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짜 예일대 박사’ 신정아(여ㆍ35)씨가 온 나라를 흔들고 있다. ‘학력 위조’사건이 ‘부적절한 스캔들’로 이어지면서 정ㆍ관ㆍ재계와 종교ㆍ문화계 일부 인사들이 떨고 있을지도 모른다.
불안한 사람은 신씨에게 부적절한 모종의 커넥션으로 연결돼 있을 것이다. 신씨가 개인파산 상태임에도 국내 증권사에 계좌를 터놓고 수억원을 굴렸고, 미국으로 피신해서도 VIP용 신용카드로 업그레이드를 권유받았다는 정황이 포착된 점은 후원자가 있음을 뒷받침한다.
“변양균 정도가 배후면 수도 없이 많다”는 신씨의 발언을 정신병적 허언증이라고 제쳐두기엔 꺼림칙하다.
청와대의 권양숙 여사는 지난 11일 변 전실장의 부인 박미애씨를 불러 위로 오찬을 해 오히려 의혹만 키우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변 전 실장과 신씨의 관계를 확인한 뒤 사표를 수리하고 “할 말이 없다”고 발언한 직후다. ‘몸통설’이 가시지 않는 이유다. 의혹은 커지지만 당사자인 변 전실장,장윤 스님,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 등은 입을 닫았다.
‘변양균-신정아’ 스캔들은 확산일로다. 각 부처가 변 전 실장의 입김으로 신씨의 성곡미술관에서 그림을 구입했는지 검찰이 샅샅이 살펴보고 있다. 이로 인해 좌불안석인 공직자가 하나 둘이 아니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재계의 불안감은 더하다. 신씨 미술관에 대한 거액의 후원금 지원이 변 전 실장의 청탁으로 이뤄졌고, 그에 따른 대가를 받지 않았겠냐는 의혹의 시선을 받아서다. 문화계에서는 문화예술에 대한 기업의 지원활동인 ‘메세나’가 위축될까 불안해 한다. 지원금을 낸 기업 관계자들이 잇따라 검찰 조사를 받고 있어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자는 취지의 메세나의 뿌리가 흔들릴 위기다.
신 씨의 경국지세(傾國之勢)로 불똥이 각 계로 튀고 있지만, 그의 남자로 거론되는 20명이 넘는 인물중 일부는 사적인 배신감에 떨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화화계의 한 인사는 “(신정아가) 나에게만 호의적인 줄 알았는데 여러 명과 보통 이상의 친분을 맺은데 화가난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신씨가 평소 원로들에게 특히 깎듯이 대했다는 증언들을 감안하면, 중장년층의 여린 심성과 이를 십분 활용한 신씨의 행태가 맞물려 이뤄진 부적절한 처신이 화를 차조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신씨조차도 “여자니까 출세하기 쉬웠다”라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부적절한 처신의 시작은 단순한 ‘눈빛 교환’이었을지 모르나, ‘신정아 리스트’에 오를수 밖에 없었던 인사들이 무게중심을 잃으면서 도달한 종착점은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을때의 혼란만큼 엄청날 수도 있다.
벌써 권력의 중심부에서 묘한 기류가 나타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 사건이 ‘희대의 스캔들’로 커지면서 부끄러운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할지 주목할 일이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