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연예인을 곤란에 빠뜨린 이런 문제는 사소해 보일 수 있다. 칼을 들고 누구를 찌른 것도 아니고 수십억 원을 횡령한 것도 아니다.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떳떳하게 얼굴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과 비교하면 연예인만 '봉'이 된 느낌도 든다.
특히 연예인의 학력 위조는 심각하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상아탑에서 한 자리 차지하기 위해 학력 위조를 사다리 삼은 연예인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무언가 있어 보이고 싶고 무시당하기 싫다"는 이유로 슬쩍 학력을 속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예인의 학력 위조에 사회가 민감한 것은 그들이 일반인에게 미치는 대단한 파급력 때문이다. 정치인이 한 말은 술 안줏거리로 여겨지며 푸대접받기 일쑤지만 연예인의 말과 옷차림은 대중의 언어 습관과 당대의 패션까지 좌지우지하지 않는가.
이런 의미에서 학력 위조 문제와 함께 연예인이 공적인 영역인 TV와 라디오에서 자신의 부업을 은근슬쩍 홍보하는 문제는 그냥 웃고 넘길 일이 아니다. 돈 한 푼 지급하지 않고 막대한 광고 효과를 누린다는 점에서 도덕성의 잣대로 살펴봐야 할 일이다.
정준하가 '술집 접대부 고용 논란'으로 하루 걸러 기자회견을 열어야 하는 시련을 겪은 것도 따지고 보면 MBC TV '무한도전'을 통해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박명수의 '치킨집'과 함께 정준하의 '업소 CEO' 이야기는 최고 인기인 이 프로그램에서 숱하게 전파를 탔다. 정준하는 14일 기자회견에서 "방송에서 농담 삼아 말한 술집 관련 홍보성 코멘트로 인해 주위 사람들이 나에 대해 그런 인식을 갖고 관심을 더 가진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박명수와 정준하의 부업은 출연진의 대화에 종종 올라 웃음의 소재가 됐고, 제작진은 이를 적극적으로 자막 처리해 효과를 극대화했다. 두 사람의 부업은 이제 웬만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광고효과'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정준하는 또 "'무한도전' 녹화를 시작할 때 동료 출연진이 술집 이야기를 꺼내면, 나는 하지 말라고 말렸고 제작진에게도 이런 의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정준하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준하의 부업 이야기를 방송에 적극 활용한 제작진도 상당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와 함께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정준하가 실제 해당 '업소'와는 지분 관계도 없고 실제 운영도 하지 않은 채 손님으로 동료를 예약하게 하면 몇 퍼센트씩 가져가는 관계였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그는 "방송에서 내가 업주라고 말한 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준하의 술집'이라고 믿고 일부러 그 가게에 가서 한잔 술을 기울인 사람이 있다면 그 배신감은 쉽게 달래지지 않을 것이다.
'얼굴마담 업주'는 사실 정준하뿐만이 아니다. 상당히 많은 연예인이 일정 금액을 받고 음식점, 쇼핑몰, 상품 판매 등에 이름을 빌려 준 후 마치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것처럼 방송에서 간접 홍보를 하고 있다.
일반 대중에게는 이런 연예인의 홍보 코멘트는 CF보다 더 솔깃하다. 연예인이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이니 더 잘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그 연예인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까지 들 것이다.
연예인에게 가장 큰 자산은 대중이 보내는 믿음과 이와 관련한 이미지다. '한낱' 부업 때문에 그 같은 중요한 자산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일이다(연합뉴스 김영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