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 스님은 신정아 씨의 동국대 교수 임용과 파면 등의 과정에 권력층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지난 24일 측근을 제외한 외부와 연락을 모두 끊은 채 잠적한 지 나흘 만에 강화도 전등사에 모습을 드러냈고, 언론사로서는 처음으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한 것이다.
‘학력 위조’ 및 권력층 비호설의 실체를 규명할 수 있는 핵심 인물인 장윤 스님이 잠행 끝에 나타남에 따라 검찰 수사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장윤 스님은 이날 기자와 전등사에서 만나 “(언론에 보도된 것과 달리) 신정아 씨의 광주비엔날레 총감독 선임을 한갑수 전 이사장에게 얘기한 것은 그동안의 입장을 번복한 게 아니다”며 “(신정아 씨가) 큐레이터로서는 능력이 있는 게 맞고, 모두에게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학벌이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그 능력은 인정해줘야겠다고 생각해 전화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갑수 전 이사장은 27일 기자회견에서 “장윤 스님이 지난달 7, 8일께 전화를 걸어 ‘비엔날레 총감독은 학위가 조건이 아니지 않느냐. 기획전시력만 있으면 충분하지 않느냐’며 신씨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해 이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장윤 스님의 입장 선회 배경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전화를 건 시점이 장윤 스님이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을 만난 직후로 알려지면서 권력층의 회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왔다.
장윤 스님은 그러나 권력층 회유의혹과 관련해 “개별적으로 말할 사항은 아니다”며 “오늘 오후 2시 조계종 총무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장윤 스님이 신정아 씨 ‘학력 위조’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입장 표명을 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검찰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구본민 차장검사는 “핵심 관계자인 장윤 스님을 소환해야 하는데 접촉이 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 당사자가 나타났으니 조만간 참고인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와 함께 신씨의 교수 임용을 결재한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의 소환을 검토 중이어서 신씨 ‘학력 위조’ 파문과 권력층 비호설의 실체가 조만간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강화도=김상수ㆍ정지연 기자(dlcw@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