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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맛집탐방] 아버지와 3형제가 길러낸 '꽃 등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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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맛집탐방] 아버지와 3형제가 길러낸 '꽃 등심'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09.1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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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식당=70년대까지만 해도 불고기는 우리에게 최고의 음식이었다.

무슨 특별한 행사가 있거나 사 주는 사람이 큰마음을 먹지 않으면 도저히 먹을 수 없었던 음식이 불고기였다. 우리가 불고기를 그렇게 최상급 요리로 치는 이유는 그것이 쇠고기였기 때문이다.

돼지고기는 어쩌다 먹을 수 있었지만 쇠고기는 명절이나 되어야 차례상에서 봤다. 그런 귀한 고기를 음식점에서 구멍 숭숭 뚫린 불판에 얹어 놓고 구워 먹는다니 그 감격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다.

소는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짐승으로 우리 민족에게는 가족 같은 느낌을 준다. 소가 갈아준 논밭에서 밥을 얻었고 소는 죽음으로 우리 밥상에 올라와 영양을 주었다. 미련한 돼지에게는 먹으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지만 평생 고생만 하다 죽은 소의 고기는 그에 대해 예의라도 차리듯 알뜰하게 먹었다.

서울 바닥에 차고 넘치는 게 고기를 파는 음식점이지만 자기 목장을 가지고 그 소를 잡아 내는 식당은 거의 없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신흥식당(사장 김진태)은 충남 예산에서 소 100마리를 기르는 집이다.

말하자면 고기소를 기르는데 소만 기르는 것이 아니라 정육점도 하고 식당도 같이 한다. 신흥식당이라는 촌스런 이름도 예산에서 나온 것이다. 예산의 신흥식당은 김 사장의 형이 주인이다.

형 밑에서 1년 동안 고기 다루는 법을 배운 김진태씨가 서초동에 이른바 분점을 낸 건 이제 8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예산 촌에서 식당을 하다 겁도 없이 서울에 2호점을 낸 신흥식당의 배짱은 육질에 있다. 순종 한우를 아버지가 길러서 암소만 잡아 하루 한 차례씩 서울로 보내오면 김진태씨가 직접 칼을 잡고 손님상에 내고 있다.

출입문 앞에 “드셔 보시고 한우 암소가 아니면 1억원 보상”이라는 배너를 걸고 장사하는 신흥식당은 꽃등심이 전문인데 참숯(충북 제천산)을 벌겋게 피워 석쇠에 직화로 구우니 육즙이 금세 밴다.

고기가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을 과장된 수사라고 누가 그랬지만 미디엄으로 구워서 먹어 본 꽃등심은 적당한 기름기와 함께 씹히다가 스르르 넘어갔다. 벽 한쪽에 ‘올레인산이 고기 맛을 좌우한다’는 설명문이 붙어 있다.

신흥목장이 육질을 지키는 비결은 소에게 지장수를 먹인다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사료를 먹였지만 곧 농가에서처럼 여물을 먹여 키울 작정이라고 한다.

예산에서 신흥식당을 하는 형이 가끔 서울에 들르면 잔소리만 하고 간다는 김 사장은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온다는 소식에도 별 걱정을 하지 않는다. 한우보다 더 맛이 좋다고 알려진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와도 한우를 먹던 사람은 계속 한우를 고집할 테니 시장이 반으로 갈라질 뿐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꽃등심과 함께 배받이살도 함께 접시에 올렸는데 개고기만 배받이를 먹는 줄 알았던 터여서 좀 의외였다. 정육점에서는 팔지 않는 배받이살은 좀 질긴 듯 하지만 육즙이 많아 맛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가짜가 하도 판을 치는 세상에서 자기 목장을 가지고 소를 길러내 한우 암소가 아니면 1억원을 주겠다는 식당을 보니 왠지 서글프다.

고기가 맛있어도 출입문에 걸린 배너를 보면 예산에서 소를 기르고 있는 그의 아버지 김원종(59)씨가 생각난다. 그의 소들은 정직하다. 정직해서 맛있다. 세상의 소들이여, 예산으로 오라!

출처: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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