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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엘리트 빠져들게 한 ‘신정아 스타일’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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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엘리트 빠져들게 한 ‘신정아 스타일’ 실체
  • 헤럴드경제 제공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09.14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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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미인도 아닌데 왜 모두들 신정아 씨에게 빠져들었냐고요? 보세요. 언제나 깍듯하고, 공손한데 싫어할 사람 있겠어요? 무엇보다 대한민국 중년남성들의 ‘예술 컴플렉스’를 절묘하게 자극한 게 주효했을 겁니다” 신정아 씨(35)를 자주 접했다는 모 갤러리 대표의 말이다. 평생을 최고 엘리트로 빈틈없이 살아온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같은 고위공직자가 신씨에게 어이 없이 빠져든 것도 바로 이 ‘신선한 면모’ 때문일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예술 컴플렉스’ 자극해 ‘판타지’ 심어줘= 뉴욕 등을 자주 오간 신씨는 짧은 쇼트 커트에 뉴욕 커리어우먼의 깔끔한 수트패션, 전문성을 앞세운 화술 등으로 ‘신정아 스타일’을 구축했다. 빼어난 미모는 아니지만 ‘예술을 다루는 프로페셔널’임을 전면에 내세우며 힘이 될만한 인사는 정치계, 학계, 예술계, 언론계를 망라하며 자기 편으로 끌어들였다. 이들에겐 신정아의 예술적 측면이 ‘평소 꿈꿨던 판타지’였던 셈이다.

아울러 신씨의 ‘깍듯한 예절’은 문화계에선 익히 알려져 있다. 원로작가나 힘 있는 인사들을 챙기는 데 있어선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것. 실세 원로작가, 교수 등은 ‘아버지처럼 모셨다’는 후문이다. 신씨 자신도 “할아버지들이 특히 나를 좋아한다. 내가 인기가 많다”고 말하곤 했다.

실력자를 잘 관리해두면 이들과의 유대를 발판으로 얼마든지 도약할 수 있고, 유사시 ‘큰 힘’이 됨을 일찌기 간파했던 것. 게다가 그 어렵다는 기업후원 등도 척척 얻어낼 수 있으니 변 실장 같은 ‘막강인사 공략’에 적극적일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신씨는 유력인사가 주위 사람을 소개해주면 곧바로 자기사람으로 완벽하게 만들곤 했다. 그의 전방위적 로비력과 친화력은 단연 발군이었다. 특히 정치권, 재계 인사들을 공략할 때는 그들이 가장 목말라 하고, 가장 취약한 부분인 문화예술적 면모를 앞세워 상대를 사로잡곤 했다.

신씨는 또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올인하는 돌파력도 남달랐다. 이를 위해선 돈도 아낌없이 썼다. 조선호텔을 주로 이용하고, 광주비엔날레 기자회견장에선 최고명품인 돌체&가바나 수트를 입는 등 이미지 메이킹에 공을 많이 들였다. 또 ‘가짜 예일대 박사’였지만 실제로 예일대에도 수시로 드나들었고, 예일대 셔틀버스를 타는 모습도 목도되곤 했다. 또 졸업식장에도 참석해 사진을 찍었을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동년배에겐 비밀주의로 일관= 각계 핵심인사를 챙기는데 적극적이었던 것과 달리 신씨는 동년배 큐레이터들과는 거의 담을 쌓고 지냈다. 철저하게 비밀주의를 택한 것. 이들에겐 별로 얻어낼 게 없어서, 혹은 가짜임이 들통 날 소지가 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한 미술인은 “신씨는 또래 큐레이터들과의 유대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그와 미술얘기를 하다보면 좀 의심스럽다는 이들도 있었다. 또래 미술인들과 너무 친밀해지면 학력위조 사실 등이 노출될 수 있어 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서 학사및 석사과정을 밟은 모 갤러리대표는 “신씨가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이 아니다. 한번은 금호미술관에서 미국 미술관계자를 초청해 ‘관객과의 대화’를 신씨가 진행했는데 ‘외국서 언더(학부과정을 지칭)를 마친 사람이 어쩌면 저렇게 영어에 쩔쩔맬까’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후 영어를 가열차게 연마했을진 모르나 2000년초까지만 해도 그의 영어는 ‘그렇고 그런 수준’이었다는 것.

하지만 문화예술계 실정에 어두운 중장년층에겐 ‘예일대 박사출신 큐레이터와의 교류’가 더없이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남다른 전리품을 갖고자 하는 이들의 묘한 심리를 꿰뚫는데 최고였던 것. 그러나 “명문대 출신의 매력적인 큐레이터와 수준 높고, 우아한 대화를 나눴다”며 떠벌렸던 인사들은 요즘 신씨와의 연관설을 부인하기 바쁘다. 신씨는 정상을 향해 올인하며 ‘먹물’들의 속물 근성을 보란듯 유린했지만 이제 처절한 나락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영란 기자(yrle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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