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색종이 접기는 어릴적 꿈을 키워주는 놀이였다. 순서에 따라 종이를 접다보면 비행기가 뚝딱 만들어지고, 냇가에 띄울 수 있는 종이 배가 나왔다. 종이 비행기를 날리며 창공을 가르는 조종사를 꿈꿨고, 종이 배를 흘러 보내며 망망대해로 출항하는 해적선 선장이 되기도 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는 마음에 두고 있는 소녀를 생각하기며 종이학을 접기도 했다.
어릴적 추억 속에 비행기와 배를 접던 종이가 최근에는 실제로 하늘을 날으는 비행기와 배를 건조하는 데 직접 사용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주목된다. 철보다 단단하면서도 유연해 군사용 차량이나 경주용 자전거, 테니스 라켓 등을 만들 수 있는 ‘슈퍼 종이’의 출현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권위의 과학 전문지인 사이언스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평범한 흑연 조각을 시트에 접목시켜 매우 얇지만 쇠보다도 강하고 탄소 섬유만큼 유연한 물질을 매우 저렴하게 만드는 방법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물질 가운데 신축성과 함께 강도가 가장 뛰어난 것은 탄소이다. 때문에 지난 수년동안 과학자들은 탄소 복합 물질을 활용해 비행기나 군용 차량을 만드는 신물질을 발견하는 데 연구력을 집중해 왔다. 결국 과학자들은 탄소를 미세한 물질에 접목시켜 탄소 나노 튜브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튜브는 제조 비용이 워낙 비싼 관계로 매우 적은 양만 사용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미국 일리노이주 에반스톤에 위치한 노스웨스턴 대학의 연구팀은 다이아몬드의 사촌 격인 흑연(그래파이트) 조각들을 모아 매우 얇은 판에 투입함으로써 나노튜브로 만들어진 것보다 더욱 강한 물질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흑연 산화물 조각들은 특별하게 처리된 물과 균등하게 섞고 그 혼합물질을 멤브레인 필터를 통과시켰다. 그 결과 필터 표면에는 흑연 조각들이 단단이 묶인 종이와 같은 얇은 층을 만들 수 있었다. 이는 보안용 코팅, 전자 소재, 배터리, 연료 셀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비행기, 군사용 차량, 경주용 자전거 등과 같은 것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로드 뤄프 물리 화학자는 “우리는 어떻게 해서 이 같은 층이 형성되는 지 상세하게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실험실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흑연 종이는 탄소 나노튜브보다 강하고, 나노튜브와 달리 어떤 사이즈로도 가공이 가능하다”며 “이 같은 기능은 흑연 종이를 차세대 초강력 구성 물질의 첫번째 후보로 올려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슈퍼 종이를 상용화시키는 데 있어 풀어야할 숙제도 안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번 슈퍼 종이는 공기 중에 노출될 때에는 안정적이지만, 물에 담기게 되면 구조가 느슨해지는 약점을 갖고 있다. 물 뿐만 아니라 비나 수증기 같은 액체에도 구조가 느슨해지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때문에 이들 연구팀의 다음번 임무는 제조 과정에서 물을 대신할 수 있는 분자를 찾는 것이다. 뤄프 연구원은 “슈퍼 종이 연구를 상용화 시키는 데에는 적어도 5년에서 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