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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파문, 대학이 기가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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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파문, 대학이 기가막혀.
  •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08.2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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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학위’ 파문이 문화ㆍ예술ㆍ종교ㆍ연예계로 들불처럼 번지면서 나라 전체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뒷짐만 지고 있는 국내 각 대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대학 졸업장을 받았는지 의심스러운 유명인사가 대외적으로 ‘○○대학 졸업’이라고 밝히고 다니는 데도 해당 학교는 이를 길게는 수십년간 방관했을 뿐만 아니라 가짜를 대놓고 ‘자기대학 출신’이라고 대놓고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상당수 대학은 한 학기 등록금만 600만~700만원에 달하는 최고위과정을 경쟁적으로 개설하고, 또 연예인은 여기에 이름을 올린 뒤 ‘○○대학원 졸업’이란 식으로 겉포장하기도 서슴지 않고 있다. 학위를 갖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를 하고 있는 셈인 데도 대학은 학위 검증이 쉽지 않다며 발뺌만 하고 있다.

▶‘가짜 학위’ 알고도 모른 척하는 대학=22일 한국외국어대 출신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탤런트 최수종에 대한 이 학교 관계자의 설명은 어안이 벙벙하게 한다. 그는 “최씨가 외대 출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동문 자격으로 행사에 초청했다”며 “2000년에는 ‘올해의 외대방송인상’까지 수여했다”고 밝혔다.

가짜 학위 연쇄 파문의 출발점인 동국대는 영화배우 장미희 씨가 가짜 졸업생인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10여년 넘게 침묵한 정황이 속속 드러난다. 장미희는 1998년 펴낸 에세이집과 각종 인터뷰 등에서 “동국대 불교학과 학생이었다”는 사실을 밝혔고, 지인에게 동국대 졸업과 석사학위를 받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화여대를 졸업하지 않은 윤석화 씨의 경우도 이 학교의 수수방관이 비난을 살 만하다. 복수의 이대 동문은 “윤시 같은 경우에는 자기 주변인이 학위 위조 사실을 전부 다 알고 있었다”며 “학교에 득이 된다면 알고도 덮고 눈감아줬다”고 증언했다. 이대 관계자가 “학교도 바보같이 속았다”고 말한 것이 거짓인 셈이다.

이대는 윤씨를 채플 등 각종 학교 행사에 초청해 동문으로 대우해줬다. 한 대학의 관계자는 “대학이 졸업 유무를 정확하게 체크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오히려 해당 연예인을 교우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행사에 초청하고 동창회보나 교우회보에 소개하며 자랑스러운 동문이라고 소개하는 등 학교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최고위 과정 수료가 대학원 졸업?=각 대학이 운영 중인 최고위 과정은 ‘가짜 학위’를 찍어내는 공장과도 같다. 막대한 등록금을 받고 최고위 과정을 무분별하게 개설하고 유명인을 입학시켜 홍보와 학위 장사를 하고 있다.

영화배우 전도현, 영화감독 심형래 등 상당수가 정규 교육과정과 상관없는 6개월 과정의 최고위 과정만 마치고 대학원 석사로 버젓이 알려진 게 대표적이다.

전도연(고대)ㆍ김현정(고대)ㆍ양금석(고대)ㆍ이재룡(고대ㆍ대진대 교수) 등은 최고위 과정을 나왔는데도 포털사이트 등의 인물정보란에 고려대 언론대학원 졸업이라는 식으로 표기돼 있다.

고려대 관계자는 “대학이 등록금 수입을 위해 학력과 관계없는 각종 최고위 과정(6개월)을 개설해 여기에 다닌 사람도 마치 해당 대학원을 나온 것처럼 인식되도록 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모 대학 관계자는 “한 학기에 등록금만 해도 600만~70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는데 학교 재정 확충에 이보다 좋은 게 있겠느냐”며 “실제 학위를 주는 것도 아닌데 수료자가 원하는 간판과 인맥, 학교가 원하는 돈이라는 윈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 학위 검증 안 하나 못 하나=비난 수위가 높아지는 데도 대학은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서울시내 6개 사립대 교무팀장은 지난 21일 학위 공동 검증 방안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무산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교무팀장은 “각 대학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동 학위 검증 추진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판단해 예정대로 친목 수준의 모임을 가졌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 대학 관계자는 “가짜 학위 문제가 사회 문제가 된 지 벌써 한 달이 넘어가고 있는데 각 대학에서 효율적인 대책 마련을 한 것이 없지 않은가”라며 “각 대학이 학위 검증을 하겠다, 할 계획이라고 말을 할 뿐 문제의 본질을 해결할 해외 학위 검증 시스템 마련, 국내 대학 학력 검증 시스템 정비 등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남상욱 기자(kaka@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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