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씨의 가짜 학위 문제를 제기한 장윤 스님이 속해 있는 ‘무량회’ 소속 스님들은 지난달 31일 모임을 갖고 동국대 재단이사 13명 전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무량회는 4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조계종 최고 의결기구인 중앙종회에 이사 해임을 안건으로 채택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조계종 전체로는 비주류이면서도 동국대 재단이사회에서는 주류세력인 ‘보림회’ ‘금강회’ 등을 겨냥한 것이어서 동국대 재단이사회의 내부 알력이 종단 내 파벌싸움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불교단체들 역시 조계종을 둘러싸고 줄줄이 나오는 각종 의혹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 촉구에 나섰다. 불교환경연대,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등 불교계 출ㆍ재다가 단체들은 3일 오후 조계사의 설법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이들은 “동국대 교수임용 관련 의혹 등 종단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의 ‘총체적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종단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악화 일로를 치닫고 있는 종단내 파국에 대해 관계자들은 “곪을대로 곪은 것이 터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종단 내의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이번 사태는 조계종 총무원 대 동국대 이사회의 대결 구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동국대 이사중 유일한 총무원측 인사인 장윤스님이 동국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이사회를 겨냥한 학내 비리를 떠뜨려 영배 스님 등의 영향력을 죽이려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장윤 스님이 이사회 내에서 갖가지 튀는 행동으로 고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이사장인 영배 스님이 주지로 있는 울산 흥덕사 관계자는 “장윤스님은 그동안 갖가지 악행으로 영배 스님을 모함했다”고 주장해왔다. 동국대 내 관계자들도 “이사 대부분이 장윤 스님은 ‘믿지 못할 사람’으로 여기는 등 좋지 않은 평판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무량회와 각 단체들의 움직임에 대해 동국대 이사회 측은 “직접적은 대응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불쾌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현 동국대 이사인 영담 스님은 “장윤 스님이 11월23일에 이사 임기가 만료되는데 그전까지 아마 나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무량회의 움직임에 대해)별다른 대응은 하지 않을 방침이며 당분간 이사회가 소집될 계획도 없다”고 전했다. 영담 스님은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그냥 가만 놔두면 된다”며 편치 않은 심기를 드러내 감정 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불교계 내분이 쉽사리 치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남현 기자(airinsa@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