘도깨비 방망이’는 아니다.
자해나 임신관련 등의 특정 병원치료나 동일 사안에 대해 다른 보험에서 보험금을 받을 경우엔 보장 대상에서 제외된다.
◆ 출산 관련 등의 치료는 보장서 제외
24일 서울에 사는 최 모(남.39세)씨는 의료실비보험의 보장 범위에 대해 의혹을 나타냈다.
최 씨는 지난해 여름 자신을 계약자로 부인을 피보험자로 A보험사의 의료실비보험에 가입했다. 보험료는 월 10만원대.
지난 9월 최 씨의 부인은 자궁 외 임신으로 인한 복강 내 출혈로 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 후 수술을 받았다.
최 씨는 부인 퇴원 후 청구된 병원비 160만원에 대해 보험금을 신청했다. 그러나 보험사 측에서는 '출산과 관련된 병원치료여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고.
최 씨는 “가입 당시 설계사의 설명을 통해 출산에 관련된 병원치료는 보장이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며 “하지만 자궁 외 임신의 경우 출산이 아닌, 명백한 질환인데 왜 보장이 안 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보험사 관계자는 “출산 관련 병원치료는 약관 상 보장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보험의 기본원칙은 ‘예기치 못했던 타의에 의해 발생된 사고의 보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출산을 ‘예기치 못했던 사고’로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의료실비보험이라고 해도 모든 병원치료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며 “선천성 뇌질환, 출산, 자해, 자살, 환각제 복용 등의 약물중독, 비만, 에이즈와 관련된 치료 등은 보장에서 제외되니 소비자들은 가입 전 반드시 약관을 참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동일 병원치료에 대해 중복 보장 안 돼
동일 병원치료에 대해 다른 보험에서 이미 보험금을 지급받는 경우에도 보장이 되지 않는다.
전북 전주시 거주 박 모(여. 41세)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봄 B보험사의 TV광고를 보고 의료실비보험에 가입한 뒤 같은 해 10월 자궁외임신으로 입원치료를 받게 됐고 12월엔 교통사고로 입원치료를 받았다.
박 씨는 퇴원 후 2건의 사고에 대해 보험금을 신청했지만 B보험사로부터 "2건 모두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게 됐다.
박 씨는 “B보험사 측이 교통사고와 관련해선 따로 자동차보험처리를 받으니 보험금이 안 나온다고 하고 자궁외임신에 대해선 아예 보험처리가 안 된다고 했다”며 “TV광고에선 의료실비보험에 들면 다 보장되는 것처럼 얘기해 놓고 이제 와서 이런 말을 들으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B보험사 관계자는 “임신, 출산의 경우 회사가 정한 임신관련 보장을 제외하면 보상이 안 되는 것이 원칙”이라며 “약관에 명시되어 있는 부분인데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자동차사고의 경우 자동차보험에서 보험금이 지급돼 실제로 보험가입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없어 실손보상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의료실비보험, 무엇을 알아야 할까?
중복 보장의 금지, 특정 병원치료에 대한 것 외에 의료실비보험과 관련, 소비자들이 주의해야할 사항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병원비는 100% 보장되지 않는다. 보통 입원치료 시 의료비는 5천만원 한도 내에서 90%까지 보장하며 본인부담금은 10%이다. 연간 본인부담금이 200만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100% 보장 받을 수 있으며 통원비는 병원(의원, 병원, 종합병원)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제외하고 30만원 한도 내에서 보장 받을 수 있다.
운전 관련 특약일 경우엔 벌금, 방어비용(운전 중 사고로 인해 구속 또는 공소제기 시 비용), 교통사고처리지원금(형사합의지원금, 중상해교통사고처리지원금) 등이 보장되지만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등일 경우 보장이 되지 않는다.
또한 나이와 성별 뿐 아니라 건강 상태에 따라 같은 보험이어도 보험료 책정이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의료실비보험을 찾아보려면 보험비교사이트를 통해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가능하다면 건강한 젊은 연령에서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서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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