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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해 광명' 인순이… '불쌍한' 이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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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해 광명' 인순이… '불쌍한' 이소라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09.08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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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순이가 학력을 고백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인순이에게 질책 대신 격려를 보냈습니다. 혼혈인이라는 차별, 어릴적 부터의 가난 등이 익히 잘 알려져 있었고, "남들은 대학 학력을 속이는데 나는 중졸이라 고교 학력을 속였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다"는 말들이 심금을 울린 모양입니다.

기사를 내 놓고도 내심 걱정하고 있었는데, 인터넷의 댓글은 모두 위로 일색이었습니다.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등 오히려 인순이가 상심할까봐 우려하는 내용들이더군요.

사실 저희 후배 기자가 처음 써 온 기사는 상당히 자극적이었습니다. '인순이도 학력 위조... 충격', 뭐 이런 톤이었죠. 아니 자진해서 인터뷰까지 한 사람을 왜 이렇게 몰아부쳤느냐고 했더니 대답이 걸작이었습니다.

"본인이 절대 동정은 받고 싶지 않대요. 자기가 잘못한 건 잘못한대로 욕을 먹겠다고, 사람들이 등을 돌리면 돌리는대로 감수하겠대요. 그래야 자신도 후련할 것 같다고, 절대 '눈물의 고백' 이런 식으로는 하지 말아달라더라구요."

그래서 사소한 토는 빼고 인순이가 한 말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사연이 워낙 곡진해서 읽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진정이 전달된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제는 저도 '학력'이라는 말만 들어도 지겹습니다. 여러분도 그러실테죠. 이번 글이 '학력'에 대해 쓰는 마지막 글이 됐으면 합니다.

[송원섭의 두루두루] 이소라와 인순이의 경우

지난 주 한 중견 탤런트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탤런트로 데뷔하며 다니던 학교를 마치지 못했다. 늘 그 사실이 마음에 걸렸는데 최근 한 포털사이트의 인물정보에 그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되어 있는 걸 발견했다. 어떻게 하면 좋으냐"는 상담이었다.

삼엄한 학력위조 정국. '이러이러하게 고치면 된다'고 일러줬다. 그 뒤로 이 분의 프로필에는 '중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사실 이 분도 할 말이 있다. "단 한번도 내가 그 학교를 졸업했다고 얘기한 적이 없다. 주위 동료들도 내가 중퇴한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포털사이트의 인물정보를 미리 알고 고치지 못하면 죄인이냐"는 항변이다.

사실 맞는 얘기다. 요즘 학력 시비가 일고 있는 대다수 연예인들은 대부분 '어디 어디에 기록된 프로필과 실제 학력이 다르다'는 이유로 도마에 오른다. 물론 방송이나 인터뷰를 통해 다니지도 않은 학교 생활을 소설처럼 이야기해왔던 사람들이라면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학교를 실제로 다녔지만 졸업하지 못한 사람들이 본의 아니게 '학사'라는 꼬리표를 다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록하는 사람들이 선심 쓰듯 '중퇴' 딱지를 떼 주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이소라의 경우도 그렇다. 1988년 상명대 체육학과에 입학한 이소라는 8학기째인 1992년 모델 일이 바빠지며 학점미달로 졸업장을 받지 못했다. 수많은 포털사이트 중에서도 이소라의 학력이 '학사'라고 표기된 곳은 단 한 곳. 그 책임을 묻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일이다.

전혀 다른 경우지만 인순이의 '고백'도 쉽게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오랜 세월 동안 중졸 학력을 고졸로 말해온 인순이는 "중학교 시절 교과서를 팔아 식비로 쓴 적도 있었다. 학교에 더 다니고 싶어 입학시험장까지 갔다가 엄마 생각에 되돌아왔다"는 가슴아픈 사연을 털어놓기도 했다.

암담했던 그 시절의 일을 과연 오늘날의 잣대로 모두 평가할 수 있을까. 생계를 위해 대졸자가 고졸로 학력을 속이는 오늘의 웃지 못할 일들을 20년 뒤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오십보 백보' '전부가 아니면 무'라는 식의 흑백논리는 먼지만 툭툭 털면 새것이나 다름없는 물건과 방사능이 나오는 폐기물을 한가지로 취급하는 폭력이다.

같은 맥락에서, 학력을 속였던 다른 연예인들과는 달리 인순이에게 돌아온 네티즌들의 반응이 거의 모두 격려와 위로였다는 점은 세상이 아직 그리 각박하지만은 않다는 위안을 준다.

p.s. 그리고 이런 사소한 흠 때문에 마음졸이고 있는 분들, 지금이라도 포털사이트에 수정 요청을 하시라. 당장은 모르겠지만 용기있는 고백은 '적발'됐을 때의 망신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끝)

이번 학력 위조 정국을 맞은 기자의 입장은 참담합니다. 특히 40대에서 50대, 한국 연예계에서 결코 작지 않은 족적을 남긴 분들이 어설픈 멱살잡이에 휘말리는 건 누구도 원치 않는 일일 겁니다. 학력을 들먹이는 일도 한때 유행으로 그칠 것이 뻔한데 말입니다.

더구나 이소라같은 사람은 참 억울할 법도 합니다. 남들처럼 4년 내내 학교를 다녔는데, 마지막 학기를 마치지 못한 것이고 '학사'라고 기록된 곳도 포털사이트 한곳 뿐이었거든요. 사실 이소라 부분은 취재를 마친 뒤 기사를 쓰지 않기로 한 상황이었는데 인터넷 매체 한 곳이 '이소라도 학력 의혹'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더군요. 그래서 저희는 '해명'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얼마 전 가수 아무개씨에게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는 대학 학력이 일치하지 않더군요. 하지만 그분의 위치를 생각하면, 불문곡직 기사부터 '질러 놓고' 볼 일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결국 그분의 현재 상황을 물었고, 이 분은 '그렇게 알려져 있는지 몰랐다'면서 조용히 포털사이트 등속에 있는 학력을 정정했습니다.

물론 이 분의 경우도 지금 상황에서 터져 나왔다면 반향이 만만찮았겠지만, 전후 사정을 살펴볼 때에도 이 분이 적극적으로 학력 위조(?)에 간여했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충분히 혼동 가능한 경우였거든요. 게다가 해당 대학 관계자도 '이 분을 얼마전에 만나 졸업한 학교 이야기를 나누며 웃은 적이 있다'고 증언하기까지 했습니다.

특종(?)은 하나 놓친 셈이지만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후배들에게도 '기사 하나 때문에 사람 하나 잡지는 말자'고 얘기했습니다. 다행히 다들 납득하더군요. 아직도 세상은 이 분이 조용히 학력을 정정한 사실을 모를 겁니다.

인순이의 경우는 또 다릅니다. 사실관계를 다 알아본 뒤 본인에게 확인했을 때, 인순이 본인이 '언젠가는 밝혔어야 할 일'이라면서 공개를 원했기 때문에 큰 기사가 될 수 있었죠. 재미있는 것은 인순이의 좌우명이 '자수하여 광명찾자' 라는 겁니다. 뭘 감춰 두는 성격이 아니라는 거죠. 이런 사정 때문에 요즘 회사 안에서 저희 팀이 '자수부'로 불리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결론은 그렇습니다. 아무리 학력 뒷조사가 트렌드라지만, 기자들도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기사화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학력으로 대학교수가 됐다든가, 책을 써서 돈벌이를 했다든가 하는 경우라면 다르지만, 학력으로 덕 본 것도 없는 사람들을 죄인 취급하는 것은 이제 그만둘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이 글은 독자가 테마 사랑방에 올린 것입니다.연합뉴스에 올블로그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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