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장면은 우선 오장육보를 뒤집는 그 환장할 ‘냄새’에서부터 우리를 죽였다. 지금도 우리는 어디선가 자장면 냄새가 맡아지면 마치 발정 난 암캐를 찾는 수캐처럼 냄새의 근원지를 찾아 코를 벌름거린다.
지금도 중국집은 직장인들에게 제일 만만한 밥집으로 남아 있다. 주로 야근을 할 때 사무실 책상에 신문지 깔고 먹는 형태로 건재해 있는 것이다. 일식이 눈으로 먹는 요리라면 중국식은 맛으로 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만큼 맛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중국 요리는 탕수육에서 양장피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왜 그럴까. 편견 때문이다. 작은 가마솥만한 프라이팬 하나로 거의 모든 요리를 다 해내는 중국 요리는 우리가 아는 한 느끼함의 대명사다. 온통 기름으로 범벅을 한다는 것이 우리가 아는 중국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오해다. 중국식은 저 거대한 대륙만큼이나 종류가 다양하다. 느끼하지 않은 음식도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제이드가든은 2003년 1월에 1호점을 낸 아메리칸 차이니스 레스토랑이다. 이제까지의 중국집이 ‘널빤지로 만든 간판에 시뻘건 리본을 매달고 문 앞에서 흔들거리는 식당’의 이미지를 탈피해 세련된 인테리어로 중국식의 고급화, 대중화에 나선 것이다. 기왕이면 우아한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중국 요리를 즐겨보자는 취지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라고 해서 맛을 우습게보았다가는 곤란하다. 맛이 이 집이나 저 집이나 같다는 말은 표준화가 잘 돼 있다는 뜻이며 한결같다는 말도 된다. 먹을 때마다 달라서야 그건 음식이 아니다.
제이드가든 강남점(대표 조성은)은 강남역 근처에 있다. 마침 저녁 무렵이어서인지 홀에는 하나 둘 손님이 들어찼는데 거의 다 젊은 여성들이다. 그들은 자장면이 아닌, 요리를 두어 접시 정도 놓고 수다를 즐기며 먹고 있었다.
춘권샐러드는 길다란 게 바삭바삭한 맛이 재미있고 녹차크림새우는 튀긴 새우를 크림에 적셔 먹는 맛이 중국 요리 같지 않다. 매운 쇠고기 철판 요리는 연한 육질이 아이들이 먹어도 오래 씹지 않아도 될 정도로 부드럽다.
동네 중국집의 풍경은 너무 정겨워서 징글맞다. 그곳의 종업원들은 한결같이 티셔츠 쪼가리에 헐렁한 바지차림으로 주문을 받을 때마다 주방에 소리를 질렀고 가끔씩 들여다보이는 주방 안의 주방장은 담배를 피며 자장을 볶는다. 제이드가든에는 없는 풍경이다. 이곳의 요리는 비싸지 않다.
이 나라의 내로라하는 중국집의 절반 값이면 책상과 걸상만 빼고 웬만한 요리는 다 먹을 수 있다. 자장면을 먹을 때마다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가난했던 우리의 과거 속에서 자장면은 우리에게 기쁨이자 슬픔이었다.
“ … 그러자 어머님이 마지못해 꺼내신 숨겨두신 비상금으로 시켜주신 자장면 하나에 너무나 행복했었어. 하지만 어머님은 왠지 드시질 않았어.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 GOD의 <어머니께> 노래 중에서.
출처:한겨레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