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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맛집탐방] 집채만한 '왕게' 어른 셋 먹어도 거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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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맛집탐방] 집채만한 '왕게' 어른 셋 먹어도 거뜬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08.16 0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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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게= 갑각류 중에서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새우와 게다. 특히 새우는 젓갈을 양념으로 쓰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식재료로 김치에 빠질 수 없는 필수품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우는 다만 젓갈로서 우리에게 친근했지 이걸 대하(大蝦)라는 이름으로 찌거나 구워서 먹는 일은 없었다. 그러던 것이 내 추측으로는 일식집에서 곁두리로 새우를 쪄내면서 큼지막한 새우를 먹는 풍경이 시작된 듯하다.

게 역시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다. 여름이 가까워 오면 서해에서 잡히는 꽃게가 계절음식으로 밥상에 잠깐 올라왔을 뿐이다. 그나마도 과거에는 많이 잡혀서 큰 부담 없이 온가족이 둘러앉아 젓가락 들고 게살을 파먹는 재미에 웃음꽃이 피었지만 지금은 값이 비싸 사 먹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홈쇼핑을 보면 가장 많이 방송되는 것 중의 하나가 간장게장이다.

이름 꽤나 팔린 탤런트들이 각자 자기 이름을 붙여 파는 이 게장은 모두 바다 게 다시 말해 꽃게를 재료로 만든, 내가 보기에는 간장게장 축에도 끼지 못할 게장이다. 간장게장은 참게로 담근 것이라야 제격인 것이다.

참게가 많던 시절에는 때만 되면 짚으로 스무 마리에서 마흔 마리씩 묶어 들고 다니며 골목을 누비던 장사치가 적지 않았다. 이걸 사다 솔로 박박 문질러서 작은 항아리에 담고 끓는 간장을 부어 두었다가 찬으로 올리면 밥상은 순식간에 호화판이 되었다.

게는 그만큼 우리에게 귀한 음식이었던 것이다.
게 요리 전문점 ‘박달게’(대표 박철묵)에 가면 이 귀한 게를 실컷 먹어볼 수 있다. 아무리 큰 꽃게라도 먹고 나면 냠냠했는데 왕게(킹 크랩)와 대게가 있는 이 집에서는 공상과학 영화에나 어울릴 법하게 큰 게가 나온다.

한 마리만 놓고도 어른 셋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니 이런 호사가 어디에 있을 것인가. 박 사장의 말에 따르면 약간 단맛이 나는 왕게가 대게보다 더 많이 나가는데 진짜 게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은 대게를 찾는다고 한다.
    박 사장이 하고 많은 수산물 중에서 게를 선택한 이유는 생선회 같은 일반 수산물이 툭 하면 비브리오에 걸려 자빠지지만 게는 그런 걸 모르기 때문이다. 심해(최고 200미터)에서 건져 올리는 게는 당연히 찬물에서 살아 미지근한 바닷물에서 기생하는 비브리오균과는 거리가 멀다.

또 게는 고급요리로 인식되어 있고 남녀노소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데다 비수기 성수기도 없어 누가 봐도 탁월한 선택이다. 캐나다 같은 외국에서는 게 요리를 주문하면 나무 방망이를 준다. 두들겨 깨 먹으라는 말이다.

박 사장도 개업 초기에 게와 함께 방망이를 손님상에 내었다고 한다. 손님들이 재미있어 할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방망이로 부서진 게 껍질은 무작위로 튀었고 이게 다른 손님들에게 시빗거리가 되면서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싸움질보다 재미가 중요할 수는 없지 않은가.

방망이로 게를 부서 먹는 외국에서는 달랑 게만 나오지만 ‘박달게’에서는 이를 코스로 만들어 이것저것 먹고 나서야 게가 나온다. 게 먹으러 간다고 해서 게만 나오면 괜히 속았다는 기분이 들지도 모를 노릇이다.

우리 음식 문화에는 단품(單品)이 없다. 그것과 어울리는 음식이 곁들여져 나와야 비로소 음식으로 대접받았던 것이다. ‘박달게’의 점심특선에도 눈길이 간다. 고등어를 비롯해 조기, 이면수, 삼치, 꽁치 등 5가지 생선이 나오는 ‘생선구이’는 다른 집에서는 보지 못한 메뉴다.

출처:한겨레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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