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유럽 디자인의 본고장 밀라노를 강조하는 반면, LG전자는 과감히 밀라노를 버리고 런던행을 택했다.
김종은 LG전자 유럽총괄 사장은 3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IFA전시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밀라노에 있는 디자인센터를 내년 초 런던으로 전격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이전배경에 대해 “디자인은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밀라노도 장점이 많지만 영국의 디자인도 선진화돼 있고 휴대폰과 TV는 영국에서 먼저 첫선을 보이기 때문에 디자인과 비즈니스의 연계를 위해서는 더 낫다”고 말했다.
디자인 자체만을 보면 밀라노가 나을지 모르겠지만, 사업연계성을 따지면 런던의 강점이 크다는 게 김 사장의 생각이다. LG전자는 유럽총괄본부를 런던에 두고 있기도 하다.
런던 이동에 따른 디자이너 이탈 가능성 우려에 대해 김 사장은 “밀라노 디자인센터에는 이탈리아 디자이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유럽의 여러 나라 디자이너들이 포진해 있어 근무지 이동에 따른 디자이너들의 동요는 민감하지 않다”고 말했다.
LG전자의 디자인센터 이동은 유럽시장 매출 올해 70억달러, 2010년 120억달러 달성이라는 목표와 맞물려 있다. 명품 디자인을 앞세운 휴대폰과 TV의 프리미엄 전략으로 유럽시장에 LG전자를 우뚝 세우겠다는 비전이다. LG전자는 올해 IFA전시회에서도 디자인을 앞세운 퀴담 LCD TV의 유럽형 제품인 ‘디자인 아트 LCD TV’를 전면에 내세웠다.
반면 삼성전자는 디자인의 중심을 밀라노에 두고 있다. 삼성은 밀라노 외에 런던에도 디자인연구소를 두고 있지만 이건희 회장이 2005년 밀라노에서 열린 디자인전략회의에서 ‘디자인 경영’을 선포한 이후 ‘삼성 디자인=밀라노’라는 등식이 성립돼 있다. 최근 강조하는 창조경영의 핵심이 바로 창조적 디자인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IFA전시회와 맞물려 밀라노 디자인연구소를 언론에 전면 공개하며 삼성의 디자인 전략도 상세히 밝힐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밀라노, 런던, 샌프란시스코, LA, 도쿄, 상하이 등 5개국 6개도시에 디자인연구소가 있지만 유럽 디자인의 중심은 밀라노”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세련된 디자인으로 출시 1년 만에 500만대 판매를 돌파한 보르도 LCD TV(2007년형)와 신개념 LED LCD TV, 세계에서 가장 작고 슬림한 흑백 레이저프린터와 복합기, 블루투스 비디오MP3플레이어 등 앞선 디자인과 제품력이 갖춰진 제품을 선보였다.
한편 박종우 삼성전자 DM총괄 사장은 30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400여명의 외신기자를 대상으로 기자회견에서 ‘경계없는 사용자 경험(Seamless Experience)’을 강조했다.
박 사장은 “선 없이도 모든 종류의 IT기기가 연결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소비자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토대로 만들어낸 혁신적인 신제품과 기술로 고객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권남근ㆍ서은정 기자(독일 베를린)(thankyou@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