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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폭주족' 도로 난장판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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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폭주족' 도로 난장판 만들어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08.15 0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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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요? 아무 의미 없어요. 그냥 모여서 신나게 달리는거죠"
15일 0시를 조금 넘긴 시각. 서울 영등포구 일대는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40여대의 오토바이들 때문에 그야말로 무법지대였다.

갈지(之)자로 2~3개 차선을 왔다갔다 하는 것은 기본. 운전중 오토바이 위에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곡예운전을 벌이거나 역주행을 하며 마주오는 차량을 위협하는 오토바이들로 도로는 아수라장이 됐다.

화려한 조명으로 치장한 채 크락션을 울려대는 이들 폭주족에게 자신들을 쫓아오는 경찰관들은 에스코트해주는 보호자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않는 눈치다. 혹시라도 차량 운전자가 항의라도 한다면 문짝이나 범퍼를 걷어차이며 조롱거리가 되기 일쑤다.

매년 광복절만 되면 반복되는 오토바이 폭주족들이 15일 새벽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폭주족들에게 광복절은 3.1절과 함께 집단 폭주가 이뤄지는 연례행사일이다. 경찰이 이날 전국적으로 5천400여명의 단속반과 사이드카 300여대를 동원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지만 서울 곳곳의 도로는 이들이 펼치는 광란의 폭주로 밤새 몸살을 앓았다.

이날 서울 시내에서 폭주를 벌인 무리는 영등포 일대 말고도 종로와 동대문, 목동, 강남 등에 5~6개가 더 있었던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폭주족들은 1시간여동안 경찰의 추격을 뿌리치다가 위기에 몰리면 흩어지고, 잠시 후 다시 모이는 것을 반복하며 동틀때까지 경찰과 추격전을 펼쳤다.

경찰관들이 자신들이 보는 앞에서 마음껏 법을 어기는 폭주족들을 속시원히 적발하지 못하는 것은 폭주족들의 안전 문제에도 신경을 써야하는 의무를 함께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단속에 나선 경찰관들은 "주행중인 오토바이의 운전자에게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적극적인 단속보다는 계속 쫓아가며 동선을 좁혀 무리들을 해산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찰은 고심 끝에 올해 광복절 단속 때 부터 페인트볼 분사기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안전성과 실효성 문제 때문에 일단 도입을 보류해 놓은 상태다.

그나마 마침 내린 비 때문인지, 아니면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홍보가 잘되서인지 올해는 예년에 비해서는 참가자 규모가 다소 작아진 편이라는 게 단속에 나선 경찰관들의 설명이다.

폭주족들이 집단 폭주에 나선 것은 법을 어기면서도 경찰의 단속은 피하는 데 성공하려는 그릇된 영웅심에다 집단적인 불법행위를 통해 생기는 익명성의 쾌감이 작용한 결과다. 이날 몇몇 집단으로 나뉘어 질주를 펼친 폭주족들의 최종 목표는 경찰의 단속을 피해 한 장소에 모여 폭주를 벌이는 것이었다.

13년째 오토바이를 타고있다는 20대 폭주족은 "떼를지어 거리를 활보하는 게 광복절 `행사'의 맛"이라고 자랑스러워 했으며 이날 폭주를 벌인 10대 청소년은 "오토바이처럼 스트레스를 한번에 날려주는 것을 찾기 쉽지 않아 (오토바이) 타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속에 나선 한 경찰관은 "폭주족들이 자신들의 행동이 타인의 안전을 방해하는 심각한 범법행위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 문제"라며 "경찰 뿐 아니라 학교나 지자체, 가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청소년들에게 확실하게 인식시켜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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