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00만의 대도시 서울 속의 외국인도 예외는 아니다. 용산구 동부이촌동과 한남동, 서초구 방배동의 서래마을은 국제화ㆍ세계화의 흐름이 강해질수록 외국인 집적도가 더욱 높아지는 한국 속 외국인 거주 1번지.
특히 이들 지역은 일용근로자로 살고 있는 서민형 외국인 거주지들과는 속칭 ‘급’이 다르다. 실제 주요 구성원들이 외국인 대사관 관계자나 한국에 파견된 주요 외국 투자기업의 고위급 임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 동부이촌동은 일본인, 한남동은 미국인, 방배동은 프랑스인 등 국가별 집성촌으로 번창해가고 있다. 여기에는 지구촌 울타리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국인의 배타성도 반영되지 않았을까.
이 같은 외국인 거주 특성은 임대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보증금이 없는 대신 계약할 때 1년 혹은 2년에 달하는 거주기간의 임대료를 한꺼번에 내고 있다. 정부 혹은 기업 본사에서 외국 거주비를 한꺼번에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료는 상상을 초월한다. 환율이나 국가별 국민소득 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월 임대료로 최고 2000만원을 낸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외국인 임대시장의 톱으로 꼽히는 한남동에서는 65㎡(49평) 빌라의 렌트 가격은 월 600만~800만원대에 달한다. 또 복층의 74평 빌라는 월 1000만원 선을 넘고 있다. 200평 이상의 고급 단독주택은 월 1800만원에 달하는 곳도 있다.
고급 주거지로 인식되고 있는 한남동 유엔빌리지 내 330㎡(100평형)짜리 고급 단독주택은 월 1200만원, 심지어 모 기업의 외국인 CEO가 살고 있는 집은 한 달 렌트 가격이 2000만원에 달하고 있다.
때문에 외국인 임대사업으로 ‘떼돈’을 버는 경우도 있다. 방배동 서래마을의 한 빌라트 9가구를 임대하고 있는 정모(62) 씨는 월평균으로 환산한 임대료가 5500만원에 달한다. 웬만한 직장인의 연봉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문화의 차이에 따른 거주 형태의 다양성도 눈길을 끈다. 동부이촌동에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일본인들은 아파트를 선호한다. 실속과 합리성을 추구하는 일본인들의 특성이 반영됐기 때문. 반면 프랑스인들이 거주하는 방배동의 서래마을에선 작은 정원이 딸린 빌라트가 인기가 높다. 실제 서래마을에선 정원을 끼고 있는 1층과 옥상층의 가격은 다른 층에 비해 월 100만원 정도 비싸다.
외국인 임대를 전문적으로 하는 현지 중개업자들은 교육 여건의 우월성을 이들 거주지의 빼놓을 수 없는 메리트로 꼽는다. 동부이촌동의 경우 일본인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있으며, 서래마을에는 프랑스인 초등학교가 있다.
이촌동 국제공인 변현정 실장은 “한국인만큼 교육열이 높다는 일본인들이 이촌동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자녀교육 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학교가 개학하는 8월 말께를 전후해 매매가 활발해진다.
정순식 기자ㆍ강경윤 인턴기자(sun@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